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은총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이동윤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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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상을 비롯한 영미권의 미스테리 관련 상에서 대부분 언급되었고 수상하였다는 루이즈 페니의 두번째 작품이라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작가와의 첫 만남. 데뷔작인 스틸 라이프를 구매할까, 아님 이 책을 구매할까를 고민하다 알라디너들의 서평을 보고 이 작품을 선택했었다.

일단 표지가 너무 예쁘고, 두껍지만 무겁지 않은 책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맞고..뭐 이런 그닥 중요하지 않은 이유와 더불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겨울의 캐나다를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영하 30-40도를 넘나든다는, 그렇지만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 벽난로와 허리케인 양초가 은은히 비추이는 거실, 카페라테와 따끈한 크루와상으로 이루어진 아침식사...

캐나다 록키를 구경하러 간 여행에선 늦봄과 초여름 어디즈음에서 벤프 국립공원을 갔던지라 녹아가는 빙하와 에메랄드 빛 호수들, 끝없는 침엽수들이 인상에 남았었는데...겨울의 캐나다는,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조그마한 마을들은 또 다른 매력을 물씬 풍긴다.

스리 파인스의 주민들과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삶의 우아함을 잃지 않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마플 시리즈에 나오는 것 같은 위선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배려도 놓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아마도 나는 추리소설 같지 않은 그런 인물의 매력과 캐나다의 사계 안에 녹아있는 생활방식을 청명하게 묘사하는 문장들에 이끌려 이 시리즈를 읽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춥디 추운 겨울 쨍한 햇살아래 빛나는 얼음결정들이 반짝이는 것 같은 매력이 있는 작품.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하네, 르미외 형사. 나는 종종 우리가 자주 쓰는 쪽 손등에 다음과 같은 문신을 새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면 당신은 절대 이 일을 잘 해낼 수 없을걸요. 자신에 대한 진실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 대한 진실을 찾아낼 수 있겠어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야말로 최선을 알아볼 수 있는 겁니다.

해답은 없었다. 그 말은 그의 말이었고, 그의 삶이었으며, 그의 길이었고, 그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은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었는 수수께끼를 풀어내려 온 생애를 다 바쳤다. 그녀는 절대로 그 해답을 알아낼 수 없을 터였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알아야 하는 것은 그녀 자신의 삶과 죽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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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사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 일부를 정주행 중.
특히 마포 김사장님께서 책을 추천하는 코너 ` 어둠의 책방`을 때로는 키득거리며 때로는 감탄하며 듣고 있다.
북플 시작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하기를 차곡차곡 해주시니...
아~ 가끔은 김사장님의 말빨, 글빨이 원망스럽다.
세상은 넓고 책은 많고
돈은 없고 식견은 얕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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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6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해봅니다^~^

cyan 2015-03-17 07:25   좋아요 0 | URL
깊은 공감 감사합니다 ㅎㅎㅎ 책장 정리를 좀 해야하는데 계속 미루고...책주문은 계속되고....그렇습니다 ㅎㅎ

[그장소] 2015-03-17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디자인 보고 북스피어 인줄 대번에 알아봤어요. 약간 미야베의 홀로 남겨져 ㅡ 와 비슷하달까 요.ㅎㅎㅎ
마포 김사장 님...저하고 한살 차이..완전 한숨 ㅠㅠ;사람그릇 이 뭐 이리 다른가...ㅎㅎㅎㅎ 하고

cyan 2015-03-17 10:43   좋아요 1 | URL
오~ 그러고 보니 비슷하네요 ㅎㅎ그릇의 차이는 저도 실감하곤 한답니다. 그렇지만 주어진 그릇이니 작지만 열심히 비웠다 채웠다 해보려고 아주 가끔 의지를 불태우곤 하지요 ㅎㅎ 아주 가끔이여서 더욱 문제이지만....
 

옛날이 좋았지, 그땐 낭만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어...
이런 이야기 보다는 생생한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좋다. 그렇지만 충만한 오늘이 있으려면 좌충우돌하고 좌절하는 어제도 필요한 것이 사실.
우연히 만난 4명의 청춘이 방황하고 성장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담히 그려진다.


