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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 불꽃처럼 살다 간 영웅
배정진 지음 / 세상모든책 / 2009년 9월
평점 :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에는 인물의 훌륭한 점만 잔뜩 실려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고 멋진 모습만 추려서 보여주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위인은 아무나 되는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신과 같은 존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요즘에 나오는 위인전, 인물전에는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에서 겪을 만한 시행착오나 실수한 점들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어요.
불꽃같이 살다 간 영웅 <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역시 안중근이라는 위대한 사람에 대해 더 깊이있고 세심하게 알 수 있게 해주어요. 이토 히로부미라는 당대 일본의 최고 권력자를 권총으로 암살한 대단한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내면에 큰 열정을 지닌 꿈많은 소년이었다는 것에 왠지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어린 시절, 성질도 급하고 무모하게 모험을 즐기던 소년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목숨을 걸고 적국의 최고 권력자의 생명을 노렸다면 그 위대함과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대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간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부유하고 다복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무법자이자 꿈이 간직한 청년이기도 했던 안중근이 소용돌이 치는 조국을 향해 꿈의 목표를 겨냥했을 때, 감동이 전해옵니다. 나라일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점점 더 깊어질 뿐이었어요. 꿋꿋한 정신 또한 점점 또렷해졌지요.
1800년대 후반부터 열강들의 압력에 휘청거렸던 우리나라의 역사 또한 짚어볼 수 있어요. 강화도 조약에서부터 갑신정변, 동학운동, 그리고 일제의 침략을 받은 이야기까지, 모두 헤아려 볼 수 있어요.근대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었는지도 자세히 알게 됐어요.특히 1905년 ~ 1910년 사이 주권이 일본에 넘어가는 과정을 읽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우리나라의 힘이 너무 미약해보이고 무능해보였어요.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어요.
안중근의 실수담, 포로를 풀어주어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일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그의 인간다운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어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위인의 덕목에 대한 생각도 굳힐 수 있었어요.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 어머니와 주고 받은 편지들을 보면서 역시 훌륭한 사람 뒤에서 늘 훌륭한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나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사소한 모정 따위는 속에 숨길 줄 아는 대범함이 놀라웠어요.
독립운동을 하면서 꿋꿋하게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이들의 넋을 떠올려 보았어요. 안중근 역시 후회없는 삶을 살았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역사적 배경과 안중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