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떠나가는 여자가 종이에 남긴 마지막 말 '사요나라(안녕)'라는 말이 가슴 깊이 남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처음에는 소설의 제목이 참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 무척 강렬하게 기억에 남네요. 요시다 슈이치의 최신 연애소설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그만큼 묵직한 작품입니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내용이 아닌 느낌만)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참 비슷하네요. 가슴이 먹먹하다고 할까요? 쓰는 작가나 읽는 독자나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절대 아닙니다. 때로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조금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 않나 싶네요.

요시다 슈이치는 국내에 연애소설 작가로 많이 알려졌죠. 사실 저는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사요나라 사요나라> 딱 두 편만 읽었는데 전혀 연애소설의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연애소설을 무척 싫어해서 일부러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피해서 읽었거든요. 이 작품은 바탕은 연애소설이지만 유아 살인사건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추적하는 내용이라 그런지 그런 느낌은 별로 들지 않더군요. 유력한 용의자는 아이의 엄마? 아이의 엄마는 왜 아이를 살해하였는가? 공범은 없는가? 그 공범 여부를 (기자가)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16년 전 집단 강간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16년 전 사건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시키고, 파괴된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무척 잔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연애소설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다시 마주치기 싫어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파괴적이고 자학적이며 고름이 터져 흉측하게 되어버린 사랑 이야기는 좋아합니다(보통의 연애소설은 싫어하지만요). 있을 수 없는 사랑,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랑, 비극적인 사랑, 과연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망설여지는 그런 사랑 이야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때로는 무척 고통스럽기는 하지만요. 여담으로 이 사랑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가 받아들이는 것이 무척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미스터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요시다 슈이치의 이번 연애소설 <사요나라 사요나라>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악인>과 느낌이 참 비슷하더군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뿐만 아니라 제3자인 기자(과거의 사건까지 깊게 파헤치는)의 시선도 다루고 있어 좀 더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반전이 있는 소설입니다. 물론 이 반전이 품고 있는 의미가 무척 커서 설명하기가 매우 곤란한 소설이기도 하고요. 내용면에서의 반전보다는 받아들이는 의미에 있어 무척 중요하거든요.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도 드러나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데서 오는 절망감은 참으로 마음이 답답하더군요. 용서의 의미, 그리고 받아들이는 자의 또 다른 절망, '사요나라(안녕)', 과연 나는 그 인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딕슨 카의 <구부러진 경첩>은 이런 저의 괴기(괴상하고 기이함. 오컬트)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저의 취향을 상당히 만족시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의 존 딕슨 카 베스트 순위에는 3위 정도에 위치할 듯싶네요(<세 개의 관>과 <화형법정>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 이유는 우선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조금 덜하고, (나쁘게 말하면) 난잡합니다. 물론 존 딕슨 카의 소설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는 도대체 (소설 속 등장인물, 특히 펠 박사)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요. (좋게 말하면) 그 만큼 하나의 이야기 속에 테스트가 풍부하다는 것이죠.

진짜냐? 가짜냐? 판리 가문의 상속자라 주장하는 주장자(소설 속에서는 이렇게 표현하더군요)가 나타납니다. 서로 자신이 판리 가문의 상속자라고 합니다. 존 판리 경(현재 상속자)과 패트릭 고어(판리 가문의 상속자라 주장하는 주장자)의 진실게임이 시작됩니다. 심판은 어린 시절 존 판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가정교사.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특이한 경험으로는 진짜를 가려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정교사는 지문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네요. 뭐 게임 끝이죠. 그런데 현재 판리 가문의 상속자가 기이하게 죽습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그것보다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살인사건이라 더욱더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자살을 했다면 자살 도구 문제가 걸리고, 타살이라면 죽은 사람은 없고. 밀폐된 방도 아닌 정원의 연못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살인사건. 공개된 밀실인 셈이죠.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고,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그런데 다음 날 갑자기 하녀가 충격으로 쓰러집니다(너는 갑자기 왜 쓰러지냐?). 그리고 발견되는 밀랍인형. 아직 더 남았습니다. 마술, 서커서, 타이타닉 침몰, 1년 전 살인사건, 마녀 숭배 등 딱 한 건의 살인사건에 곁가지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냥 범인은 잡으면 되는데, 범인은 없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펠 박사는 밀랍인형이나 구경하고. 도대체 저 아저씨의 정체는? 사건 수사는 안 하십니까?

