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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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 우리 식구는 서울에 살았다. 그래서 나는 서울을 꽤 안다고 생각해왔다. "명륜동 살아요." "자양동 근처야." 우리 동네가 아니라도 서울의 동 이름을 들으면 대강 위치가 어디 쯤인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알던 서울은 모습은 뭐랄까, 그야말로 1차적인 정보 정도였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아끼고 사랑해주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서울에게는 왜 적용시킬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평소에 카메라 하나 들고 낯선 지하철역에 내려 코를 킁킁거리며 탐구했던 서울. 분위기 좋은 오래된 거리, 철거 직전의 산꼭대기 마을, 국철 철도가 동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곳, 도심 속 숨은 작은 공원 등 나름대로 서울의 메카를 많이 알고 좋아한다고 자부해왔지만, 흑흑. 그것은 나의 자만!  

이 책을 읽고는, 단순히 감상적으로만 알고 느끼던 서울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발로 뛰는 저자의 취재가 문장마다 녹아 있어서,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유명 현판, 동상이 친일파들의 작품이고, 보존되어야 할 근대문화유산이 무참히 사라지는 현실, 흉물스럽다고 느끼던 건물이 지닌 숨겨진 역사적 의미 등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이 너무나 많았다.

끝으로 서울이 정말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화해, 청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새로운 것을 서울 안에 자꾸만 만들기보다는 현재 지닌 서울의 미를 가꾸고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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