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고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
故 최고은 작가의 마지막 남긴 쪽지가 가끔 목에 걸린 것처럼 생각난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 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우리에겐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다

이웃을 향한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되는 길을 모색합니다


시대의 비극으로부터 일어나 회복으로 이끄는 힘은 세련되고 거창한 말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격한 우격다짐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거창하고 과격한 것들에 휩쓸리지 않는 평정과 극단의 열기를 경계하는 온화함에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위기 또한 같은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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