발로 뛰는 수사, 증거 확보, 증인 신문 등이 이루어지지만 범인의 윤곽은 희미하다 못해 불투명합니다. 깜깜합니다. 이제부터 펠 박사의 심리분석이 시작됩니다. 펠 박사의 특기이자, 제가 존 딕슨 카의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얌전한 듯하지만 협박도 잘하고, 속임수도 잘 씁니다. 능구렁이 탐정이라고 할까요?). 여기 저기 널려져 있는 증거나 증인을 이리저리 끼어 맞춰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힌트조차 주지 않습니다. 펠 박사 특유의 '흠', '그렇군!', '그거였어.'. 이 작품은 펠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들과는 다르게 짝퉁(?) 펠 박사들도 많습니다(페이지, 버로스, 메들린 등등). 각자 나름대로 심리적인 분석을 실시하여 범인을 예측합니다. 시끄럽습니다. 시끄럽기보다는 더 헷갈립니다. 물론 그들의 추리도 그럴 듯합니다. 사실 심증만으로는 누구나 다 범인으로 만들 수 있죠. 그렇다면 펠 박사의 심증은? 심리분석은?

사실 반전의 결말은 다소 불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 전의 결말(범인의 정체)이 더 신선했습니다. 물론 조금 억지스럽기도 했어요. 그러나 현실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그냥 수긍을 했죠. 그러나 이 때 뒤통수를 칩니다. 사실 반전 전까지의 결말로도 이 소설의 매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릭 자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요. 사실 존 딕슨 카의 소설은 반전이 중요한 소설은 아닙니다. 기괴한 사건의 논리적 해결. 그리고 무에서 유를 이끌어 내기까지의 심리분석 과정, 기이한 이야기, 음산한 분위기. 마지막으로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 다소 아쉽다면 펠 박사의 활약 정도. 그 이유는 책을 읽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쇄살인범의 고백 -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살인 조서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자는

실로 현명한 자가 아니다.

어둠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슬며시 떼어놓지만

어둠 자체는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

                                                 -헤르만 헤세

구더기, 애벌레, 곤충들을 조수삼아 희생자의 사망 환경을 정확하게 증명해낸(관련 도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세계적인 법의학자 마르크 베네케의 신간 서적입니다. 1장 '뱀파이어, 식인종 그리고 강간 사건'부터 7장 '내가 생각하는 CSI 드라마 시리즈'까지 총 일곱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쇄살인이라는 제목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장도 있네요(특히 5장 '사기꾼, 너드 그리고 황금공주'). 저자가 직접 사건에 참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조사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사실성이나 현실성은 매우 높습니다(사건에 관련된 사진 첨부). 그러나 연쇄살인범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이해하기에는 내용상으로 조금 한계가 있어 보이네요. 또한 연쇄살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묶기에는 조금 불필요한 내용들도 많은 것 같고요.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살인 조서 이야기. 잔인하면서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또한 식인종, 유아 성도착증 사디스트 등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뱀파이어와 식인종에 대한 내용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더군요. 식인문화의 역사에 대해 먼저 살펴본 후, 그러한 식인문화와 뱀파이어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고찰한 후 다양한 식인종 사건들을 나열합니다. 애인을 요리해 먹고, 희생자의 요구로 살해를 저지르고 시체를 먹으며, 무덤을 파 시체의 머리를 자르고 심장을 도려내 재로 만들어 나눠 먹는 행위. 암튼 저자는 독자보고 판단을 하라고 하는데, 이들의 이 비정상적인 행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단지 그냥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어서 그렇다? 그렇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예로 1981년 이세이 사가와는 애인을 맛있게 요리해 먹고도 자유의 몸이 되어(돈이 많아서) 미식가를 위한 잡지에 (인간의 몸 중에서 맛있는 부위에 대한) 칼럼을 쓰기도 했더군요.

