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2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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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클럽 작가들의 세 번째 공포문학 단편선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전편에 비해서 소재가 다양해졌고, 자극적인 요소(잔인한 장면 묘사나 반전, 트릭 등)도 최소화시켰더군요. 사실 자극적인 요소가 나쁘지는 않지만 스토리의 부재를 이런 자극적인 요소로 도배를 하는 공포소설도 많은지라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공포의 원인으로는 괴물도 있고, 귀신도 있고, 뭐 살인자도 있지만 인간 내면의 공포가 두드러져 보이더군요. <나의 식인 룸메이트>도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이 드러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공포인자>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포와 두려움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소설이고요. <노랗게 물든 기억>, <불>, <은혜> 등의 작품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쁜 엄마를 가진 친구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 바닥까지 추락한 인간에게 남은 증오와 분노, 그리고 돈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물 같은 인간 등등. 암튼 이번 작품집은 전편에 비해 확실히 공포의 스펙트럼이 좀 더 넓고 더 깊어진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집에서 높게 평가해 주고 싶은 것은 충격과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를 하고, '공포'라는 감정 자체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점입니다. 공포소설은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서 다루는 장르죠. 바로 그 기본에 충실한 작품집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옷장 속에 숨은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식인 룸메이트를 위해 집에 거주하는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인간 재물을 바칩니다. 싫어하는 인간을 재물로 바칠 때는 약간의 쾌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부모님이 희생을 당하자 서서히 공포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식인 괴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그는 결코 벗어나지 못합니다. 먹이를 제공하는 먹이의 딜레마. 식인 괴물은 죽을 때까지 함께 가야하는 동반자가 아닐까 싶어요.

<노랗게 물든 기억>은 어린 아이들의 질투와 시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죽은 친구의 어머니가 실성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무척 공포스러웠던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다는 선입견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작품입니다. 귀신이라는 비현실적인 공포를 실제 살인이라는 현실적인 공포로 전환되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처음에는 귀신이 등장하는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귀신은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분위기는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한데 실제는 어린 아이의 사소한 질투와 시기심이었다는 당황스러운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은혜>라는 작품에도 조금 보입니다. 귀신 소설인 줄 알았는데, 인간의 악이 드러나는 소설이라는 반전.

<공포인자>는 개인적으로 조금 의문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과연 가족애가 거대한 두려움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 암튼 <공포인자>는 공포 바이러스(홉스 증후군)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을 다룬 소설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전염되면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가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물론 실제 현실은 아니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무척 좋았습니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공포라는 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공포는 바로 개인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 그러나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의 호흡이 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더군요.

<담쟁이집>은 조금 익숙한 소설일 수도 있습니다. 담쟁이로 둘러싸인 집, 그리고 하나 둘 사라지는 아이들, <저주 받은 도시>나 <옥수수밭의 아이들> 등의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사실 이 소설은 내용보다는 분위기가 중요한 소설이지 않을까 싶어요. 담쟁이집, 그리고 갑자기 이상하게 변한 누나, 그리고 자기 주변을 서성거리는 듯한 느낌, 그리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공포 사이의 갈등 등 암튼 그런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인간에 대한 짜증과 분노 묘사가 무척 리얼하더군요. 정말 보는 내내 그 여자를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자신의 짜증과 분노를 타인에게 분출함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는 인간들이 이 세상에는 정말 많죠. 특히 그런 인간들의 최고의 먹이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죠. 암튼 그런 인간들을 괴롭힘으로써 쾌락을 얻는 인간을 보니 정말 무섭더군요. 이건 병도 아니고, 또한 죄의식도 느끼지 않죠.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죠.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암튼 더운 여름에 정말 제대로 짜증나는 소설이었습니다.

