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7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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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실제로 상상력을 제어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의 판단력에 맡기면 좋았을 중요한 순간에, 속으로 판단하지 않고 겉으로 보는 재능을 부적절하게 사용해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녀는 인생에 대하여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고, 끓임없이 세상을 응시하며 궁금증을 품었다. 그녀는 인생에 대한 많은 것을 내면에 축적했고, 자기 영혼의 움직임과 세상 동요 사이의 연속성을 느끼는 데서 가장 깊은 즐거움을 맛보았다.

"특권이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아. 부러워할만한 일도 아니야. 유령은 너처럼 젊고 행복하고 순진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보이지 않아. 넌 먼저 큰 고통을 겪고 뭔가 쓰라린 지식을 얻어야만 해. 그렇게 해야 눈이 뜨일 테니까."

"맞아요, 전 제 방식을 무척 좋아해요. 그런데 해서는 안 될 일이 뭔지 항상 알고 싶어요."
"네 마음대로 하려고?" 터쳇 부인이 물었다.
"선택을 하려고요." 이사벨이 대답했다.

"요즘 나는 옛날보다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아요." 마담 멀이 이사벨에게 말했다. "그러나 사람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해도 될 거예요. 나이 마흔이 되면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죠. 예전에는 지나치게 열성적이고, 힘들고, 무자비하고, 아는게 너무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아가씨가 마흔이 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러나 뭔가를 얻는다는 건 뭔가를 상실하는 것이기도 해요. 마흔을 넘기면 내가 정말로 사물을 느끼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답니다. 신선미나 민첩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요. 아가씨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오래 그런 것들을 간직할 거예요. 지금부터 몇 년 후에 당신을 만나게 되면 나는 무척 만족할 거예요. 세상 경험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지 보고 싶군요. 그것 때문에 당신이 엉망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세상 경험은 당신을 함부로 다루겠지만 결코 당신을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을 거예요."

`좋은 영향은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거지. 중요한 건 영향을 받을 때 자기 처치를 살펴보고 잘 이해한 뒤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나는 항상 그렇게 할 거야. 지나치게 유순해질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유순하지 못하다는 게 내 결점 아닐까?`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먹어. 이것이 너에게 좋은 건지 아니면 저것이 좋은 건지 지나치게 생각하지 마. 양심을 너무 혹사하면 안 돼. 그러면 손끝으로 친 피아노처럼 엉망이 돼 버릴거야. 보다 소중한 기회를 기회를 위해 양심을 보존해야 돼. 네 성격을 다듬으려고 너무 애쓰지도 말고. 그건 마치 팽팽하고 부드럽고 어린 장미꽃 봉오리를 잡아당겨 억지로 꽃을 피우게 하는 것과 같아. 너 좋은대로 살다 보면 성격은 저절로 형성되는 거야. 대부분의 일들은 너의 편이 될 거고, 예외란 좀처럼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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