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 -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편지
테레닌 아키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모진 딸이었다. 냉정했고 말수도 적었다. 엄마가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말을 걸면 어쩐지 귀찮아서 최대한 짧게 대답하고는 제 할 일로 돌아갔다. 바로 내 이야기다.   

그러다 최근에 어머니의 수술로 난 전혀 다른 모녀 관계를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우연처럼 이 책을 만났다. <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은 제목처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의 용도는 '사랑하기'에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척수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 테레닌 아키코가 아직 어린 딸 유리치카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을 엮었다. 

감정적인 푸념투성이의 울적한 투병기가 아니다. 똑 부러지게 살아온 여성이 엄마가 되어 자신의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가치관, 생활 태도, 습관, 건강 등에 대한 것을 정리해서 자신이 사라진 후에도 아이를 올바로 길러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저자가 남긴 것은 아이를 향한 사랑과 훈육의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읽고 나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저 그렇게 매일 듣는 엄마의 잔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남은 생명을 다해 필사적으로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작은 화분 하나, 생명 하나 마음을 다해 길러본 사람은 안다. 그 존재와의 이별이 얼마나 가슴에 사무치는지. 하물며 내 살과 피를 나눈 가족과의 이별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절망 속에서도 자신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에 남겨질 딸을 걱정한 한 인간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유명인도 아니지만, 평범한 엄마이기에 더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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