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의 고백 -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살인 조서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자는

실로 현명한 자가 아니다.

어둠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슬며시 떼어놓지만

어둠 자체는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

                                                 -헤르만 헤세

구더기, 애벌레, 곤충들을 조수삼아 희생자의 사망 환경을 정확하게 증명해낸(관련 도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세계적인 법의학자 마르크 베네케의 신간 서적입니다. 1장 '뱀파이어, 식인종 그리고 강간 사건'부터 7장 '내가 생각하는 CSI 드라마 시리즈'까지 총 일곱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쇄살인이라는 제목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장도 있네요(특히 5장 '사기꾼, 너드 그리고 황금공주'). 저자가 직접 사건에 참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조사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사실성이나 현실성은 매우 높습니다(사건에 관련된 사진 첨부). 그러나 연쇄살인범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이해하기에는 내용상으로 조금 한계가 있어 보이네요. 또한 연쇄살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묶기에는 조금 불필요한 내용들도 많은 것 같고요.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살인 조서 이야기. 잔인하면서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또한 식인종, 유아 성도착증 사디스트 등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뱀파이어와 식인종에 대한 내용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더군요. 식인문화의 역사에 대해 먼저 살펴본 후, 그러한 식인문화와 뱀파이어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고찰한 후 다양한 식인종 사건들을 나열합니다. 애인을 요리해 먹고, 희생자의 요구로 살해를 저지르고 시체를 먹으며, 무덤을 파 시체의 머리를 자르고 심장을 도려내 재로 만들어 나눠 먹는 행위. 암튼 저자는 독자보고 판단을 하라고 하는데, 이들의 이 비정상적인 행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단지 그냥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어서 그렇다? 그렇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예로 1981년 이세이 사가와는 애인을 맛있게 요리해 먹고도 자유의 몸이 되어(돈이 많아서) 미식가를 위한 잡지에 (인간의 몸 중에서 맛있는 부위에 대한) 칼럼을 쓰기도 했더군요.

3장 '연쇄살인범 위르겐 바르취와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 4장 '완전범죄를 밝히려는 끈질긴 수사'에 대한 내용이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에 가장 부합하는 장이지 않을까 싶네요. 3장은 두 명의 유아 성도착증 사디스트 연쇄살인범을 다루었습니다. 8-12세 아이들을 유괴하여 고문, 강간, 살해하였습니다. 위르겐 바르취는 4명의 남자아이를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는 (놀라지 마십시오) 300명의 아이들을 고문, 강간, 살해하였습니다. 당연히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죄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신의 이름을 팔아서, 불우한 가정환경을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는 진술을 반복적으로 계속 말했을 뿐. '야수'로 불린 그들은 감옥에서도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오려고 온갖 궁리를 합니다. 특히 루이스는(300명의 아이들을 살해한) 자기를 둘러싼 악마를 떨쳐냈다고 하며, 석방을 요청하고 있다고 하네요(67세부터는 석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과연 그들은 인간일까요? 그냥 때려죽일 짐승들일까요? 역시나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지 저는 모르겠네요.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르게 보면 또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왜 이런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지,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정말 이들은 인간이 아닌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범죄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제목만큼 흥미 위주의 책은 아닙니다.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살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거든요. 저자가 사건에 직접 참여하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극성이나 흥미성은 최대한 배제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진술하는 내용은 어쩔 수 없이 잔인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일관성이 조금 부족할 뿐 나름대로 흥미로운 내용들은 많네요. 무엇보다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점이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습니다(연쇄살인범의 얼굴도 공개가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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