<붉은비>는 붉은 비를 맞은 동물들이 죽었다 살아나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입니다. 인간에게 친근한 개나 고양이, 비둘기가 한꺼번에 인간을 공격한다면? 그리고 동물들의 공격이 단지 시작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 새의 끔찍함은 히치콕의 <새>에서 정말 잘 드러나죠. 무섭기는 했지만 죽었다 살아나는 동물들과 그들의 공격은 조금 식상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선잠>은 조금 슬픈 공포소설입니다. 중반까지 미스터리한 느낌도 잘 살아있고요. 왜 아무도 나의 죽은 여자 친구에 대해서 모른다고 할까? 사진도 있고, 그녀의 흔적이 분명히 있는데,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모릅니다. 그녀는 누구일까? 그녀는 정말 죽었을까? 왜 그들은 그녀의 존재를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은혜>라는 작품은 우선 작가의 이름을 보고 무척 기대한 작품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이고, 그 동안 좋은 작품도 많이 선보여서 말이죠. <은혜>라는 작품은 아무래도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과 계속 비교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한 여자가 보험금(돈과 명품)을 위해 결혼을 하고 남편을 살해하며, 방화와 청부살인도 하면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내용인데,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초반에는 귀신이 등장하는 소설인 줄 알았는데, 중반부터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현실적인 공포소설로 바뀌더군요. 어떤 새로움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감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얼음 폭풍>은 이민자들이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두려움을 그린 작품입니다. 전작 <벽 곰팡이>와 느낌이 많이 비슷하네요. 생활 밀착형 공포를 주로 다루는 것 같아요. 생활고만큼 무서운 공포도 없잖아요. <벽 곰팡이> 무척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고, 이번 작품 역시 만족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공포소설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상 기후, 외국인들로부터의 고립, 생활고, 인종 차별, 피해망상, 그리고 마지막의 절망적인 선택. '오직 살아있다는 것만이 공포였다.'

<불>이라는 작품은 인간의 불쾌감과 짜증 등을 소재로 깊이 있는 공포소설을 주로 발표한 김종일 씨의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에는 이상하게 아이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더군요. <불>은 인체발화라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아이와 점점 그의 노예(두려움의 노예)가 되어가는 또 다른 아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인데, 그 변화가 무척 흥미롭더군요. '좆삐리'라는 왕따 친구가 어느덧 (그의 존재를 알고부터) 두려운 존재로 바뀌고,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한 아이의 두려움이 무척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시작과 끝의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 죽이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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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1 - 저주의 만파식적
류호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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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형의 공포 바이러스, 음악

친근하고 보편적인 대상이 어느 날 낯선 것으로 변할 때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매일 집에서 출퇴근 자가용에서 회사에서 듣는 너무나 일상적인 음악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로 변할 때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일 겁니다. 음반의 트랙을 목차로 mp3플레이어에 담긴 음악 파일을 무기로 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 소설이 등장하였습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그 소재와 내용면에서 무척 참신하더군요. 어떤 음악이냐고요?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조절하는 음악입니다. 인간의 뇌를 자극하여 공격(폭력) 성향을 극대화시키는 음악입니다. 물론 공격 성향의 극대화는 극히 일부입니다. 부유층 또는 지배층의 일반 서민(국민) 세뇌용으로 아주 유용한 도구죠. 촛불 집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문화 운동을 하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은 얼마나 싫을까요? 그런 국민들을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뇌용 음악을 퍼뜨린다면? 지배 계층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류호진의 <플레이어>는 무척 새롭고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래의 새로운 지배구조 또는 새로운 무기를 예고하는 끔찍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유형의 공포 바이러스, 음악은 우리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세뇌시키고 바보로 만들 수도 있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결코 이제는 믿을 수 있는 것도 안전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이 공포가 될 수도 있다니, 작가의 발상의 전환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또 하나의 한국 사회의 공포 현상, 빈부격차

 

