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매큐언의 다른 책을 읽었다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이후 작품들은 무관심했었다. 이 책은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구입해놓고 이제사 읽게 되었고.
영화에서는 반짝이는 햇살아래 분수대로 뛰어들던 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의 영상이 선명하다.
그렇지만 원작인 이 소설은 그런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존재하는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편협함과 비열함, 허구 뒤로 숨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함을 이야기 한다.
기본적으로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미화된 해피엔딩 보다는 인간이기에 있을법한 씁쓸한 결말이 더 와닿는다.
그래서 매큐언의 작품을 다시 구매목록에 올릴 것 같다.

그녀는 또한 자신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마음의 평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남에 대한 친절이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있을 때가 제일 좋은 법이다.
그 공상 속의 주인공은 브리오니 자신이었지만, 이제는 세상 속으로, 그녀가 만드는 세상이 아니라 그녀를 만들어낸 세상으로 되돌아온 그녀는 초저녁 어스름한 하늘 아래 서 있는 자신이 점점 더 작게 느껴졌다. 밖에 나와 있는 것이 피곤했지만, 아직은 안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인생에는 실내 아니면 실외밖에 갈 데가 없는 것일까? 어디 또 다른 데가 있지 않을까?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그녀가 삶에서 정면으로 부딪치기 싫어했던 것은 소설에도 빠져있었다. 진정한 소설이 되기 위해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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