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편애 - 전주부성 옛길의 기억
신귀백.김경미 지음 / 채륜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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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없애고 지우는데 타당성을 부여합니다. 정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친 우리에게는 그런 옛것들의 흔적이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전주성 역시 발전이라는 미명하게 그렇게 사라져간 우리 선조들의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전란과 혼란 속에서 사라져간 전주성을 다시 세우고 복원하고 만들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삼남지방 최고의 성이었다던 그 성도 그렇게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흔적에 남아있는 이야기와 지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체취를 담아내는 것으로 그 미안함을 달랩니다.

 

갑오동학혁명시 전주화약을 채결하고 돌아간 전주성의 북문 주변은 이제 영화의 거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임금을 향하는 문이라고 공손해야 한다던 북문도 1907년 헐립니다. 그 북문의 이름은 공북문(拱北門) 이었다고 합니다. 이 문을 중심으로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이 골목에서 제국관 그리고 전주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 영화가 소개되고 그 극장의 역사가 지금 북문 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영화관의 역사 속에 배우가 주연을 하였던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 1회 개봉작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영화와 같은 삶을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여 배우도 현실의 삶은 모두에게 짊어진 무게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 같습니다. 북문을 따라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를 벗어나면 창극골목, 주전부리 골목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주전부리 골목 이름만으로도 들려 보고 싶은 곳이 아닌가요? 이곳에서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기 시작하였답니다. 전주를 몇 번 가보았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것을 보면 진정 전주에 갔었다고 하기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객사의 마루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자는 외지인과 전주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래된 객사 주변으로 젊음의 거리가 형성된 것을 보면 새로움과 옛것이 한 곳에서 공존하고, 옛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같이 존재하는 그런 공간 같은 느낌입니다.

 

서문 근처의 차이나 거리는 화교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입니다. 이곳에 들어온 화교들은 세 자루의 칼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하는 데요 하나는 단발령 이후 머리를 자르기 위한 가위, 그리고 비단을 자르기 위한 가위, 마지막으로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칼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단발령은 그 시대의 세대상을 보여주는 물건이고, 비단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의 최대 교역품이었고 부를 상징하던 시대의 물품을 보여주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최고의 외식 메뉴가 된 중화요리의 근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의 모습에서도 현재를 살고 있는 그 줄기를 가늠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 그들만의 이야기가 인상 깊은 점은 한 겨울에도 채소를 팔았던 화교들의 농사 방법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세계 곳곳에서 살아남은 화교들의 기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니 복원된 풍남문이라 이름 지어진 남문은 지금도 호남제일성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어 전주성의 옛 정취와 흔적을 가늠하게 합니다. 동문 근처에 남아있다는 예술거리와 서점거리는 책을 즐겨 읽고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았을 그 시대의 고민을 담았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호남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비빔밥을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오색 가득 담아 올린 비빔밥에 대한 유래나 전통에 대한 이야기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겠죠.

 

책을 읽고 있다 보면 전주성을 중심으로 사대문 주변을 거닐면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이야기가 있는 도시의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전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한옥마을의 번잡함 보다는 이렇게 전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리와 문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모두가 즐겨 찾는 그 곳에 담겨있는 이야기도 놓칠 수 없지만 소소하게 남아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산책하듯 둘러보며 걷는 느낌의 이야기가 더 잔잔하게 남아있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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