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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
캐스린 하쿠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부제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에 숨은 과학] 인 것에서 알수 있듯이 이 책의 중심에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있다.
사실 나는 프랑켄슈타인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고,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인줄 알고 있었던 만큼 그 소설에 무지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소설의 저자 메리 셸리 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 봤다.
저자는 작가 메리 셸리에게 영향을 주고 그녀의 가장 유명한 창작물에 영감을 불어넣은 과학과 과학자들에 대해 살펴보면서, 프랑켄슈타인이 어떻게 괴물로 오해를 받았는지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메리 셸리가 살았던 1797~1851 시기는 작가가 태어난 영국을 비롯해 유럽에서 갖가지 과학적/비과학적 실험과 추측들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또한, 프랑스혁명 이후 온갖 분야에서의 자유주의가 난무하던 시대였다.
작가 메리 에 대한 추적과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추적은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알아야 좀더 이해하기 쉬워진다.
메리 셸리의 대뷔 소설 프랑켄슈타인 은 괴물 하나를 만든 데 그친 것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과학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시발점이었다. 과학과 사회가 엄청난 혁명을 이뤄가던 시기에 쓰였던 이 소설은 새로운 발견에 따른 흥분과 공포 그리고 과학의 위력을 포착해냈다. 저자는 이 과학적 위력을 차근차근 되짚어 나간다.
당시 과학적 방법론은 크게 세 가지 변화를 이끌어 냈다.
첫째, 잘 구성된 논증에 따라 지식을 진전시키는 그리스 전통의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실험과 경험이 지식을 생산하는 유효한 방식이 되었다. 둘째, 뉴턴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운동이 수학적 용어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셋째, 당시 계몽주의는 곧 기계장치의 시대였다.
18세기는 과학과 자연철학의 구분이 불분명했고 포괄적이었다. 과학은 당대 유행하는 철학이었고, 강연과 인쇄물을 통해 새로운 발견과 결과가 대중에게 폭넓게 퍼졌다. 과학자 라는 단어는 1833년 농담처럼 만들어진 단어였다. 예술을 하는 사람을 예술가 라고 하니 과학 하는 사람은 과학자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에서 처음 나왔던 단어가 과학자였고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몇년이 지난 후 부터였다.
과학에서 특히 전기의 발견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었는데, 전기와 생명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생명의 근원을 전기적 자극으로 이끌기도 했다. 고대 이후 정체되어 있던 의학은 해부학을 중심으로 급진적 발달을 했는데, 당시 해부는 대중적 쇼로 보여줄 정도로 인기였다.
교육 특히 여성의 교육에 있어서도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기회들이 주어지기 시작했는데, 메리 셸리는 당시 관습에서도 벗어날 정도로 지적 자극을 충분히 받으며 자란 경우였다.
메리 셸리의 부모는 당시 급진적인 사상의 커플이었는데, 메리의 엄마 울스턴크래프트 는 성공한 작가이자 최초의 페미니스트라 불릴 만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 또한 작가이자 당시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교육에 열정적이어서 메리 셸리는 이러한 부모의 영향을 스폰지처럼 흡수한 딸로 자라났다. 하지만 부모가 실천했던 자유연애적 삶을 메리가 행동에 옮겼을때 딸은 내쳐졌다. 메리 셸리는 십대후반부터 자유로운 여성으로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메리는 본인과 비슷한 남자를 만나서 작가로서의 삶을 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인 퍼시 셸리는 교육을 잘 받은 귀족이자 작가이자 과학적에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고 메리처럼 집안에 연연해하지 않고 살았다. 둘은 여행하며 글을 쓰며 자유롭게 사는 커플이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져 있다.
1부 착상 에서는 계몽-발전-가출-발생기 순서로 메리 의 삶을 다루면서 당시의 상황이 어떻게 소설에 영향을 미쳤을지 추적한다. 2부 창조 에서는 교육-영감-수집-보존처리-조립-감전-소생 순서로 프랑켄슈타인에 들어가 있는 과학적 정보들이 당시 어땠는지 다양한 과학자들을 통해 과학사로 불러도 좋을 만큼 과학적 흐름을 풀어낸다. 3부 탄생 에서는 생명-죽음 으로 소설 프랑켄슈타인 자체에 대한 해설을 하며 메리의 마지막 삶을 정리한다.
책은 때로는 메리 셸리 라는 작가를 다룬 평전 같기도 하고 때로는 18세기~19세기 과학적 다양성을 다룬 과학사 같기도 하고 소설 프랑켄슈타인 에 대한 분석을 담은 해설 같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 셸리 라는 작가를 몰랐더라도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읽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가질법한 호기심들을 풀어낸 책이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과학과 의학적 지식들은 불과 100년도 안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 허무맹랑하게 보이고 얼토당토않게 보이는 실험과 믿음들이 당시엔 얼마나 당연했던 것들이었는지 읽다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도 미래에 가서 어떻게 뒤집힐 지 모를 일이다. 과학은 진보하면서 밝혀지는 분야이겠지만, 소설은 시대를 통과하며 이어지는 분야인것 같다. 당시의 과학적 지식들은 지금 전혀 다른 정보들로 새로워졌지만, 당시 과학적 정보들의 모음같았던 프랑켄슈타인은 모습을 바꿔가며 여전히 남아있는 것을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