4번 트랙의 mp3 파일(앨범의 4번 트랙 음악.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냐고요? 4번 트랙은 억눌리며 무시당한 사람들을 아주 쉽게 유혹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을 이용하여 동료들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최대위와 그의 동료들은 부유층(의 자제들)을 이용하여 자금을 모으려고 하멜른이라는 클럽을 운영합니다. 한국사회의 0.1%만 출입할 수 있는 부유층들을 위한 전용 클럽. 그곳에 모여드는 부유층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인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 사람 목숨은 우습게 여기는 의사, 친인척의 인맥을 이용하여 회사 내에서 마구 권력을 휘두르는 팀장 등 부유층(특히 자제들)에 대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최대위의 동료들 중에서 부유층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DJ 볼프의 모습은 소름이 돋기조차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부유층에 대한 깊은 원한과 분노를 갖고 있는 걸까요? 정말 대부분의 소시민이 아무 이유 없이 부유층을 싫어하는 것일까요? 부유층에 대한 왜 존경의 마음이 없는 걸까요? 정말 자신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당연히 존중을 해 주어야겠죠.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부와 성공을 얻었을까요? 결코 그런 부유층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유 없는 분노는 아니라는 얘기죠. 이랜드 홈에버 회장의 행태를 보면 그 이중적인 모습과 돈을 위해서는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기필코 죽이려고 하는 모습에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한도 끝도 없는 얘기,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부유층에 대한 분노는 가슴 깊이 숨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이 소설에서는 악역으로 그려지지만 DJ 볼프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건 올바르지 못한 행동입니다. 이 소설은 그런 기득권, 부유층에 대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소설입니다. 더운 여름에 이보다 더 시원한 소설이 어디 있겠습니까?


평범한 소시민의 새로운 영웅 등장

평범한 회사원 윤기준은 어느 날 군인인 친구에게 의문의 mp3 파일을 소포로 받습니다. 듣지 말라는 친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mp3를 음악을 듣고, 그 이후부터 소심한 회사원 윤기준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합니다. 트랙 4번과 트랙 1번을 자주 들은 결과 그의 공격 성향(라운드)은 점점 강해집니다. 회사에서는 낙하산 팀장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며 회사 간부에게는 무능력을 낙인을 찍힙니다. 회장의 친척인 팀장은 절대 권력을 행사하면 윤기준을 괴롭힙니다. 사람을 죽이고, 국정원 사람들에게 쫒기며 죽을 고비를 넘겨도 회사에서 짤릴 일을 고민해야 하는 평범한 소시민 윤기준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회사에서의 구조조정과 인원 감축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생활밀착형 히어로, 한국사회의 영웅은 참으로 서글픕니다. 윤기준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공격 성향이 극대화 되는 상황에서도 회사 걱정을 합니다. 친근감 있는 주인공 캐릭터는 <플레이어> 소설에 좀 더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는데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어요. 윤기준은 외계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세계의 인간도 아니고요. 우리들의 친구, 우리들의 오빠/형, 그리고 바로 우리 이웃입니다.


한국형 현대 스릴러, 새로운 모범 제시

현대를 배경으로 한 외국 스릴러 소설은 만나기가 무척 쉽죠. 그러나 아무래도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와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공감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죠. 마약과 총을 다룬 범죄 소설은 그래서 재미가 있으면서도 뭔가 허전함을 느낍니다. 전혀 다른 나라의 이야기니까요. <플레이어>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 주인공이고요. 그리고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고, 억지스러운 직장 상사의 비위도 맞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군대 내의 폐쇄성(보안 문제가 너무 철저하죠), 그에 따른 온갖 물리적인 폭력과 비리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무척 현실성 있는 내용이죠. 군대에서 비밀리에 새로운 무기를 개발한다. 전혀 의문을 제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mp3, 해킹, 채팅, 홍대 클럽, DJ 등 너무나 친근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익숙한 듯 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바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mp3 파일을 공포 스릴러 소설의 소재로 선택을 해서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거죠. 따라서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음악이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점이 들고, 믿을 수 없지만) 무척 현실감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로 다가옵니다. 한국형 현대 스릴러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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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1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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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쓸데없이' 미인인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와 불공정한 전개의 추리소설을 극도로 혐오하는 추리소설 <추리소설>의 작가 T. H.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그린 추리소설로 현실에서의 살인사건을 예고하는 추리소설이 출판사와 경찰청에 도착을 합니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리얼리티, 그리고 독창성은 있는가?' 무엇보다 이 두 문구가 무척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아마 이 추리소설을 읽는 추리소설 작가들은 뜨끔하지 않을까 싶어요. 독자와의 공정한 게임, 그리고 현실에서의 리얼리티? 과연 충족시키고 있는가? 불공정한 게임을 독자와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형편없는 추리소설로 메이저 출판사에 들러붙어 기생충처럼 돈만 챙기는 존재는 아닌가? 암튼 설정 자체가 무척 매력적이더군요. 존재하지 않는(행방불명) 추리소설 작가, 잡히지 않는 범인을 쫒는 형사들. 그리고 출판사계의 비리와 작가의 속물성, 대필 작가, 판매 부수와 매출을 위해서라면 잔인한 살인사건도 흥미화 시켜버리는 출판사. 암튼 그런 부분에 대한 (개똥철학일수도 있지만) 묘사가 무척 흥미롭더군요. 그렇다면 소설 속 소설 <추리소설>의 작가는 공정한가? 깨끗한가?

