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 하룻밤에 만나보는 세계적인 박물관 탐방과 기행 단숨에 읽는 시리즈
CCTV 지음, 최인애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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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게 되면 꼭 그 나라의 유명한 박물관을 둘러보게 된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에 가면 대영 박물관..

박물관에 가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가 나타난다. 유명한 박물관에 가보면 세계 역사 전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어디에서 그 많은 유물들을 가져왔을까 의문이 들 만큼 방대한 전시물에 놀라게 된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을 짚어볼 수 있는 곳으로 박물관만한 곳을 없을 것이다. 어떤 박물관은 하루에 모두 둘러보기 어려운 곳도 있다.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일주일이 꼬박 걸리는 곳도 있다. 세계 5대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에르미타주 박물관 , 자금성 박물관)과 주요 박물관 23곳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주요 미술관 8곳에 대한 소개도 있다.

 



인도, 멕시코,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 스웨덴...가보고 싶은 나라도 들려보고 싶은 박물관도 참 많다. 생생한 사진과 편안한 설명 덕분에 박물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박물관 소개를 읽으면서 그 나라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또 문화와 숨겨진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특히 오래되고 유명한 박물관일수록 많은 나라의 역사와 관련되어 있고, 또 엄청난 양의 유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구체적인 유물을 예로들면서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CCTV 에서 방영된 내용을 편집해서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시각적인 풍부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단숨에 읽기에는 조금 벅찬 양과 내용이지만, 박물관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비교를 체험하기에 만족스러웠다. 다녀온 곳 중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있는 바티칸 박물관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왜 5대 박물관에 들어가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약탈을 통해 들여온 유물로 바글거리는 박물관보다는 그 나라의 고운 숨결이 보관되어 있는 박물관이 인상에 남는다. 한 가지 주제로 채워진 곳도 좋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의 흔적을 담고 있는 곳도 관심이 간다.

 

살아있는 동안 모든 박물관을 찾아가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박물관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갖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다른 나라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데 박물관만큼 유용한 곳도 없을 것이다. 실감나는 그림들, 조각들에 대한 설명도 알차다. 생생한 사진이 덧붙여져 있어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껴보면서 사람들이 살아온 발자취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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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일의 겨울 사거리의 거북이 10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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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곱게 자라 어려움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면 세상의 진실에 대해 얼마나 알 것인지, 진심으로 행복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 떠올려 보았어요. 소녀, 갈샨이 겪은 153일(실제로 151일만에 끝났지만요) 은 어쩌면 평생 추억하며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떠올리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거예요. 잔잔한 표지를 보면서 큰 감동보다는 잔물결같은 소소한 감동을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한참 멍했습니다. 할아버와 지낸 차궁에서의 하루 하루는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설레게 해주었고요, 또 보이 듯 말 듯 푸근한 정을 주고 받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벅차오르는 시간이었어요.

 

갈샨은 엄마 아빠, 이렇게 셋이서 오손도손 잘 살고 있었어요. 우랄(바퀴가 열여섯 개인 트럭)을 모는 아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엄마 덕분에 늘 행복했지만  단 한 가지, 엄마가 아기를 자꾸 유산하는 바람에 걱정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았지요. 어렵게 아기를 가진 엄마는 이번만큼은 꼭 잃지 않고 지켜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뿐이었어요. 갈샨을 돌보면서 집안일을 하면서 몸을 보호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아빠는 어려운 결정을 했어요. 갈샨은 차궁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갈샨의 이모가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기로 했어요. 갈샨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엄마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 떠났어요. 아빠의 우람한 우랄을 타고 '미친 늙은이' 가 있는 차궁으로요.

 



 

 엄마가 아기를 낳을 때까지 다섯 달 (153일)동안 지내며 그곳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할아버지의 생각은 달랐어요. 손녀와 함께 지내볼 기회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믿었기에 할아버지는 학교보다 더 중요한 걸 가르치고 경험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할아버지는 갈샨에게 검독수리를 길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양 떼를 모는 것, 말을 내 것으로 만들어 타고다는 법 ..몽골 평원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 모두를 알려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말과 검독수리와 그리고 차궁 생활의 모든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갈샨은 가지고 간 책 <노인과 바다>를 할아버지께 읽어드렸고요.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졌고, 처음 생각과 달리 할아버지를 믿고 따르게 되었지요.

 

여기까지는 잔잔한 평원생활의 연속이라 가슴이 콩닥거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청난 추위와 눈보라가 몰아쳤어요. 할아버지는 감으로 그것을 알고 계셨고요. 죽음의 흰 가루가 몰려오던 날 이후 그들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어요. 수백 마리의 양떼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기르던 개도 죽고, 먹을 거리가 없고, 땔감이 없어서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갈샨의 검독수리, 쿠다야와 말, 재무쇠는 꿋꿋하게 살아남아서 갈샨을 지켜줍니다. 쿠다야가 꿩을 잡아 갈샨에게 넘겨주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미물인 짐승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할아버지, 바이타르가 행방불명 됐을 때는 철렁 가슴이 내려 앉는 것 같았어요. 혹시 갈샨만 남겨놓고 죽는 건 아닐까...두근거렸어요. 늑대의 밥이 되어 저세상으로 가버리기에 그들이 보낸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아쉽게 느껴졌어요. 아직 둘 만의 공감을 나눌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예요.