3장 '연쇄살인범 위르겐 바르취와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 4장 '완전범죄를 밝히려는 끈질긴 수사'에 대한 내용이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에 가장 부합하는 장이지 않을까 싶네요. 3장은 두 명의 유아 성도착증 사디스트 연쇄살인범을 다루었습니다. 8-12세 아이들을 유괴하여 고문, 강간, 살해하였습니다. 위르겐 바르취는 4명의 남자아이를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는 (놀라지 마십시오) 300명의 아이들을 고문, 강간, 살해하였습니다. 당연히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죄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신의 이름을 팔아서, 불우한 가정환경을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는 진술을 반복적으로 계속 말했을 뿐. '야수'로 불린 그들은 감옥에서도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오려고 온갖 궁리를 합니다. 특히 루이스는(300명의 아이들을 살해한) 자기를 둘러싼 악마를 떨쳐냈다고 하며, 석방을 요청하고 있다고 하네요(67세부터는 석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과연 그들은 인간일까요? 그냥 때려죽일 짐승들일까요? 역시나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지 저는 모르겠네요.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르게 보면 또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왜 이런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지,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정말 이들은 인간이 아닌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범죄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제목만큼 흥미 위주의 책은 아닙니다.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살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거든요. 저자가 사건에 직접 참여하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극성이나 흥미성은 최대한 배제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진술하는 내용은 어쩔 수 없이 잔인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일관성이 조금 부족할 뿐 나름대로 흥미로운 내용들은 많네요. 무엇보다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점이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습니다(연쇄살인범의 얼굴도 공개가 되었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넘치는 사랑
텐도 아라타 지음, 박태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텐도 아라타의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그를 추리작가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 작지 않나 싶네요.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와 성찰이 매우 뛰어난 것 같아요. 추리적인 요소는 아예 배제를 하고 이런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작품이 바로 《넘치는 사랑》이라는 작품집이 아닐까 싶네요. 따라서 텐도 아라타의 《가족사냥》이나 《영원의 아이》 등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상처, 사랑, 아픔, 외로움, 나약함 등 마음의 병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위기에 처한 인간들의 고통과 슬픔은 오히려 더 잔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물론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잃지는 않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 이 소설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네요. 현대인의 질병(마음의 병)을 다루고 있는 소설인 만큼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기존의 《가족사냥》이나 《영원의 아이》 등의 소설과 주제 면에서는 일관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우선 <우선은, 사랑>이라는 작품은 부부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혼 후 아이의 양육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아내, 그리고 아내의 문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이에게만 집착하는 남편. 평화롭게만 보였던 부부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내가 나츠미를 죽일 것 같아!'라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아내를 의심하고 아내에게서 아이를 보호하려고만 합니다. 그런 아내의 정신적인 병을 부끄럽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서 진찰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남편. 아내의 아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남편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아내는 이혼 요구를 합니다. 그럼으로써 남편의 변화되는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부부문제를 한번쯤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그 사람의 단점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의 중요함을 전달하는 작품이지 않나 싶네요.

<텅 빈 여인>은 잔잔하지만 잔인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혼과 직장일의 스트레스로 무기력증을 앓고 스트레스 치료센터에서 치료 중인 중년 남자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으로 정신적 내상을 입은 채 가상의 연인을 만들어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소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중년 남자나 소녀나 모두 상처를 받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웃들입니다. 사랑하고 싶지만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두려워서 가상의 연인을 만들어 자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소녀 토모코. 그런 소녀를 만나게 됨으로써 점차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중년 남성. 결말의 반전(물론 추리소설에서의 그런 반전은 아닙니다)은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뒤늦게 다가온 사랑의 파국은 꽤나 잔인하고 씁쓸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 면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나름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있고요.

<평온의 향기>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두 명의 젊은 남녀의 동거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에는 부모의 편애와 모범생 콤플렉스가 등장하는데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강박증이 결국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죠. 어린 시절 부모의 편애로 인해 부모님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또한 그런 자신에게 큰 기대감을 갖는 부모로 인해서 무엇이든지 열심히 해야만 했던 것이 결국 상처가 되고 치유하기 힘든 병까지 만들었죠. 무조건 자신의 잘못이라는 사고방식도 좋은 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누구나 용서 받을 짓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네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세상에서는 불안전하다고 인지하는) 두 남녀의 사회복귀를 위한 힘겹고 고통스러운 치유 과정이 무척 섬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참 아프더군요. 서로의 상처를 감싸줍시다.

