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이런 독서를 ‘쾌락‘ 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는 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렇다고 의무감만으로 읽는 것은 아니다뭐랄까,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눈을 감고 걷고 싶지는 않다는 생존본능이기도 하고,아무것도 몰라서 남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다는 최소한의 윤리의식이기도 하다이런 면에서 잠시라도 타인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은 나를 ‘눈 먼 자들의 도시‘ 에서 구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