 

 

그들은 153일을 잘 지켜냈을까요. 무사히 보내고 엄마와 아기를 맞으러 도시로 떠날 수 있었을까요.

갈샨이 검독수리를 길들이고 , 친구가 되고, 훨훨 날게 해주는 장면, 또 꿩을 잡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었던 장면들이 자꾸 눈에 밟혀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갈샨에게는 너무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겠지요. 갈샨을 학교에 보내려고 가끔 등장했던 힐방의 존재는 은근히 코믹해요. 그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우스꽝스러웠어요.  갈샨을 위해서였다고 하겠지만 , 원칙만 내세우는 꽉 막힌 사람이 곤궁에 처하는 장면은 늘 통쾌하지요.  저는 할아버지의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이상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젊은 시절의 고통은 크고 반듯한 사람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요. 갈샨에게 주어진 153일의 겨울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귀중한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그런 멋진 경험을 추억하며 살 갈샨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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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귀와 땅콩귀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6
이춘희 지음, 김은정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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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큼지막하고 이쁜 사람을 보면 복이 많게 생겼다고 하지요. 인물이 훤해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원시원한 귀가 복스럽게 보이기도 해요. 귀가 커서 나팔귀라고 불리는 진우와 작은 귀 때문에 속상해하는 소영이의 알콩달콩 귀여운 이야기입니다. 곱게 빗은 머리가 앙증맞은 소영이의 표정이 정말 귀여워요. 진우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자신의 귀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두 아이가 함께 시골에서 지내는 모습도 정다워 보였고요.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어느 집에서나 대박이나는 책이지요. <똥떡> <야광귀신><눈다래끼 팔아요> ... 이춘희님의 글이 어찌나 맛깔스럽고 내용도 알찬지 제가 읽어도 재미있어요. 읽고 또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우리의 짜투리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더욱 뿌듯하지요. 이춘희 작가님의 동화책입니다. 소탈하면서도 아이들 마음을 잘 짚어주시는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의 책이에요. 진우와 소영이의 마음을 실감나게 표현해주셔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큰 귀를 가진 진우는 소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좋은 소리를 듣고 멋진 지휘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 덕분인지 진우는 정말 소리를 내는 것, 소리를 듣는 것 모두 좋아했어요. 하지만 옆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괴로웠지요. 짝꿍인 소영이는 퉁탕거리고 삑삑거리고 다소 산만한 진우 때문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답니다. 아이의 장점을 마구 자랑하고 다니면서 과장하는 진우 엄마의 모습도 낯설지 않았어요. 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거든요. 아이의 좋은 점을 일찍 발견하고 그걸 키워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겠지만, 엄마는 늘 겸손하고 뒤에서 지켜보는 여유가 있어야 할 거예요. 나서서 아이를 들뜨게 만들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법석을 떨고 다니면 어느 엄마가 곱게 바라봐 주겠나요. 엄마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진우는 점점 더 큰 목소리를 내게 되고...주변 아이들은 그런 진우를 피하게 됩니다.

 




결국 참다 참다 못 참겠다 싶어진 소영이가 진우의 마음에 비수를 꽂을 만한 말을 그냥 해버려요. 진우는 상처받고 드러누워 버리고요. 얼마나 아프고 답답했겠어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점을 친구가 싫어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절망스러웠을 거예요.소영이도 마찬가지로 착찹했어요. 시끄러운 진우가 없으면 편해질 거라 믿었는데 , 너무 심심하고 따분했어요. 그래서 사과하러 진우네 집을 찾아갑니다.

 

그동안 진우는 뭘 깨닫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동안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도 하고, 진정으로 마음의 소리를 듣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내는 멋진 소리만 중요한 게 아니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진실을 알게 된 거예요. 만약 소영이가 따끔한 충고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어내면서 혼자만 뿌듯해하고 있겠지요. 두 아이 모두 아픔과 상처가 무엇인지 알았기에 더욱 돈독한 우정을 갖게 되었어요.

 

두 아이가 우정을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는 진우의 모습도  진한 감동을 주네요. 마음 깊이 숨어있는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진정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진우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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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 한 마리 - 적은 돈에서 시작된 큰 성공
케이티 스미스 밀웨이 지음, 김상일 옮김, 유진 페르난데스 그림, 강명순 감수 / 키다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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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죠.

작은 걸 모아서 언제 부를 누리며 살까 의심하는 분이 있다면 꼭 권해주고 싶어요.

가난하다고 해서 영원히 대를 이어 가난하게 살 수는 없죠.

공부를 잘 하거나 운이 좋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바늘 구멍에 낙타 끼워넣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거예요.

가난한 소년 코조가 살아온 이야기를 읽으면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실제 존재했던 실화라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아요.



 


코조는 엄마와 단 둘이서 사는 소년이에요.

너무 가난해서 먹을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학교도 다니지 못해요.

