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도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3
문지혁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말처럼 하나의 파트가 모여서 하나의 퍼즐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퍼즐은 관점에 따라 서로의 말을 하고 있다. 캐릭터의 사연은 일상의 이웃들의 욕망을 담고 있으며, 그들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은 복수가 전부임이 아닐 것인데 일상은 그 복수와 허전함을 남기게 만든다. 문지혁의 소설은 무대가 뉴욕의 한 복판임에도 지금의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사실적인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하고 똑똑한 남자보다 조금 모자란 남자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미혜,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 그리고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의 머리 밖에 없는 지웅, 누나를 배신한 사람을 참고 바라 볼 수 없었던 평화, 부모의 죽음에 용서를 구하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는 목사,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움직이려 했던 황장로 이들의 사연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허물이다. 그들의 욕망은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 것인가는 작가의 질문이자 작품의 결말이 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들의 결말은 그렇게 시원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그냥 각자의 상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들이 벌이는 하나의 조잡한 감정싸움이라고 할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족함이 만들어낸 아픔을 담아낸 것이라고 하기에는 미혜와 지웅의 결혼생활은 밋밋하다. 부잣집 딸로 자란 미혜의 외도는 유학 온 남편의 부인이 느끼는 공허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의도적인 접근이었음에도 평화의 행동은 단번에 미혜를 끌어들인다. 짧은 분량에 강렬함을 담기 위한 작가의 구성만큼은 화자를 바꾸어 가면서 전개되는 사건의 전말과 숨은 이야기의 고백이 스피디하게 전개 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결과를 예측하며 읽기 좋아하는 나의 독서 습관상 두 세 번의 반전은 글을 읽는 동안 쾌감을 만들어 준다. 예상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 보다 예상을 빗나간 결말이 주는 더 짜릿함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가 가진 상처의 기억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사건으로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잘 맞추어진 퍼즐이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림으로 변화되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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