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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피 ㅣ 민음 경장편 1
김이설 지음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만약 우리의 삶이 소설과 닮아 있다면... 섬뜩하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과 부족한 운명을 탓하며 하루 하루 남에게 기대어 상처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비록 세상이 각박해지고, 비루해지며 따뜻함을 잃어간다고 하지만 화숙이나 수연이처럼 사는 게 전부라면, 정말 살 맛 안난다. 내 아픔을 남의 탓으로 돌려 그 화를 밖으로 풀어버리는 습성을 누가 죄라고 탓하랴. 그래도 후회가 밀려온다면 분명 그건 잘못 산 삶일지도 모른다.
꼬여도 이렇게 심하게 엉킬 수가 있는지. 가족이라는 이름만 남아 있을 뿐, 그들은 서로 할퀴고 헤집고 상처준다. 의무를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몰래 곁눈질로 자신의 핏줄을 챙긴다. 역겹다. 피로 맺어진 관계는 이처럼 마음 따로 몸 따로 엮어진다. 몸은 멀리 떠나고 싶은데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매여져 꽁꽁 묶인 상태로 말이다.
내가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남을 짓밟고, 고통을 주는 일들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별 자책감도 못 느끼고 끊임없이 살길을 향해 몸부림친다. 동시에 내 살에도 상처를 쭉쭉 긋는다. 안 되는 것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믿었던 일들에 배신당하며, 그래도 살아야겠다며 밥을 찾아 먹는다. 키 작고 못생기고 뚱뚱한 노처녀에게 미래는 없다? 설마... 화숙이 살고자 했던 인생은 어쩌면 남들과 비슷한 모습의 삶이었을 것이다. 누구에게 쉽게 다가오는 인생이 그녀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할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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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면 나쁜 사람은 없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없고, 상처 없는 사람도 없다. 다만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그게 말싸움이든, 머리싸움이든 , 돈싸움이든지 간에 승패는 분명했다.(p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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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또 다른 삶의 시작이 될 수 있었다. 핏줄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작은 후회만 지나갔을 뿐이다. 서늘해진다. 매운 걸 먹으며 힘을 내는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진다. 얼마나 기댈 곳이 없었으면 매운 것이 주는 고통과 시원함을 위로삼아 즐긴 것인지. 어쩌면 그녀의 말처럼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기는 자와 지는 자만 존재할 뿐이고... 그리고 세상은 이기는 사람들을 위해 돌아가고 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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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지만, 시간은 그 주인에 따라 각각의 몫으로 소멸되었을 것이다.같은 10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학부형이 되고, 빚쟁이가 되기도 하며, 생을 끝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과거에 매몰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앞만 보며 뛰어갔을 것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어떠했던가. (p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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