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혁명적인 글쓰기 방법론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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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자유로운 글쓰기!


저자는 글쓰기 수업을 많이 한 작가이다. 그녀는 어디서 누구를 가르치든 항상 똑같은 방법론을 주장한다고 한다. 바로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 나가야 한다' 라는 것.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고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의 글쓰기는 작가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고 싶은 이라면 해볼법한 다양한 글쓰기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책 내용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퇴비' 부분이었다. 해당 부분을 옮겨 보면,

'우리의 지각 능력이나 판단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각과 판단력은 우리의 의식과 육체를 거쳐서 나온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퇴비를 섞는 과정' 이라고 부른다. 인생이 남긴 쓰레기 더미는 자꾸 쌓여 간다. 우리는 그 안에서 특수한 경험들만을 수집하기도 하고, 때로는 버린 것들을 섞어서 새로운 경험으로 삼기도 한다. 우린가 버린 .....것들이 삭아 뜨거운 열량을 가진 비옥한 토양으로 변한다. 이 비옥한 토양이 우리의 시와 이야기를 꽃 피워 주는 자원이다. 하지만 비옥한 토양은 단시일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필요하다. 유기적으로 이어진 인생의 모든 세부 항목들을 계속 뒤집고 또 뒤집어서 쓸데없는 찌꺼기들을 걸러 내야만 기름진 토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겠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나는 인생의 쓰레기에 대한 용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구절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고난한번 겪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그 고난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면 문제이지. 그 고난속에 묻혀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 할 것이다. 어떤 스님이 한 말씀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는데, 똑같은 문장은 기억이 안나고 의미만 옮겨 보자면. 자신에게 상처준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를 왜 버리지 못하고 부둥켜안고 냄내나냄새나 하고 있냐는 것이다. 내가 버리면 그만인것을. 쓰레기 인줄 알면서 버리지 못하고 부둥켜 안고 힘들어 하던 시절 우연히 읽은 그 구절이 내내 힘이 됐었다.


그런데 그런 인생의 쓰레기도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저자의 글을 읽고 나서야 갑자기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직접적으로야 글의 소재로 삼을 수 있을 것이지만, 간접적으로 인생의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말한 인생의 쓰레기는 마음의 상처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다. 쓸데 없는 인생의 순간들도 비료가 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의미없어 보이는 끄적거림의 흔적들도 비료가 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해서 비료가 될 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발효시키고, 비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때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계속 성숙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쓰레기 같은 글일지라도 일단 계속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달에 노트한권정도씩을 꾸준이 썼다고 한다. 어떨땐 더 많이 쓰기도. 그 노트로 집을 짓고 싶을 정도로.


우리는 쓰기를 두려워하고 써온글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대부분 몇권의 노트를 써본 경험이 있다. 일기.

의무적으로 일기를 써오며 컸고 학창시절이 지나도 꽤 오래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일기가 됐든 무엇이 됐든 일단 자기의 얘기를 계속 써본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마치 작가가 된 것처럼 대단한 글을 써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들기 마련이다.

저자는 쉽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 일단 쓰라고. 무엇보다 꾸준이 쓰라고. 뭘써야 할지 모른다면 이렇게 써보라고 방법들도 꽤 여럿 알려준다. 피식 웃음이 나는 유쾌한 방법들도 있고, 뭘 그렇게까지 싶은 방법들도 있다. 하지만 해보고 싶은 유용한 방법들이 많다.


이 책은 1986년 출간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한 글쓰기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약간 신기하기도 하다. 시대를 타지 않는 책인건가?!

예전에 김영하 작가의 말하다 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작가지망생들에게 유용한 내용들도 많았지만 작가는 타고나야 하는 것처럼 아무리 연습하고 노력하고 글을 써봐도 타고 나지 않으면 작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걸로 읽혀져서 기분이 나빴었다. 더구나 김영하 작가의 글은 너무 치밀하게 계산적으로 씌여진 글인 것이 느껴져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었다. 그 뒤로 작가들이 쓴 글쓰기 관련 책들은 안 봤었는데, 이 책은 거의 정반대의 책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편하고 자유롭고 작가의 권위의식이 없어서 좋았다.


전문작가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시대가 아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이다. 책이 많이 읽히지 않는 시대라고 하는데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 시대 같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읽히지 않는 다면 써놓고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른이에게 읽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들로 글쓰기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작가로서 작가의 글쓰기를 지도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부분도 많지만, 저자가 말하는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냥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방법들이다. 그렇게 글을 쓰다가 자신의 인생이 더 충만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더욱 선물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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