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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랑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ㅣ 초승달문고 20
김옥 지음, 백남원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달덩이처럼 뽀얗고 복스럽게 생긴 선생님과
머리도 안 감고, 뒹굴뒹굴 방구석에 들어앉아 컴퓨터 게임이나 즐기는 백수 삼촌이랑
잘 어울리나요?
와 ~ 정말 유쾌한 웃음이 절로 나오는 동화책입니다.

순수하고 철없는 아이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어요.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된다고도 하죠.
기백이의 작은 거짓말에서 사랑이 스멀스멀 시작됩니다.
참한 선생님이 동백꽃 한 다발을 안겨주었는데, 어느 심장 두꺼운 남자가 안 넘어오겠어요.

조카랑 새우꽝을 가운데 놓고 투닥거리고
라면 먹으면서 약올리는 철부지 삼촌이지만,
나름대로 매력도 있어요. 말쑥하게 차려입고 해벌쭉 웃고 있는 그림이 하나 나오는데
정말 다른 사람처럼 보였답니다.
운동도 잘 하고, 다른 사람들을 챙길 줄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삼촌,
비록 사법시험은 포기했지만, 스스로 갈 길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든든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도 얼른 삼촌의 진가를 알아봐야 하는데..걱정이 되었지요 ^^
삼촌과 선생님의 두근두근 러브라인도 즐거움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그림이에요. 와 ~ 초록빛 너울대는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자연의 상큼한 내음이 물씬 전해지네요.
평온한 바닷가의 풍경, 녹차밭의 푸근함,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사랑이 시작된 이들의 수줍은 미소,
우정이 뭔지 알기 시작한 아이들의 순박한 웃음.


당장 남도의 어느 바닷가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꿈틀대는 산 낙지, 삶은 홍어와 꼬막, 싱싱한 물고기 회.
생각만 해도 군침이 꿀꺽 ~
푸짐한 전라도의 한정식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후덕한 인심이 그대로 전해져서 훈훈해집니다.
물고기 초등학교, 미역초등학교, 해파리 초등학교, 가리비 초등학교.
학교 이름도 재미있지요. 모두 가족같이 지내는 동네라 선생님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구요.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변화도 흠뻑 느껴볼 수 있어요.

과연 기백이의 바람이 이루어졌을까요?
'혹시나' 가 '역시나' 가 되면서 마음을 푹 놓게 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읽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와요. 아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정말 아이다운 순수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즐거워집니다.
어렸을 적, 시골에 놀러가서 아이들과 들판을 뛰어다녔던 기억도 나고,
식구들과 바닷가에 놀러가서
실컷 놀다왔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이모들과 투닥거리면서 지냈던 소중한 기억도 떠오르구요.
푸근한 인심이 살아있는 그 곳.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행복이 넘치는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