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공부 - 나이 듦에 대한 희망의 여정
토마스 무어 지음, 노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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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이듦에 대한 책이고 노년에 대한 책이며 영혼의 책이고 영성의 책이다.

저자 이름을 얼핏 봤을땐 중세시대 철학자 인줄 알았다. 그러나 유토피아 - 토마스 무어 가 아니라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분이었다.

저자는 수도사였다가 음악가였다가 대학교수였다가 심리치료사로 살고 있다.


Ageless Soul 라는 원서 책이름의 뜻은 '영원한 영혼' 이다.

저자가 의도한 영원한 영혼 은 종교적 의미 보다는 나이들어감에 대한 혹은 늙음에 대한 통찰이다. 그런의미에서 한국어판 제목을 '나이공부' 로 한 것은 적절히 잘 바꾼 것 같다. 번역도 깔끔하고 매끄러워서 읽기 편했다.​ 


저자의 나이는 올해 80세 정도이신 것 같다. 미국출판본이 2017 인데 책속에 76세라고 언급하셨고, 지금은 2019년이고 미국은 우리나라와 나이계산법이 다르니까... 여튼 우리나라 나이로 80세 정도 되신 것 같다. 나이만 보면 헉 하면서 너무 꼰대스러운 말들만 있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될 수 도 있지만, 그렇진 않았다. 현대적이라던가 신세대적이라는 것과 다른, 그런 젊은 식의 수식어가 필요없는 성찰의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늙음이란 좋아지는 게 아니다라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몰랐던 것만 같은 문장이 초반에 나온다. 그러나 신체는 좋아지는 게 아니지만, 영혼은 좋아질 수 있음을 책을 읽고 나면 깨닫게 된다. 결국 늙음이란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가 든다는 말을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사람이 되고 점점 더 자기자신이 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렇게 나이를 제대로 먹지 않고 늙어가기만 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나이가 드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라는 것을 다양한 내용들로 조언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나이를 발견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 나이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나이가 드는 것은 자기 자신의 실현이지 쇠퇴가 아니라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관계를 맺고 자극을 받으며 기여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서 확고하게 설 수 있고, 나이란 한 사람이 살아온 햇수보다 그 사람이 사는 방식과 더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나이 들어가는 이들의 필생의 사업은 어른이 되는 것이고 후대를 위해 유산을 남기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하면서 다만,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나이를 잘 먹어야 이 일을 할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저자가 인용한 말중에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영혼의 발달은 직선상의 운동처럼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알에서 구더기가 나오고 구더기에서 파리가 나오는 변태 과정처럼 상태의 상승으로 이뤄진다.' 즉, 영혼의 발달은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다 되는 것도 아니며 어느 상태에 머무를 수도 있다. 상태의 상승은 노력해야 올라갈 수 있는 계단식이다.(곤충의 변태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알에서 애벌레,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그 안에서 목숨을 건 노력이 있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저자는 나이를 먹는 아픔은 시인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나이를 먹고 또 나이 듦의 본질적인 측면인 진짜 사람이 되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이 영혼으로 나이 든다는 말의 의미라고 한다. 나이를 먹어 슬픈 이유 중에 '병' 이 빠질 수 없을 텐데, 병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새로웠다. 우리는 병을 치료가 필요한 신체적 쇠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저자는 병을 하나의 경험으로서, 그러니까 정서적,지적,관계적인 경험으로서 병이란 삶을 검토하고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우리의 운명을 직시하고 우리의 가치관을 정리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나도 동의한다.


저자는 노인들의 분노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한다. 분노는 우리 안에 있는 생명력의 좌절된 표현이므로 쉽게 분노하는 노인에게 여유롭게 대해줄 것을 요청한다. 문제는 노인들의 분노가 아니라 성숙하지 못한 분노인 것이다. 늙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이 들고 성숙해지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은퇴를 우울하게 볼 것이 아니라, 은퇴는 느긋하고 자유롭고 대안적이고 창조적이며 개인적인 보람과 발견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은퇴는 정말로 물러나 쉰다는 말이 아니다. 일을 끝낸 사람들이 '인생의 자유로운 단계'에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한다. 이제 가슴의 욕망을 따라갈 수 있고 실로 영혼의 갈망을 추구할 수 있는 때라고. 인생을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고 심오하게 살면서 깊은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때라고.


나이들어가면서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은 우리의 자아를 강화해주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고 싶은 욕망과 관대함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한다. 아직 오지 않은 이들을 껴안는 것은 또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가치를 걱정하기 때문이니,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보다 더 자기 자신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의 평화와 유산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이들을 위해 뭔가를 남김으로써 더 깊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어른' 으로서의 본 을 찾을 수 있는 듯 했다.


저자가 인용한 문구 중에 멋있는 표현이 있었다. '세계를 통과하는 길을 찾는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길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 정말 그렇다. 현실에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길이 더 어려운 길인 것이다. 넘어서는 것은 엄두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피할길이 없는 길을 통과해가는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가 계속 반복하는 주제는 나이 듦이란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기꺼이 마음을 열고 그 초대를 받아들여서 몇 번이고 변하는 것을 의한다는 것이다. 그 많은 변화가 모여, 지켜본 인생이 아니라 살아온 인생이 된다고.

이 책의 요점 중 하나는,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고 자극을 받아 조금이라도 변하게 될 때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나이든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사람으로서 원숙해지는 것이다.

노년은 자기 축소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다양화하고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고 한다.


책 중에서 가장 신선하 표현이었달까?! "노인들에게는 접혀 있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날개가 있다. 그 날개에 주목하자. 그것은 세월이 흐르면 그들을 날아오르게 해줄 그들의 정신이다. 그들은 매년 그들을 변화시킨 삶을 살아왔다. 그들은 그렇게 짜증을 내고 불평을 늘어놓아도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천사에 가깝다. 그들은 그 고약함 덕분에 주변의 영혼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을 이렇게 날개를 접고 있는 천사로 본다면 이세상 세대갈등은 확 줄어들것만 같은 ㅎㅎ


우리는 매일 살아가고 매일 죽어간다. 항상 두 가지 방식으로 인생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나이들어가면서 가까워지는 것은 살아갈 삶 보다는 죽음이다. 그러나 저자는 죽음은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깊이를 부여한다고 한다. 저자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죽음이라는 제약은 일종의 자유로 생각할 수도 있다. 죽음이 가까운 나이가 될수록 오히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더 창조적으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듦은 도전이지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가는 통로를 지나는 일이다. 누군가가 되는 일이다. 나이듦은 날것의 기억과 성격적 특질을 진정한 자기로 바꾸는 껄끄럽고 힘든 과정이다. 그러면 이제 더 이상 미숙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나이 든다는 말을 그냥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경험을 반성하면서 진짜 사람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성취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표현들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의 마무리를 나도 따라해 본다.

"자, 역설 중의 역설로 끝내자.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멜랑콜리를 느끼면서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최대한 즐겁게 나이에 상관없이 나이를 먹지 않으면서 살기로 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늙음을 부정하고 저항하며 품위 없이 늙어가던가, 아니면 태어나고 자라고 나이 들고 죽는다는 생의 법칙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생을 풍요롭게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던가 라는 옮긴이의 말에 나는 (저자의 견해를 받아들여) 그냥 늙어가지 않고 제대로 나이 먹어서 후대를 위한 유산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남겨줄 수 있는 인생을 살아보겠노라고, 그렇게 즐겁게 늙어가겠노라고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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