하타 타케히코는 소설가이며 극작가이고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추리소설>은 무척 영화적입니다. 이야기의 진행이 무척 빠르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에서의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진행됩니다(드라마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시간 정도에 후딱 읽은 것 같네요. 어렵지도 않고, 궁금증도 계속 유발하고, 쓸데없이 미인인 여형사 나츠미와 추리소설 작가이자 연쇄살인범인 T. H. 캐릭터도 무척 잘 살아 있고요(나츠미는 저의 매력적인 형사 목록에 추가시켰습니다). 독자도 속물, 작가도 속물, 언론도 속물, 출판사도 속물. 이 소설에는 속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연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인간들도 많이 등장하고요. 자기 자신을 속이며 남들의 눈을 위해 거짓 연기를 하는 사람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세상은 가르치죠.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 감아 주고 다수의 사람들을 생쇼를 합니다. 리얼리티 없는 삶, 과연 그런 삶이 현실에서 정말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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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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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감동과 반전이라는 띠지 문구에 100% 동감하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용의자 X의 헌신>이란 작품이 나오키상을 수상한 것은 조금 의구심이 들기도 해요. 암튼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악의>는 인간들의 '악의(惡意)'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적극적으로 남을 비난하는 인간이란 주로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을 통해 희열을 얻으려는 인종이고, 어디 그럴 만한 기회가 없는지, 늘 눈을 번뜩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는 누가 됐건 상관없는 것이다."

그냥 아무 이유 없습니다. 남에게 불쾌감을 줄 기회가 생기면 눈을 번뜩이고 달려드는 거죠. 상대가 누가 됐건 상관없이 이유 없는 비난과 (언어) 폭력, 궁지에 몰리는 인간을 보면서 느끼는 쾌감. 인간의 악의는 이유가 없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잖아요. 누구 하나 걸리면 떼거리로 몰려들어서 비방하고 비난하고, 욕을 하고 쾌감과 희열을 느끼잖아요. 얼굴도 모르는 이런 무차별적인 악의, 그러한 악의를 이용한 범죄는 연쇄살인마가 저지르는 살인보다 더 끔찍하지 않을까 싶어요.

베스트셀러 소설가(히다카)의 죽음, 그리고 그의 친한 친구인 전직 교사(노노구치)가 용의자로 검거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노노구치와 히다카의 전 부인(하츠미)의 불륜관계. 불륜관계를 히다카에게 들켜서 살인관계를? 또 다시 밝혀지는 히다카의 비밀. 그리고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중삼중의 비밀과 함정들, 그리고 밝혀지는 의외의 충격. 무엇보다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에 숨은 악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든요.

"왜 그를 그렇게 괴롭혔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대요. 왜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고 재우쳐 물어봤는데, 딱히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그 말만 자꾸 하더군요."

