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은 故 유재하의 기일이었다. 1962년에 때어나 1987년에 돌아갔으니 만 25세의 죽음이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뒤 그가 남긴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앨범 한 장뿐이었다. 생전의 그는 무명이었으나 사후의 그는 눈부셨다. 유재하라는 이름은 어느새 ‘요절한 천재‘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고 그에게 기꺼이 존경을 바쳤다. 그러나 어떤 이도 그를 온전히 되살려내지 못했다. 모든 천재가 그렇듯. 그는 한 세계를 열었고 또 닫았다. 유재하는 ‘유재하‘라는 음악의 기원이자 종언이었다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가듯 떠나듯 이는 제 갈 길을 찾았나.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을.˝ 그의 요절이 이 노래를 더욱 사무치게 한다. 그가 길을 찾자마자 그의 여행은 끝나버렸다. 그러나 그는 죽어서 스스로 길이 되었다
유재하는 언제나 스물다섯 살 청년의 목소리로 우리를 위로한다. 고인의 20주기에 <사랑하기 때문에>를 다시 듣는다. 이 곡의 도입부 35초를 이 세상의 어떤 음악과도 바꿀 생각이 없다. 아. 이것은 20년 전의 음악이다.
음악은 진보하지 않는다
(2007.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