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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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 명상록

이라고 옮긴이는 제목에서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검색하면 다양한 종류의 번역본이 나오는 걸 보면 명상록 은 고전 중에서도 꽤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은 옮긴이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이라고 해서 신뢰가 갔다. 중역본 보다는 아무래도 원전 번역본이 그 의미를 제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는 고대 로마의 황제 이다. AD 121~180 시기를 살았고 이중 AD 161년 부터는 죽을때 까지 황제의 자리에 있었다. 로마 제정 시기중 오현제 시대라 불리는 시기의 마지막 황제이다.

누군가가 쓴 책을 읽을 때 나는 그 책의 저자가 살던 시대적 환경과 저자의 삶의 환경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야 저자의 표현과 생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몸젠의 로마사'를 읽고 있어서 고대로마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도... 여튼 이 책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만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시대적 환경을 조금 정리해 보면,

고대 로마는 BC 753년 건국되어 왕정이었다가 BC509년 공화정으로 바뀌고 BC27년 아우구스투스 부터 황제의 시대가 시작된다. AD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까지 고대의 다양한 신들을 섬기는 다신교 였으며, BC146 고대그리스 가 로마에 병합되면서 그리스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고대로마가 제정시대로서 안정기였고 다양한 사상과 문화가 풍부했던 시기에 살았던 황제 라는 말이다. 그러나 로마는 고대부터 이어져 오던 원로원과 집정관, 호민관 등의 다양한 관리들과 황제 사이의 갈등이 있어왔고, 공개형 정치풍토로 인해 광장에서 다 보고 듣고 소리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항상 신경써야 했다. 또한,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든 지키기 위해서든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성장중인 국가였다.

이러한 시대에 (옮긴이에 의하면 AD170년 즈음부터 10년 정도의 기간동안) 시간나는 틈틈이 쓴 개인적인 비망록이 후에 명상록이라는 이름을 얻어 출판되어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철학서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니고 사상서도 아니다. 일기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보통 일기라 하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를 쓰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일기라기 보다는 일종의 생각메모모음 같은 느낌이다. 저자가 자신을 향해 계속 다짐을 시키고 환기를 시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대에서 지금까지 전해 오는 책들은 온전히 전해 내려오는 경우도 드물 뿐더러 전해지는 파편들도 당시의 것으로 온전히 복구하기도 힘들다. 지금 처럼 종이가 있던 것도 아니고 더구나 출판할 의도도 없었다면 언제 썼는지 순서도 알 수 없고 왜 그런 생각을 썼는지 상황도 알 수 없는 그런 글들이 나중에 모아진 것이 이 책인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가?

이 책의 시작은 저자의 주변 사람들의 장점을 나열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지어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장점을 찾아낸다. 나의 장점보다 타인의 장점을 먼저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좀더 겸손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저자는 60년 정도를 살았는데 옮긴이의 설명에 의하면 이 책의 내용들은 50세 전후 쓰여진 것 같다. 인생의 고저를 겪은 나이에 황제로서 전쟁터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객관화 시키는 저자의 말들은 그 글들이 언제 읽혀도 읽는 이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명상록 이라는 이름을 얻어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것이 아닐지...

저자는 스스로에게 너는 이래야 한다 너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건다. 죽음에 초연하고 남의 평판에 흔들리지 말고 현재를 중요시 하며 다른 누구보다 본인을 본인의 본성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고 자기 자신에게 충고한다. 고대로마 사람들은 화를 잘 냈었나 싶은 것이 비슷한 시대의 키케로 라는 사람도 '화에 대하여' 라는 책을 썼었는데, 저자도 화내지 말것을 자신에게 계속 말해 주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불교적 수행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계속 자기 자신을 성찰하도록 하고 욕심을 내려 놓고 주변을 배려하도록 되뇌는 것은 거의 수행자 수준이었으므로.

그래서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 순서도 크게 상관없이 아무데다 읽어도 될것 같다. 읽은 구절이 자꾸 뇌리에 맴돌면 책을 덮고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명상록이라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는 로마 사람이지만 이 책의 원전은 고대그리스어(=헬라스어)로 쓰여졌다. 당시 로마의 지식인층은 그리스 문화와 철학에 익숙했고 헬라스어를 사용할 줄 아는 이가 많았다. 더구나 저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과 문화에 상당히 깊은 이해를 하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에게도 많이 적용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저자의 삶의 측면에 대한 해설이 부족하고 뒤에 붙은 에픽테토스 명언집 이라는 부분은 명언집 이라기 보다는 에피소드모음에 가까운데 그에 대한 보충설명도 없는 것이 아쉬웠다.

고대그리스어로 쓰여진 원전 들은 천병희 선생님께서 숲 출판사에서 많은 책들을 번역해 놓으셨고, 정암학당에서 연구자들이 플라톤 전집을 비롯해 많은 연구들을 하고 있다. 고대그리스어 원전에 가장 충실한 책들은 대부분 이 두곳에서 나온 책들이다. 그러나 언어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말인데도 70년대 말투로 쓰여진 책을 지금 본다면 어색하기 그지 없다. 또한 너무 학문적인 책도 어렵게 느껴져서 쉽게 손에 잡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고전도 다시 새롭게 번역한 책을 읽는 것이 현대적일 수 있다. 더구나 쉬운말고 쓰여졌다면 더욱 부담이 없을터. 다만 그동안의 고전연구결과가 반영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록 의 원전번역 최신판은 반가운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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