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티셔츠의 여행 담푸스 지식 그림책 2
비르기트 프라더 지음, 엄혜숙 옮김, 비르기트 안토니 그림 / 담푸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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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죠.

많은 물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내 손에 들어왔는지 궁금해집니다. 원료가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 손에서 완성되었는지, 또 누가 운반하고, 어떤 상점에서 구입했는지,

물건 하나가 우리 곁에 오기 위해서는 정말 복잡하고 다양한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원재료에 정당하게 값을 치르고,

정당한 노동력의 댓가를 보상해주었는지, 정상적인 유통단계를 거쳤는지에 대해서

깊이있게 생각하면서 살지는 않아요.

 



지금 나에게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 그리고 물건의 겉모양과 품위가 중요할 뿐이죠.

<파란 티셔츠의 여행>은 물건 하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 품으로 올 수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중간에 생길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들, 공정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살짝 경고도 하고

진정, 올바른 과정을 거쳐 물건이 소비자에게 갈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옷감의 원료가 되는 목화가 주인공이에요.

인도의 밭에서 무럭무럭 자라 사람들에 의해 거두어지고

옷감짜는 공장과 실 잣는 공장을 거쳐서 커다란 두루마리가 됩니다.

다시 인도의 북쪽으로 향하고, 그곳의 염색공장에서 멋진 색깔을 갖게 되구요.

 

 

여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요.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얼굴이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웃음을 잃지 않았어요.

색깔을 입히는 염색과정에서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일을 일어나지 않아요. 몸에 해로운 염료를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뉴스나 신문을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먹을거리에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종종 등장하죠.

결국 모두가 함께 망하는 길인데, 사람들이 왜 그리 아둔한지 모르겠어요.





 

다행스럽게도 그림책에서는 당당하고 공정하게 물건이 탄생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란색으로 만들어진 옷감이 티셔츠로 가공되고, 트럭에 실려서, 배에 실려서 팔려갈 곳으로 향하는 동안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아요.

 

그 이유가 드디어 밝혀집니다.

유럽의 어느 작은 상점에 진열된 티셔츠의 비밀이 드디어...

 

저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한참 전에 원료가 생산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어린 아이에게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낮은 임금으로 또 한번 울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커피'라는, 조금 비싸지만 정정당당한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올 수 있게 된 커피를 마셔보기도 했습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파란 티셔츠 역시 조금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은 망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어보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구입하게 되지요. 다소 아이들에게

어려운 단어인 '공정무역'의 의미를 알려줄 수 있어요. 건강하게 사는 삶의 의미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라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어요.

 

인도와 유럽을 여행하는 파란 티셔츠의 여정을  지켜보면서 돈이 전부가 아님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 조금 더 비싸고,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겠죠. 작은 그림책 한 권이 세상에 빛을 전해주는 역할을 해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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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랑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초승달문고 20
김옥 지음, 백남원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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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처럼 뽀얗고 복스럽게 생긴 선생님과

머리도 안 감고, 뒹굴뒹굴 방구석에 들어앉아 컴퓨터 게임이나 즐기는 백수 삼촌이랑

잘 어울리나요?

 

 

와 ~ 정말 유쾌한 웃음이 절로 나오는 동화책입니다.



 

순수하고 철없는 아이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어요.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된다고도 하죠.

기백이의 작은 거짓말에서 사랑이 스멀스멀 시작됩니다.

참한 선생님이 동백꽃 한 다발을 안겨주었는데, 어느 심장 두꺼운 남자가 안 넘어오겠어요.

 

 



 

조카랑 새우꽝을 가운데 놓고 투닥거리고

라면 먹으면서 약올리는 철부지 삼촌이지만,

나름대로 매력도 있어요. 말쑥하게 차려입고 해벌쭉 웃고 있는 그림이 하나 나오는데

정말 다른 사람처럼 보였답니다.

운동도 잘 하고, 다른 사람들을 챙길 줄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삼촌,

비록 사법시험은 포기했지만, 스스로 갈 길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든든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도 얼른 삼촌의 진가를 알아봐야 하는데..걱정이 되었지요 ^^

 

 

 

삼촌과 선생님의 두근두근 러브라인도 즐거움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그림이에요. 와 ~ 초록빛 너울대는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자연의 상큼한 내음이 물씬 전해지네요.

평온한 바닷가의 풍경, 녹차밭의 푸근함,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사랑이 시작된 이들의 수줍은 미소,

우정이 뭔지 알기 시작한 아이들의 순박한 웃음.

 

 



당장 남도의 어느 바닷가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꿈틀대는 산 낙지, 삶은 홍어와 꼬막, 싱싱한 물고기 회.