살인의 동기, 악의(惡意), 그리고 (역시나 아슬아슬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과정 자체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초반에는 불륜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중반부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뀝니다. 그러면서 좀 더 인간 내면에 숨은 악의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트릭 자체도 무척 좋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는 한 인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 그리고 결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도록 깔아 놓은 수많은 복선들. 개인적으로는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무척 만족스러운 작품을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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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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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악동들의 가슴 훈훈하고 따뜻한 학창시절 이야기. 누구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쯤은 하나 정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연애편지, 첫사랑, 시험, 수학여행, 친구들과의 여행, 지각, 수업 땡땡이, 그리고 소설 속 머저리 클럽처럼 친한 친구들 간의 친목 모임. 학창시절은 그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그만큼 십 몇 년이 흘러 버린 지금 돌아보기에는 왠지 모를 망설임도 있는 것 같고요. 그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인 만큼 세상에 찌든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지금의 제 모습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추억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돌아갈 수 없는 그래서 추억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속에 봉해 놓은 아려한 추억과 기억들. <머저리 클럽>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추억을 그냥 봉해버리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이 아니었냐고 마치 제게 묻는 것 같네요.

떨어지는 낙엽에도 가슴 아파하는 개똥 철학자 동순, 신자의 아들로 나쁜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그래도 뭐 할 것은 다하는) 동수, 어른스러운 전학생 영민, 그리고 허튼 소리 잘하는(그러나 나름 로맨스 가이) 아이스하키 선수 동혁, 심형래의 영구가 자꾸 생각나는 (역시나 로맨스 가이) 영구, 그리고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는 존재감이 가장 없는) 철수. 아, 그리고 승혜, 소림, 혜련 등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어디에나 있는 그런 친구들. 그들의 학창시절은 너무나 평범합니다. 시험을 봐야 하고, 입시를 치러야 하며, 이성을 보면 두근거리고 설레이며, 반항도 하고 싶고,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런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나 거친 시절, 돌아갈 수 없는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을 만나니 무척 그립네요. 정말로 그리워집니다.

"어깨에 걸렸던 낙엽이 땅에 떨어졌다. 낙엽은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썩어 흙에 묻힌다. 우리는 아무도 어제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성장 드라마입니다. 그런데도 역시나 거장답게 고등학생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건드리는 아름다운 표현들이 무척 많습니다. 우리나라 말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런 표현이 정말 많아 더욱더 그 시절의 그리움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혹시 작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것 같더군요) 동순이가 생각하는 시인들의 시. 역시나 마음속을 촉촉이 적셔 줍니다. 국어 교과서에서 밑줄 긋고 암기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는 것 같아요(시는 감성이지 이성이 아님에도 왜 그렇게 학교에서는 밑줄 긋고 외우라고 했을까요? 그리고 시에는 정답이 없음에도 정답을 써야 하는 아이러니. 아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쯤에서 그만). 그리고 그 시절만의 고유한 문화. 저는 사실 빵집 세대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빵집은 언제나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사실 도시 아이들의 성장소설은 접하기가 힘들었는데, 도시나 시골이나 그 시기의 학생들은 모두 비슷했던 것 같아요. 물론 종로3가와 혜화동이 나오니 더욱 친근한 것은 있지만요. 여학생들의 "취이소 하세요." 애교 섞인 이 말투가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는지. 그냥 취소도 아닌 취이소 정말 듣기 좋더군요^^ 승혜야 기다려야^^

다시 시작되는 우리들의 시대. 지금 청소년뿐만 아니라 20대, 30대, 40대, 50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다 시작이고, 자기 자신의(함께 살아가는 친구들, 가족들)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졸업이 끝이 아닌 시작이듯, 그리고 밤이 끝이 아닌 아침을 기다리는 전조이듯 누구에게나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시작이고 자신들의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 10대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가장 소중하고 자기 자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비록 현재 자신의 삶이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지나고 나면 모두 그립고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요즘 삶이 어수선하고 힘듭니다. 저는 이 소설이 그래도 "파이팅!!" 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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