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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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면...그것도 남자가...만약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매우 우울해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속마음을 들켜서 조금 머쓱할 것도 같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글에 위안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남자는 동물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는데, 정말 그정도일 줄 몰랐다,라고 말하면 겉과 속이 다른 뻔뻔한 여자로 보이겠지. 남자들의 마음속을 시원스럽게 훑어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꼭 남자들을 꼬집어 비틀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상은 남자였지만, 여자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동물에 빗대, 인간의 어지러운 마음과 도통 잡을 수 없는 뜬구름같은 기분을 굉장한 유머로 이야기하고 있다.

 

표현이 극과 극을 달린다. 달콤하다가 사정없이 곤두박질 치는 막돼먹은 표현들, 그런데 재미있다. 세상을 비웃는 듯한 냉소를 아주 따뜻하고 코믹한 어투로 말하고 있다. 마냥 웃기에는 뭔가 꺼림직함이 남는다. 동물원에 가면 좋아하는 동물, 신기한 동물, 처음보는 동물, 징그러운 동물, 알 수 없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 그저 신나기만 하는데 사람 마음속에 자리잡은 동물원 구경은 왠지 씁쓸함만 전해준다. 찔리는 구석이 많아서 그런가.

 

1970년생 작가, 토마 권지그는 벨기에 태생이다. 능청스러움이 하늘을 찌를 듯, 위태위태하다. 인간의 숨겨진 악덕 면모들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비웃는다. 일곱 편의 단편 모두 짜릿짜릿하다. 깜짝 깜짝 놀라게 되고 헉 ~ 진짜...조금 우울해진다. 만족하며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껏 비웃어 줄 수 있겠지만, 나처럼 평범하면서 부족한 면모가 많은 사람은 왠지 내 얘기 같아서 움찔하게 된다. 남자들의 속성을 무참하게 끌어내 도마위에 올려놓고 마음껏 두드린다. 꽉 막힌 사고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도 행복하다고 외치는 돌대가리 남자, 소심함이 넘쳐 스스로를 파괴하고 마는 머저리 남자, 여자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 아무나 미친 여자라고 치부하고 마는 멍청한 남자.

 

이름도 유쾌하게 짓는다. '우리 보배' '우리 개구쟁이' '소심 씨' ...

특히 소심 씨의 이야기가 제일 충격이었다. 제일 팔자 좋아보이는 인생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완전히 망가져 재가 되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소심 씨의 심리 상태를 보면서 찔리는 사람들  많을 거다. 인생이 별 거 아닌 계기로 인해 방향을 잘 못 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딱 그런 상황이다. 정말 안타깝고 씁쓸하다.  『바퀴벌레』는 여자의 솔직한 심리를 통해 남자의 헛된 욕망과 습성을 비꼬고 있다. 권위적이고 자기가 최고라고 여기면서 뻐기는 남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암소』도 충격적이다. 설마 여자를 그렇게 여기며 살고 있는 남자가 있는 게 아닐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암소 대하듯  여기다 결국 사랑이고 뭐고 서로에게 질려 빠이 빠이 하는 커플들이 떠올랐다. 남자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설레며 기대하다 무너지는 꼴이라니..ㅉ ㅉ

 

 

책장이 마구 넘어갈 만큼 재미있어서 금방 읽기는 했는데, 이거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 들키면 안되는 속마음을 다 파헤쳐놓은 듯한 기분이랄까. 남자의 문제는 결국의 여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동물들 수백 마리를 마음에 품고 사는 남자들에게 뭘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한다는 과제가 안 보인다. 답답하다. 그저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건지, 제 모습이라도 파악하며 살라는 경고인지. 표지도 산뜻하고, 문장도 굉장하다. 읽다보면 작가의 문체에 빨려들어가 괜히 실실 웃게 된다. 마음은 씁쓸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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