생각만 해도 군침이 꿀꺽 ~

푸짐한 전라도의 한정식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후덕한 인심이 그대로 전해져서 훈훈해집니다.

 

 

 

물고기 초등학교, 미역초등학교, 해파리 초등학교, 가리비 초등학교.

학교 이름도 재미있지요. 모두 가족같이 지내는 동네라 선생님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구요.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변화도 흠뻑 느껴볼 수 있어요.

 

 



 

과연 기백이의 바람이 이루어졌을까요?

'혹시나' 가  '역시나' 가 되면서 마음을 푹 놓게 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읽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와요. 아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정말 아이다운 순수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즐거워집니다.

 

어렸을 적, 시골에 놀러가서 아이들과 들판을 뛰어다녔던 기억도 나고,

식구들과 바닷가에 놀러가서

실컷 놀다왔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이모들과 투닥거리면서 지냈던 소중한 기억도 떠오르구요.

푸근한 인심이 살아있는 그 곳.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행복이 넘치는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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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 불꽃처럼 살다 간 영웅
배정진 지음 / 세상모든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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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었던 위인전에는 인물의 훌륭한 점만 잔뜩 실려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고 멋진 모습만 추려서 보여주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위인은 아무나 되는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신과 같은 존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요즘에 나오는 위인전, 인물전에는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에서 겪을 만한 시행착오나 실수한 점들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어요.

 

불꽃같이 살다 간 영웅 <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역시 안중근이라는 위대한 사람에 대해 더 깊이있고 세심하게 알 수 있게 해주어요. 이토 히로부미라는 당대 일본의 최고 권력자를 권총으로 암살한 대단한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내면에 큰 열정을 지닌 꿈많은 소년이었다는 것에 왠지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어린 시절, 성질도 급하고 무모하게 모험을 즐기던 소년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목숨을 걸고 적국의 최고 권력자의 생명을 노렸다면 그 위대함과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대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간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부유하고 다복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무법자이자 꿈이 간직한 청년이기도 했던 안중근이 소용돌이 치는 조국을 향해 꿈의 목표를 겨냥했을 때,  감동이 전해옵니다. 나라일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점점 더 깊어질 뿐이었어요.  꿋꿋한 정신 또한 점점 또렷해졌지요.

 

1800년대 후반부터 열강들의 압력에 휘청거렸던 우리나라의 역사 또한 짚어볼 수 있어요. 강화도 조약에서부터 갑신정변, 동학운동, 그리고 일제의 침략을 받은 이야기까지, 모두 헤아려 볼 수 있어요.근대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었는지도 자세히 알게 됐어요.특히 1905년 ~ 1910년 사이 주권이 일본에 넘어가는 과정을 읽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우리나라의 힘이 너무 미약해보이고 무능해보였어요.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어요.

 

안중근의 실수담, 포로를 풀어주어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일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그의 인간다운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어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위인의 덕목에 대한 생각도 굳힐 수 있었어요.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 어머니와 주고 받은 편지들을 보면서 역시 훌륭한 사람 뒤에서 늘 훌륭한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나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사소한 모정 따위는 속에 숨길 줄 아는 대범함이  놀라웠어요.

 

독립운동을 하면서 꿋꿋하게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이들의 넋을 떠올려 보았어요. 안중근 역시 후회없는 삶을 살았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역사적 배경과 안중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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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커졌어요!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2
브리키테 쉐르 글, 한희진 옮김, 야키 글라이히 그림 / 꿈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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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한 장씩 넘겨보면서 뚱뚱하고 거대한 엄마모습을 보면서 아주 신났어요.

아빠보다 몸집도 작고 자기 목소리는 아주 작게, 식구들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사는 게 엄마의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당당하게 살면서 세계 곳곳 여행을 다니는 엄마...정말 멋지죠.

 

그런데 이 책을 두 번, 세 번, 읽어보면서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어!..이건 즐거운 상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요. 아이는 학교에서 늘 혼자였어요. 거짓말을 많이 해서 친구와 멀어졌다고 하는데,

너무 슬펐어요. 다른 아이들와 멀리 떨어진 책상에 앉아서

혼자 제멋대로 상상하는 아이. 엄마가 곁에 없는 외로운 아이.

하지만 꿋꿋함을 잃지 않고 즐겁게 상상하면서 좋게 좋게 생각하려는 밝은 아이.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원래 평범한 부부였어요.

어느날 두 분이 심하게 싸우고나서 엄마는 엄청 커지고, 아빠는 굉장히 작은 사람으로 변했어요.

엄마는 너무 커져서 더이상 집에 들어올 수 없었어요.

아빠는 작은 상자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아졌어요. 더이상 엄마 아빠와 함께 살 수 없었어요.

