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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해가 떴습니다
장경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그림책을 읽으면서 제가 하루에 몇 번씩 활짝 웃으면 살고 있는지 떠올려 보았어요. 여덟 개가 넘는 이를 드러내면서 시원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아이의 엄마는 정말로 행복해서 웃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가 내 옆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아이의 웃음을 지켜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해바라기처럼 활짝 핀 웃음으로 나타났지요. 우리는 너무 큰 걸 기대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작고 소박한 일상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을 놓치면서 종종거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싶어지네요.
표지 속 , 밝게 웃고 있는 아이와 묵묵히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는 엄마는 노란 해처럼 나비처럼 해바라기처럼 매일 볼 수 있는,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모습입니다. 컴컴한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네 아침풍경과 다르지 않아요. 부스스 눈을 뜨고, 옆의 가족을 챙기면서 소박한 일상을 시작하지요. TV를 켜고 아침방송을 보면서 하루 기분도 점쳐보고, 씻고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면서 하루의 일상을 머리속에 그려 봅니다.
TV를 바라보면서 하나씩 따라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조금 다른 느낌의 뭔가가 느껴지기 시작하네요. 가는 팔과 다리, 혼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엄마와 함께 하고 있는 모습들. 화면 속에서 느껴지는 기분과는 다른, 약하고 음울하고 그런 기운이 살짝 스쳐지나 가네요. 하지만 아이와 엄마는 여전히 웃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비록 유치원에 갈 수 없어도, 혼자서 척척 해낼 수 없어도 말이지요.

유진이는 처음에 책에 나오는 아이가 장애아인 줄 모르더라구요.아이 눈에는 그냥 평범한 친구로 보였나 봐요. '둥근 해가 떴습니다' 라는 노래에 맞춰서 한 장씩 넘겨 보면서 꽃이 나온다고도 하고, 강아지가 가시 달린 풀로 이닦는다고 재미있다고도 하고, 아이들이 선생님 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TV속 장면을 보면서 즐거워 했어요.
사랑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어느 엄마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눈 앞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 하염없이 이쁘다가도 아이가 과연 사람노릇을 하면서 살게 될지, 자기만의 몫을 제대로 해내는 아이로 성장할지, 이 세상 모든 불안과 위험으로부터 영원히 안전할 수 있을지, 늘 마음속으로 조바심을 갖고 하루 하루 견디게 되지요.
장애아를 키우는 아이 엄마의 웃음과 보이지 않는 슬픔을 느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토요일 오후에 방송하는 '사랑의 리퀘스트'를 자주 챙겨 보아요. 아픈 사람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 가난한 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인데, 왜 그 방송을 자꾸 보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혹시 남의 불행을 보면서 겉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 속으로 나의 평화에 대해 감사하려고 하는 이기심 때문인지, 지친 삶을 살아가면서 나보다 더 힘든 이들을 방패삼아 잘 견뎌보려는 뻔뻔함인지, 어쩌면 모두 다 일지도 모르겠어요.
<둥근 해가 떴습니다>를 읽으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도, 아이의 가족도 모두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불쌍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들 나름대로의 행복함과 안락함도 존재한다는 걸 말이지요. 오히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사는 여유를 더 많이 갖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더 많이 웃을 수 있고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구요. 장애아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바꿀 수 있게 도와준 책입니다. 웃지 않고 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혹 마음의 장애를 갖고 삐딱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