마지막 <멀어져가는 그대에게> 역시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 히로유키에게 어느 날 눈앞에서 남자가 죽게 됩니다. 술 취한 사람인 줄 알고 느긋하게 대처를 하고, 심지어 발로 툭툭 차기도 했는데, 죽습니다. 그리고 죽은 남자의 미망인을 만나게 되면서 그 부부가 과거에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던 장소와 추억을 자신의 여자 친구와 함께 공유를 하기 시작합니다. 미망인의 아픔에는 공감을 하고 힘을 주려고 노력함에도 자신의 여자 친구의 아픔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사라지기 쉬운 것인지, 그러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역시나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청년 히로유키는 부부의 행복한 추억이 깃든 장소로의 여행을 통해서 그 동안 여자 친구에게 소홀히 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그 소중함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가짐을 하게 됩니다. 따뜻한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집 <넘치는 사랑>은 그런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많이 담겨져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쇄하는 대폭락 - 숨죽이고 밀려오는 세계공황
소에지마 다카히코 지음, 박선영 옮김 / 예문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숨죽이고 밀려오는 세계공황

부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 물론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지, 현실은 몹시 불안합니다. 영화 <X-파일>도 아닌데 엄청난 음모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음모론이 아닙니다. 2007년에 소에지마 다카히코가 예측한 상황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2007년 8월에 이미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표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고 하네요. 왜 저는 몰랐을까요? 물론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모른 척하거나 국내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틀린 것일 수도 있었겠죠. 저자는 (일본의 경우) 경제학자들(포함한 정부 관료들)의 친미주의가 너무 심해서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고 하네요. '미국이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 등등.

연쇄하는 대폭락. 저자는 2011년까지 이러한 어려운 시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네요. 이러한 세계 대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저자는 선물시장의 투기, 사기를 꼽습니다. 전통적인 선물시장이 '금융공학'이라는 마법 혹은 사기로 변질되었다는 것. 지금의 재벌금융의 실세들이 대부분 이러한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것. 그리고 서브프라임 관련 회사. 이들은 사실 대부업체와 같습니다. 일개 대부업체가 주택담보대출까지 해 주었으니. 그리고 소득 수준이 낮음에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카드로 마구 소비한 미국의 저소득층 국민들(미국 전역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600만 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당연히 일본에는 미국의 압력으로 이러한 보도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트레일러하우스에 달랑 몸 하나 싣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낭만적으로 생각하죠). 그리고 금융의 괴물들(모건스탠리, 씨티은행 등)과 독뱀들, 시카고상업거래소 등등. 암튼 이러니 개인이 주식투자를 해서 결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죠. 정말 개미들에게는 주식투자는 금물. 사기꾼들이 판치는 도박판이나 다름이 없네요.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 인민의 노동력이다. 아시아 사람들의 일하는 힘이 현재 진정한 의미의 전 세계 부의 원천이다. 미국인은 세계수준에서 비교해보면 일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이제 이렇다 할 산업도 없다. 금융이나 정보산업만으로 먹고산다."(p.249)

미국의 달러가 문제입니다. 미국이 문제이고요. 왜 세계가 달러 중심으로 움직일까요? 달러 폭락은 피할 수 없다고 하네요. 민주당의 오바마가 당선된 것은 그런 이유이고(그의 뒤에는 데이비드 록펠러라는 세계 황제가 있다고 하네요). 자국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당. 보호무역으로 여러 나라가 힘들어 질 것이라고 예측하네요. 경기부양정책으로 엄청난 달러를 찍어 낼 테고요. 국가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 피할 수 없는 결과네요. 중국과의 관계가 문제인데,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 나갈지 걱정이 앞서네요.

"정부는 자신밖에 모른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관료들이며 그들은 우선 자신의 부하인 공무원들을 먹여 살리는 일밖에는 관심이 없다. 관료는 불순한 도적 집단이다. 국민의 일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무엇 하나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p.206)

미국 달러를 버리라고 합니다. 즉, 미국에서 돈을 빼라고 하네요. 대안으로 금을 사라고 합니다. 아니면 유럽(유로)에 투자를 하던지. 중국은 버블경제가 올 수 있으니 조심해서 투자하고 빠지던지 하고요. 물론 자기 자신은 펀드나 주식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금융이 세계를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 과연 그럴까요? 스태그플레이션(또는 스태그네이션. 설명은 생략. 네이버지식인 이용) 용어를 들으니 무섭더군요. 금융위기 뒤에는 부동산 폭락, 실업률 증가, 물가 상승이 뒤따르죠. 실물경제에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방심하다 당합니다. 스스로 대책을 세워 끈질기게 살아남으세요.

"금은 반드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증권이나 잘 알지도 못할 계약서나 그런 것들은 쓸데없다. 현물인 순금을 가지고 그 것으로 '내 인생은 안심이다'라는 기분이 들면 되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이지만 금은 광물의 일종이지 돈이 아니다. 그러나 세무서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 국세청은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할 뿐이다."(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