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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 촉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과학
마르틴 그룬발트 지음, 강영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속표지를 보니 이 책의 원 제목은
HOMO HAPTICUS : Warum wir ohne Tastsinn nicht leben können 이다.
호모 햅틱쿠스 는 저자가 만들어낸 단어 인듯 한데, haptic 이 촉각의 라는 뜻이니까 '촉각의 인간' 내지는 '만지는 인간' 정도의 뜻인듯 하고.
책의 제목은 "우리가 만지지 않고 살 수 없는 이유" 로 번역된다.
또한 이 책의 부제는 "촉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과학" 이다.
다정다감한 표지의 이 책은 과!학!책! 이다. 이점을 잊으면 안된다. 읽는 내내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칼럼 내지는 에세이 정도의 책이 아니라 과학책 이라는 것을.
본문 내용에 대한 정리를 살짝 해보면,
[1장-촉각, 최초의 감각 과 2장-스킨십은 아이에게 밥이다] 부분은 예비부모나 영유아부모가 꼭 읽었으면 싶은 내용을 담고 있다.
부모세대가 자라오던 환경과 달리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은 다양한 매체의 현란한 총천연색 시각적 자극들이 가득하다. 부모가 자라던 시대는 볼게 없어서 만지고 뛰어다녔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볼것이 너무 많더라도 만지고 뛰어다녀야 한다. 태아때부터 영유아기까지 수정란을 태아로 만들고 태아를 아기로 만들고 아기를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극은 시각이 아니라 촉각이다. 가장 먼저 발달하는 자극이 촉각이고 나중에 청각으로 뱃속에서 부모의 목소리를 구별하고 태어나서야 후각, 미각을 느낄 수 있고 시각은 천천히 발달된다. 사람의 신체에서 가장 많은 자극수용체도 오감각 중에서 촉각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가 가장 많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피부가 온통 촉각체 아닌가. 그런데 이런 가장 기초척인 감각인 촉각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을 경우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과학적 증거들을 1장과 2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너무 어린 아이에게 검지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면 스마트기기를 통해 물체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 보다, 다섯 손가락으로 직접 다양한 느낌의 물건들을 만져보게 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과학자가 이렇게 증거를 들이대고 있는데 이를 반박할 수 있겠는가
[3장-자극이 있는 일상, 4장-느끼는 자에게 변화가 생기리니, 5장-만약 촉각이 사라진다면] 에서는 촉각과 관련된 다양한 가설들과 연구내용들을 바탕으로 촉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장 와 닿았던 문구가 '인체의 약국' 이라는 것이었다. 촉각은 인체의 약국이다. 사람은 긴장과 불안을 느낄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신체부위를 만지면서 안정감을 찾는다고 한다. 자존감이나 힐링 관련 강연 같은데서도 스스로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라고 하지 않는가?! 스킨쉽과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던 질병도 촉각적 자극을 줌으로써 호전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한다. 개인주의 사회가 되면서 반려동물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는 것 같다. 항온동물인 사람이 생존에 가장 필요한 감각은 촉각일 수 있는데 눈,코,귀,입 처럼 집중되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동안 덜 중요시 되왔던 경향이 없지않아 있는 듯 하다. 학문도 기초학문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감각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촉각은 좀더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6장-햅틱 디자인과 뉴로마케팅, 7장-앞으로의 연구 과제들] 에서는 촉각을 검증할 수 있는 햅틱연구도구 와 실제 응용되고 있는 디자인과 마케팅 부분을 설명하고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지향적인 연구 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은 창업자나 디자이너, 마케팅 관련 업계 사람들이 참고하면 유용할 것 같다. 광고에 응용되고 있는 부분들은 소비자인 우리도 알아야 할 내용일터. 햅틱 관련 제품이나 홍보물 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생각해보고 실제 쇼핑할때 제품 선택시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다시 제목 얘기를 좀 더 하고 싶다.
''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이라는 제목에서 기대되는 내용은 '촉각을 통해 내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였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는 '손길이 중요하다' 가 포인트였다. 그 중요한 손길이 내게 어떤 일을 일으키고 있는 지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았다. 과학책이다 보니 특수한 경우에 더 중점을 두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원서 제목 그대로 '우리가 만지지 않고 살 수 없는 이유' 로 했다면 내용과 더 잘 연결되는 제목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가벼운 느낌의 제목과 달리 익숙치 않은 과학적 내용들은 "이기적유전자" 라는 책처럼 간단한 핵심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좀 난해하게 전개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호모사피엔스" 처럼 '호모햅틱쿠스' 라고 했으면 인문학적인 측면으로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기적유전자' 나 '호모사피엔스' 처럼 어렵게 읽히건 쉽게 읽히건, 스테디셀러가 된 책들은 나름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시대를 꿰뚫는 중요한 메세지 때문이 아닐까? 이 책도 그런 메세지가 있는 책이다. 처음에 좀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책이더라도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는 '촉각의 중요성' 을 깨닫기 위해 감수해야 할 어려움 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손길이 닿았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한번 더 안아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