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잃은 친구가 말하길 "부모를 여읜다는 것은 죽음과 자신 사이에 놓여 있던 가로막이 없어지고 허허벌판에 내던져지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경험이 이 사람의 ‘현재‘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귀어야 하는 것은 이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여야 한다.
"인생 경험이 충분히 있는 어른은 자기가 해야 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꿈 없이도 알찬 나날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다. 스스로 ‘조금이나마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정해진 틀이 없는 ‘우정‘에는 남자도 여자도 없다. 각자의 세월을 거쳐 현재에 이른 동성, 이성 친구들과 남은 시간을 풍요롭게 공유하변서 나이를 먹고 싶다.
한참 전에 읽어서 가물가물...빨간 책방과 영화 덕분에 재독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이사벨은 삶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을 생생히 깨달았다.
고민이 있더라도 가슴에 묻어 두어야 했으며,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다고 해서 어려운 세상살이가 더 쉬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죄다 포기해 버리고 싶은 욕구보다 더욱 깊은 곳에서는) 살아가는 일이 앞으로 오랜 기간 자신의 의무가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이런 확신에 고무되어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아직 힘이 남아 있으며, 언젠가 다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증거였다. 고통만을 위해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어쨌든 그녀는 아직 젋고 아직 많은 일이 생길 수 있었다.
"나하고 헤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너는 나를 붙잡고 있을 테니까. 네 마음속에 나를 간직해 두렴. 나는 지금까지보다 너와 더 가까이 있을 거야. 이사벨, 살아있는 게 더 좋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죽음도 좋지만, 죽음에는 사랑이 없어."
"가급적 당신의 인생을 지켜야 돼요. 일부분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끼지 잃어선 안 돼요. 겉으로 보이는 상황,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 세상의 형편없고 우둔한 짓거리 따위를 걱정하는 건 당신 자신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녀는 실제로 상상력을 제어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의 판단력에 맡기면 좋았을 중요한 순간에, 속으로 판단하지 않고 겉으로 보는 재능을 부적절하게 사용해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녀는 인생에 대하여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고, 끓임없이 세상을 응시하며 궁금증을 품었다. 그녀는 인생에 대한 많은 것을 내면에 축적했고, 자기 영혼의 움직임과 세상 동요 사이의 연속성을 느끼는 데서 가장 깊은 즐거움을 맛보았다.
"특권이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아. 부러워할만한 일도 아니야. 유령은 너처럼 젊고 행복하고 순진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보이지 않아. 넌 먼저 큰 고통을 겪고 뭔가 쓰라린 지식을 얻어야만 해. 그렇게 해야 눈이 뜨일 테니까."
"맞아요, 전 제 방식을 무척 좋아해요. 그런데 해서는 안 될 일이 뭔지 항상 알고 싶어요.""네 마음대로 하려고?" 터쳇 부인이 물었다."선택을 하려고요." 이사벨이 대답했다.
"요즘 나는 옛날보다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아요." 마담 멀이 이사벨에게 말했다. "그러나 사람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해도 될 거예요. 나이 마흔이 되면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죠. 예전에는 지나치게 열성적이고, 힘들고, 무자비하고, 아는게 너무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아가씨가 마흔이 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러나 뭔가를 얻는다는 건 뭔가를 상실하는 것이기도 해요. 마흔을 넘기면 내가 정말로 사물을 느끼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답니다. 신선미나 민첩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요. 아가씨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오래 그런 것들을 간직할 거예요. 지금부터 몇 년 후에 당신을 만나게 되면 나는 무척 만족할 거예요. 세상 경험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지 보고 싶군요. 그것 때문에 당신이 엉망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세상 경험은 당신을 함부로 다루겠지만 결코 당신을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을 거예요."
`좋은 영향은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거지. 중요한 건 영향을 받을 때 자기 처치를 살펴보고 잘 이해한 뒤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나는 항상 그렇게 할 거야. 지나치게 유순해질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유순하지 못하다는 게 내 결점 아닐까?`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먹어. 이것이 너에게 좋은 건지 아니면 저것이 좋은 건지 지나치게 생각하지 마. 양심을 너무 혹사하면 안 돼. 그러면 손끝으로 친 피아노처럼 엉망이 돼 버릴거야. 보다 소중한 기회를 기회를 위해 양심을 보존해야 돼. 네 성격을 다듬으려고 너무 애쓰지도 말고. 그건 마치 팽팽하고 부드럽고 어린 장미꽃 봉오리를 잡아당겨 억지로 꽃을 피우게 하는 것과 같아. 너 좋은대로 살다 보면 성격은 저절로 형성되는 거야. 대부분의 일들은 너의 편이 될 거고, 예외란 좀처럼 없을 거야."
"그대도 이와 같습니다. 자기 의견과 주장으로 이미 가득 차 있으니, 그대가 잔을 비우기 전에 내가 가르칠 수 있는게 있겠습니까?"
저스틴은 잠시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손을 내밀어 그 손을 잡고 조금 흔들었다. 어색한 순간이었고 아주 잠깐이었으며 너무도 작은 몸짓이고 표시였다. 살해된 어머니를 발견한 이래 아버지와의 첫 접촉이기도 했다. 그리고 왠지, 어떤 까닭인지, 그 접촉이 심장으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다.희망의 노래를.
"진실은 말이야, 저스틴, 난 질 거라고 봐. 언제나 그래. 그리고 삶은 늘 내 기대를 능가하려고 애를 쓰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