[ 나는 어린 여자애여서 무시당했다가 젊은 여자여서 의심받고 늙은 여자여서 무시당하게 될 거야]
라는 제야의 말은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여지껏 그래왔다는 것을.
그래서 제야의 선택은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 수 있다. 여태껏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읽을 수록 마음 아프고 때로는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현실이었지만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제야의 마음을 들여다 본 순간부터 제야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너무 걱정되서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야보다 어른된 사람으로서
미안했다.
비록 소설속 인물일지라도 강릉이모 같은 어른이 제야 옆에 있어서 고마웠다.
내가 제야의 당숙모같은 쓰레기는 아니지만, 강릉이모 같은 어른으로 품어안을 수 있을지 반성했다.
제야가 상상했던 그 모든 복수의 방법들과 자책감에 빠져 고민했던 그 모든 죽음의 방법들은 낯설지 않았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뉴스를 들었을 때
그 가해자들에게 나는 속으로 그 모든 복수의 방법들을 상상하고
그 생존자들에게 나는 속으로 그 모든 죽음의 방법들이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제야의 선택이 대견스러웠다. 존경스러웠다. 잔잔한 물결이 파도보다 더 크게 마음을 치는 느낌이었다.
작년에 강화길 작가의 '다른 사람' 이라는 소설을 읽었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도 제야와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제야와 다른 선택을 했다.
그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그녀들의 선택보다 온전한 자신이길 바란 제야의 선택이 정말 빛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언니에게
살아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고 싶다.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