 

엄마는  남들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몸으로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서커스일을 하고 있어요.절대 기죽지 않구요. 엄마 나름대로 즐겁게 살고 있어요. 아이는 엄마가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하네요.

엄마를 상상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이죠. 매일 부딪히고 투닥거려도

살을 비비며 살아야 정도 새록새록 들 텐데,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밝아요.

그림도, 사람들의 표정도 , 신나고 즐거운 모습이에요. 슬픔이 깃들거나

우울함이 묻어나오는 페이지는 없어요.

비록 엄마를 곁에 두고 있지 못해 상상속에서 그리워해야 했지만

아이는 희망을 잃지 않아요. 언젠가 엄마가 돌아와서 아이에게 굉장한 이벤트를 열어줄 거라

믿고 있어요. 

 



 

글과 그림 곳곳에 이야깃거리들이 숨어 있어요.

왜 아이가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는지,

아이의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지금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

슬프지만 무엇때문에 용기를 잃지 않고 밝게 지낼 수 있는 건지,

아이와 읽어보면서 짚어보고 싶은 장면들이 많아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책들과 달리 여러가지 방향으로 상상을 끌어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하나씩 발견하게 됩니다.

몰랐던 사실, 새롭게 짐작할 수 있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요.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기운 잃지 말고 씩씩하게 지내야 합니다.

엉뚱하지만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기에 아이는  외롭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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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눈이의 꿈 가교 어린이책 8
한정영 지음, 유승희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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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화책 안에 사람사는 세상에서 필요한 진리가 모두 들어있어요. 울컥 눈물이 나올 뻔한 장면도 있구요. 두근두근 떨려서 책장을 마구 넘기기도 했어요. 그동안 마음으로 구박했던 비둘기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어요. 칼눈이의 엄마 왼다리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가도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았는데 , 역시 저는 자신이 없네요.  물론 왼다리처럼 자식을 사지에 몰아넣을 용기는 생기지 않았지만, 좀 더 강하고 씩씩하게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공원에 가면 하얀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그 때는 탐스럽고 이뻐서 먹던 것도 나눠주고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공원까지 안 가더라도 집근처 지하철역 광장이나 놀이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게 비둘기지요. 예전처럼 반갑고 이쁘다는 생각보다는 나쁜 균을 옮기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피해다니기 바빠요.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은 절대 없고, 제발 내 옆에서 푸다닥 날지 말고 저 멀리 가서 날았으면 하는데, 눈치없는 비둘기들이 바로  옆에서 날아오르다가 깃털이라도 하나 흘리는 날에는 괜히 찜찜하고 기분도 나빠집니다. 

  






그만큼 비둘기에 대한 인상이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어요. 한때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우며 위세를 뽐내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닭보다 더 싫은 새 중 하나예요. <칼눈이의 꿈>은 추락해버린 비둘기의 위상을 아주 조금 회복시켜 주어요. 비둘기들도 나름대로 고민거리가 있고 야생으로 돌아가 떳떳하게 제 한 몸 건사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존재로 여겨졌어요. 사람들에게 기대어 살면서 구걸하고 주워먹는 것이 그들 스스로 부끄럽고 챙피한 것이었다니, 무작정 미워하기만 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졌어요.

 

칼눈이 엄마, 왼다리는 굉장한 엄마입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을 사지에 몰아넣고 멀리서 지켜보면서 잘 자라길 바라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어요. 공원에서 사람들이 흘린 음식이나 재미로 던져주는 간식거리를 먹으며 살이 통통하게 찌는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알을 흰꼬리수리 둥지에 갖다 놓아요. 흰꼬리수리라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이 무시무시한 큰 새인데, 아마 비둘기 알인 줄 알았으면 당장 잡아먹어 버렸을 거예요. 다행스럽게도 흰꼬리수리는 제자식처럼 키워주었어요. 사냥하는 법도  덩치가 큰 새의 공격에 맞서는 법도 가르쳐 주어요. 그럴 때마다 칼눈이는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지만, 잘 이겨냅니다. 칼눈이 옆에는 늘 왼다리가 있었어요. 멀리서 씩씩하게 자라는 자식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을지, 그리고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나중에 너무 슬퍼서 잠깐 멈칫 했어요. 옆에 끼고 앉아서 위험한 일로부터 지켜주고 오냐오냐 사랑해주는 게 최고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잘 자라서 한 몫 제대로 하는 인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절대 품에 끼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왼다리의 용기가 자극을 주네요. 눈앞에 있어야 안심이 되고 힘든 일은 안 시키는 게 요즘 엄마들의 모습인데 ,반성해야겠어요.  감동적인 모정, 그리고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었던 책입니다. 앞으로 칼눈이가 숲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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