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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ㅣ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4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평점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는 책이어서 읽고 나서 몹시 기분이 좋았다.
The Lord God Made Them All 이 원책의 제목이라 한국어판 제목도 그대로 옮긴 듯 한데, 기독교가 일반적인 영국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 자연스러울지 모르지만, 나처럼 비기독교인도 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종교적 책인가 싶은 선입견을 주는 듯 해서 한국어판 제목은 달리 했으면 좋았을 껄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감상으론, 내용이 제목과 아~무 상관이 없없다;;;
4권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 것 같은데, 나는 앞 책들을 읽지 않았다. 연작 소설이 아니므로 앞의 책들을 안 읽었어도 그닥 상관 없는 내용들이었다. 저자는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평생 수의사로 살아온 사람이다. 이 책은 1981년에 출판되었는데, 출판시기 보다 훨씬 과거의 시간들을 다루고 있으므로 지금 시점에서 보면 50여년 전의 일들을 다룬 책이다.
책 제목도 좀 불편하고, 너무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고,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수의사가 쓴 책도 처음이고... 도통 공감되지 않을 것 같았던 책이었는데... 왠걸 너무 재밌었다. 읽는 내내 키득거리다가 마음에 한가득 미소가 어렸다가 풍경좋은 시골마을그림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편안해지기도 했다.
지금보다 50년도 더 전의 수의사는 당연히 지금보다 기술도 약도 없이 동물들을 치료해야 했다. 농장부터가 지금의 현대식 시설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었다. 몇 겹의 울타리 문을 일일이 열고 들어가다가 치이고, 소뒷발질에 치이고, 고집센 농부들의 독단에 치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구식농장에 행복해 하는 농부의 미소에 공감하고, 자신의 실수로 동물들이 잘못될까 항상 걱정하고, 우직한 신뢰감으로 탓하지 않는 농부에게서 삶의 자세를 배우기도 한다.
아들이 학교들어가기 전 나이일때 왕진에 항상 데리고 다니고, 그 뒤를 이어 딸도 완벽히 꼬마보조역할을 해내며 자연과 함께 커가는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도 읽다보면 마음따듯해진다. 딸의 출생과 아들의 피아노연주회 때의 심정을 담은 부분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법한 시간들이었다.
저자가 이 책을 썼던 시기는 이미 20여년전을 회상하며 쓴 것이고, 그래서 더욱 그 기억들을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썼던 것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 책의 말미에 왕진갔던 농가의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으로 책을 마무리 한것도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이리라.
"열 살과 여섯 살...선생은 아마 모르겠지만, 지금이 선생의 인생에서 제일 좋을 때에요.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당신 주위에서 한창 자라고 있을 때, 그때가 제일 좋을 때에요. 누구나 마찬가지에요. 다만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고, 또 많은 사람이 뒤늦게야 그걸 깨닫죠. 그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아요"
"저는 그걸 별로 생각지 않고도 항상 깨달았던 것 같은데요"
차를 몰고 농장을 떠날 때도 노부인의 말은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헬렌과 내가 결혼 4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노부인의 말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살면서 좋았던 때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제일 좋은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할머니의 말이 옳다는 데 헬렌과 내 의견이 일치한다.
나는 위 내용이 이 책을 가장 대표하고 잇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 저자가 느꼈던 행복이 읽는 이에게도 전달되는 따뜻한 책이다.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간을 그리워하며 지금의 시간을 아쉬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간을 행복해하는 지금의 시간도 행복해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른 사람의 좋았던 때를 이렇게 순수하게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책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미래에도 멋진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라는 문장 속 그 미래를 저자는 잘 만들어오며 산 것 같다. 멋진 삶이고, 멋진 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