땔감을 시장에 팔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코조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한 집씩 돌아가며 빌려주어요.

작은 돈이 뭐 그리 쓸모가 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작은 돈도 빌리기 어려운 세상이죠.

 

종잣돈이 만들어지면 평소에 돈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어요.

코조와 엄마는 수레를 사서 더 많은 땔감을 시장에 팔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돈을 모아 암탉을 한 마리

사게 됩니다. 닭이 낳은 달걀을 모아서 또 닭을 사고, 그렇게

닭의 수가 엄청 늘어나게 되어요.

 



몇 년 전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라는 책을 읽어 보았는데 그 책 내용이 떠올랐어요.

무하마드 유누스가 쓴 책인데 방글라데시에 있는

독특한 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빌리고 싶어도

담보가 없어서 엄두도 못내요. 그런 사람들에게

작은 돈을 빌려주고...그것이 반복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찾아온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였어요.

 

코조의 이야기도 그 이야기와 닮아 있어요.

종잣돈이 큰 힘이 되어 사람들에게 꿈을 실어주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현실이 되고요.

 

코조는 도움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중에 자라

좋은 일을 하는데 앞장 섭니다. 나만 잘사는 세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말 따뜻한 이야기네요.

나누고 베푸는 삶이 아름답다고 하죠. 혼자만 잘 산다고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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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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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면...그것도 남자가...만약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매우 우울해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속마음을 들켜서 조금 머쓱할 것도 같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글에 위안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남자는 동물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는데, 정말 그정도일 줄 몰랐다,라고 말하면 겉과 속이 다른 뻔뻔한 여자로 보이겠지. 남자들의 마음속을 시원스럽게 훑어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꼭 남자들을 꼬집어 비틀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상은 남자였지만, 여자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동물에 빗대, 인간의 어지러운 마음과 도통 잡을 수 없는 뜬구름같은 기분을 굉장한 유머로 이야기하고 있다.

 

표현이 극과 극을 달린다. 달콤하다가 사정없이 곤두박질 치는 막돼먹은 표현들, 그런데 재미있다. 세상을 비웃는 듯한 냉소를 아주 따뜻하고 코믹한 어투로 말하고 있다. 마냥 웃기에는 뭔가 꺼림직함이 남는다. 동물원에 가면 좋아하는 동물, 신기한 동물, 처음보는 동물, 징그러운 동물, 알 수 없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 그저 신나기만 하는데 사람 마음속에 자리잡은 동물원 구경은 왠지 씁쓸함만 전해준다. 찔리는 구석이 많아서 그런가.

 

1970년생 작가, 토마 권지그는 벨기에 태생이다. 능청스러움이 하늘을 찌를 듯, 위태위태하다. 인간의 숨겨진 악덕 면모들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비웃는다. 일곱 편의 단편 모두 짜릿짜릿하다. 깜짝 깜짝 놀라게 되고 헉 ~ 진짜...조금 우울해진다. 만족하며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껏 비웃어 줄 수 있겠지만, 나처럼 평범하면서 부족한 면모가 많은 사람은 왠지 내 얘기 같아서 움찔하게 된다. 남자들의 속성을 무참하게 끌어내 도마위에 올려놓고 마음껏 두드린다. 꽉 막힌 사고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도 행복하다고 외치는 돌대가리 남자, 소심함이 넘쳐 스스로를 파괴하고 마는 머저리 남자, 여자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 아무나 미친 여자라고 치부하고 마는 멍청한 남자.

 

이름도 유쾌하게 짓는다. '우리 보배' '우리 개구쟁이' '소심 씨' ...

특히 소심 씨의 이야기가 제일 충격이었다. 제일 팔자 좋아보이는 인생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완전히 망가져 재가 되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소심 씨의 심리 상태를 보면서 찔리는 사람들  많을 거다. 인생이 별 거 아닌 계기로 인해 방향을 잘 못 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딱 그런 상황이다. 정말 안타깝고 씁쓸하다.  『바퀴벌레』는 여자의 솔직한 심리를 통해 남자의 헛된 욕망과 습성을 비꼬고 있다. 권위적이고 자기가 최고라고 여기면서 뻐기는 남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암소』도 충격적이다. 설마 여자를 그렇게 여기며 살고 있는 남자가 있는 게 아닐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암소 대하듯  여기다 결국 사랑이고 뭐고 서로에게 질려 빠이 빠이 하는 커플들이 떠올랐다. 남자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설레며 기대하다 무너지는 꼴이라니..ㅉ ㅉ

 

 

책장이 마구 넘어갈 만큼 재미있어서 금방 읽기는 했는데, 이거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 들키면 안되는 속마음을 다 파헤쳐놓은 듯한 기분이랄까. 남자의 문제는 결국의 여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동물들 수백 마리를 마음에 품고 사는 남자들에게 뭘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한다는 과제가 안 보인다. 답답하다. 그저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건지, 제 모습이라도 파악하며 살라는 경고인지. 표지도 산뜻하고, 문장도 굉장하다. 읽다보면 작가의 문체에 빨려들어가 괜히 실실 웃게 된다. 마음은 씁쓸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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