 

시간도 우연도 돈으로는 살 수 없다는 네 말은 옳아. 그렇지만 생명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해. 돈이란 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놈을 지키기 위해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거야.

"우리는 마음이 너무 민감하면 사회적인 방해꾼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살고 있어. 마음의 느낌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이 사회의 둔감증을 견딜 수 없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고 말아.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됐어."
"마음의 느낌? 무슨 느낌?"
"세상의 모든 느낌. 비가 내릴 것 같은 느낌, 내 몸 어느 작은 부분에 미세하게 무언가가 와 닿는 느낌, 어떤 슬픈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부는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 같은 느낌,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천장에서 벌레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흙 속에서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 그 모든 느낌. 그런 것들을 알아차리게 해줄 매뉴얼 같은 건 없어.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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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다른 책을 읽었다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이후 작품들은 무관심했었다. 이 책은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구입해놓고 이제사 읽게 되었고.
영화에서는 반짝이는 햇살아래 분수대로 뛰어들던 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의 영상이 선명하다.

그렇지만 원작인 이 소설은 그런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존재하는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편협함과 비열함, 허구 뒤로 숨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함을 이야기 한다.
기본적으로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미화된 해피엔딩 보다는 인간이기에 있을법한 씁쓸한 결말이 더 와닿는다.
그래서 매큐언의 작품을 다시 구매목록에 올릴 것 같다.


그녀는 또한 자신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마음의 평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남에 대한 친절이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있을 때가 제일 좋은 법이다.

그 공상 속의 주인공은 브리오니 자신이었지만, 이제는 세상 속으로, 그녀가 만드는 세상이 아니라 그녀를 만들어낸 세상으로 되돌아온 그녀는 초저녁 어스름한 하늘 아래 서 있는 자신이 점점 더 작게 느껴졌다. 밖에 나와 있는 것이 피곤했지만, 아직은 안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인생에는 실내 아니면 실외밖에 갈 데가 없는 것일까? 어디 또 다른 데가 있지 않을까?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그녀가 삶에서 정면으로 부딪치기 싫어했던 것은 소설에도 빠져있었다. 진정한 소설이 되기 위해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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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는 이렇게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평했다.
그리고 나는 장장 10년이라는 집필 기간을 거쳐 출간되었다는, 그리고 13년 서점대상 2위라는 문구에 솔깃해서 골라든 책이다. 나에게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와는 첫 만남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책은 진지하고 재미있으며 총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만큼 무겁기도 하다.
추리소설로서의 반전도 묵직하거니와 가해자와 피해자, 경찰과 언론과의 갈등, 조직으로서의 경찰내 역학관계와 조직내에서 개인이 지는 책임, 가족내의 소외와 소통의 문제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한참 직장내 문제로 고민이 많았을 때여서 그런지 미스터리의 관점에서 보다는 `경찰소설`로서 더 많이 와 닿았고 주인공 미카미의 고민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인간사 사는 것에 정답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숫자만큼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살만한 것이 인생이고 고민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직무에 답답하리만큼 충실한 일련의 인물들을 보면서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그러면서도 추리소설의 재미도 탐닉한 작품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꾸준히 읽어볼 작정이다.





"자네가 맡은 자리로 돌아가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허비하는 건 아둔한 짓이야."
뭐라고?
"오늘은 오늘을 위해, 내일은 내일을 위해 존재하네."

"윗사람은 바뀔 수 있지만 직무는 변하지 않아. 홍보에 관련된 일은 홍보실에서 결정해야 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란 말일세."

홍보담당관의 직책을 다했다. 그러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 앞으로 더 많은 걸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고요했다. 불안도, 회한도 모두 깊숙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수면은 거울처럼 맑았다. 그게 유일한 구원이었다.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순간 유일하게 실감할 수 있는 사실을 곱씹었다.
여기서, 형사부가 아닌 이곳에서 홍보실에서 부하를 얻었다.

"~ 자네가 자책감을 느끼는 건 당연해. 제대로 된 인간이란 증거지. 하지만 홀로 조직 전체의 책임을 짊어질 필요는 없네. 그건 불가능한 일이거니와 주제넘은 생각이야. 우리 모두 똑같이 책임져야 해. 수사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그 아픔과 죄책감을 나눠 가져야 한단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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