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인간의 변화는 진저리를 동반한다. 독서에는 반드시 몸의 변화가 따른다. 가벼운 바람도 있고 통곡할 때도 있다. 어쨌거나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여성들이 여성학 책을 읽을 때가 대표적인 경우다

- 진저리를 쳤다 <베니스에서 죽다> 정찬


가장 신비로운 바둑의 세계는 복기(復棋)다. 프로 기사들은 대국이 끝난 직후 복기를 둔다. ˝보이지 않는 창칼˝이 오간 상태.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다시 배우는 것이다.
˝프로 대국의 복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주요 국면의 수법과 반면 운영, 심지어 전략의 발상까지도 되짚어 분석, 검토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에게 모두 진일보하는 계기가 된다. 복기는 패자에게 상처를 헤집는 것과 같은 고통을 주지만 진정한 프로라면 복기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복기를 주도한다. 복기는 대국 전체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며, 유일하게 패자가 승자보다 더 많은 것을 거둘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 복기 <이창호의 부득탐승>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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