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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읽기 시작하자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어서 중간에 밥숟가락까지 떠가며 책을 붙잡고 있다가 단번에 읽어내렸다.
가슴뛰는 소설이었다.
구병모 작가의 책은 '위저드 베이커리' 로 처음 접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청소년문학을 참 좋아한다.
어줍잖은 멋내려고 본인도 잘 모를 것 같은 문장들을 마구 뒤섞어 놓은 소설들이 간혹 있는데, 청소년문학은 대부분 명확한 편이기 때문이다. 깊이나 구성의 질적 차이가 있어서 완성도는 떨어지게 느껴지는 작품일지라도, 적어도 통하지도 않을 인위적인 기교가 없달까.
'위저드 베이커리' 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청소년이 겪음직한 폭력의 문제를 시크하지만 온정있게 다독여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었다.
맘에 드는 작가의 책은 연달아 읽는 경향이 있는 나는 바로 구병모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었었다.
'피그말리온 아이들' 을 읽고 마음이 너무 무거웠었다. 역시 특유의 필력이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이었고 그래서인지 더 가슴답답했었다. 분명 어딘가 있을 그런 학교에 그런 아이들이 있을 텐데, 어른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현실이, 법이, 제도가 그 어쩔 수 없음을 알기에 너무 죄책감이 느껴져서 대상도 없이 마냥 미안해졌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면서도 바로 다음 작품을 찾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년이;;;
그러다가 창비 '눈가리고 책읽는당' 이벤트에 당첨되서 제목도 작가도 모른채 읽게 된 소설이 '버드 스트라이크' 였다.
믿거나말거나 지만 영어덜트소설/작은날개/새인간 이라는 출판사의 단서만 보고도 구병모 작가가 떠올랐다. 내가 아는 작가들이 몇 안되어서 일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청소년문학 작가가 구병모 작가여서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단 한명의 작가 이름이 떠올랐다.
작가도 모르고 제목도 없는 가제본 책을 받고, 이제 작가도 제목도 알게 된 상황에서 책을 읽고 나니, 갑자기 궁금해져서 검색해봤는데, 구병모 는 필명이고 본명은 정유경 인 1976년생 여성 작가 였다. 헐. 구병모 이름만 보고 남성 작가 인줄 알고 있었는데(그래서 남성 작가가 이런 분위기를?! 하며 더 궁금했던 작가였는데), 작품도 꽤 많고 해서 나이도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왠지 의외였다.
이제 어엿한 제목이 붙여진 이 소설은 뭐랄까... 판타지는 아닌데 그렇다고 현실세계도 아닌 이 소설은... 날개가 돋는 익인이 나오고 십대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이 소설을 뭐라고 해야 할까... 소외된 가족을 품어안고 과학화되는 사회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대비시켜 드러내는 이 소설을... 순간의 사랑과 영원의 사랑과 사랑아니어도 사랑인 "사랑"을 풀어내는 이 소설은... 읽는 이를 날고 싶게 하는 소설이다. 그 날갯짓이 도피인지자유인지 떠나가기함인지돌아오기위함인지 어디를 향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던간에 여하튼, 날고 싶어 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시니컬함이 가시처럼 느껴질때 구병모작가의 작품을 멈추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무래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더더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요새 읽을 책들이 좀 쌓여 있어서 바로 시작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한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구병모 작가의 작품들을 모조리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