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켈하임 로마사 - 한 권으로 읽는 디테일 로마사
프리츠 하이켈하임 지음, 김덕수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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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가 망설여지는 분량이다. 휴대하기도 좀 그렇고 일반인들이 학습하듯이 읽기도 만만치 않은 분량이라 책을 뒤적이는 일 조차 망설여지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을 용기를 내 보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황금연휴와 선거를 포함한 긴 징검다리 휴일이었다. 덕분에 집에서 책을 읽느라 가족이 원하는 일들에 조금 부족함이 있었지만 그 선택이 지금에 와서는 조금도 후회 되지 않는다. 아이와 로마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금씩 할 수 있는 작은 지식이 생긴 것에 만족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많이 접하는 로마사는 딱딱한 역사책이 아닌 이야기로 꾸며진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다. 재미로 읽다가 작가의 성향이나 의식이 글 속에 담겨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이후부터는 멀리하게 되면서 나도 이 책을 읽고 또 읽는 그런 시도를 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럼에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마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직 접하지는 못했지만 에드워드 기번의 책이 아닐까 한다. 좀 수사적인 표현이 많아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인지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여기까지가 사실 로마사를 접할 때 내가 알고 있었던 가장 유명한(?) 아니면 많이 알려진 책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하이켈하임의 이 책은 어쩌면 앞에서 언급한 두 사람의 책 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교과서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페이지를 자랑함에도 함축적인 내용과 그리고 역사적 관점에서 다르게 볼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관점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려고 노력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예를 들어 초기 공화정에서 귀족들만이 고위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쉬운 부분에 대한 반론적 근거를 제시하는가 하면, 한니발의 포에니 전쟁의 시작을 쉽게 그의 복수심에서 시작한 것이라 일반적인 생각, 그리고 기습을 위한 산맥을 넘는 도전을 저자는 당시의 카르타고와 로마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맞게 유추하는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결과론적인 것 보다는 그 과정을 탐문에 나가는 역사의 재미 관점에서는 나에게 더 친숙하고 더 많은 흥미를 주는 부분이라 할 것 같다.

 

역사적 흐름에 따른 전개와 정치 상황과 사회 상황 그리고 마무리처럼 딸려오는 문화 예술에 관한 시대적 흐름 역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상황과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그런 하나의 얼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은 부분적으로 시대적 이벤트를 위주로 로마사를 즐겨온 사람들의 조각나 있는 로마의 역사를 하나의 줄기에 담아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역사적 이벤트에 살을 붙이고 재미를 더해서 역사를 공부하는 기본 흥미를 담은 사람이라면 하이켈하임의 이 책으로 정리를 하면서 역사가들이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생각과 자신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도구로 보면 딱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구한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그 역사에는 일반인도 나오지만 영웅도 나온다. 로마역사에 이상하게 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인물 술라역시 객관적인 서술로 나온다. 어떤 책에서는 비루한 귀족신분으로 자신의 야망을 채운사람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영웅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그에 대한 서술 역시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은 저자의 서술이 다시 그를 바라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어렵게 시작을 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읽었고, 밑줄도 그어가며 읽었지만 남는 것은 역사라는 것이다. 역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 구성원의 요구에 따라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공화정에서 다시 황제의 군림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또 권력의 집중과 폐해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가 마련되고 그리고 그 속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한다.

 

올 가을에 금년 5월 같은 연휴가 또 온단다. 다시 이 책을 잡고 장구한 역사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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