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분위기로 어서오세요.

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라고는 <암리타> 외에는 읽은 것이 없다. 그녀는 소소한 기쁨에 연연하면서도, 커다란 틀을 보는 데 인색하지 않아 좋았다. 이번 소설 <왕국>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끌어줄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선인장의 이름을 가진 여자가 등장하고, 기운이 범상치 않은 맹인, 할머니, 특별한 느낌을 주는 주변인물들이 나온다. 1권만 읽은 터라 구체적으로 이야기의 완결까지는 알 수 없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뭐랄까 스토리로 읽는 책이라기 보다는 분위기로 읽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머지 권들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따스한 일상 이야기와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강물처럼 흘러간다.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는 이야기라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그렇다고 가벼운 산문처럼 여겨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름기가 쏙 빠진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 담백함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다소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대단하고 엄청난 사건이 주가 되는 책은 아니니까.

가슴 한 쪽을 따뜻하게 해주고, 마음에 평화를 주는 책이다. 내용이고 뭐고, 일단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가 그렇다. 번역자의 공도 있을 테고. 마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살살 달리는 기분이랄까. 그런 책이다!

1권밖에 읽지 않은 책의 리뷰를 쓰기란 어려운 일 같다. 뭔가 찝찝한 기분? 그렇지만 나머지 2, 3권을 사서 볼 것 같지는 않다. 왜냐! 이건 출판사의 횡포다. 두께가 시집 만한 책을 3권 시리즈로 내다니, 여기가 공항 면세점의 초콜릿 한정판매 행사장인가? 괴씸한 생각에 나머지 권은 사보지 않을 작정이다. 인연이 닿으면 빌려서라도 읽게 되겠지 뭐. -_-;; 조금 엉뚱한 결론인 것 같긴 하지만 독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도 고려한다는 걸 제발 생각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