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고해 -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지막 고백
신창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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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 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돌이켜 보면서 글을 쓴다면 어떤 말들을 남기고 가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삶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남기고 갈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해온 업적을 남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저는 어떨까 고민을 해 보았는데 아마도 가족 이야기를 많이 남기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묘지에 남기고 싶은 글을 자신이 직접 쓰고 그 것을 저자가 해석하고 설명하는 글입니다. 일반적으로 묘지의 비석을 들여다보면 뒷면과 옆면에 쓰여 있는 글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이런 글을 자신이 썼다고 해서 <자찬 묘지명> 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습니다. 다신이 남긴 글에는 자신의 일생을 어떻게 표현하고 일생을 정리하였을까요? 제가 남기고 싶었던 글과 달리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가족과 그리고 자신의 화려했던 정조 시대의 활기찬 활동과 유배 시절에 자신이 공부했던 많은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후세에 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다산의 일생을 역사 혹은 인물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서 보면 반평생을 유배지에서 보내면서 자신의 학문을 갈고 닦은 사람으로 기억을 하게 되는데 이 자찬 묘지면 속에서는 그에 대한 회한도 조금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사대부의 자손으로 태어나서 당시의 명성은 관직을 통해서만 가질 수 있었던 사회구조상에서 다산은 그 관직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결국은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천되고 물러나게 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확실하게 된 것은 임금 즉 조선시대의 왕의 정책에 따라 그리고 그의 선택에 따라 삶이 변하게 되는 시대상도 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정조 시대의 그렇게 많은 활약상을 보인 다산이 정조의 죽음으로 인해 주요 관직에서 탄핵되고 물러나게 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학문과 책으로 남길 수밖에 없었던 회한 같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 것은 아마도 인생을 살면서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 싶었던 다산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그 인생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에서 그의 깊은 회한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찬묘지명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먼저 가족관계에 대한 자신의 위치, 족보를 중요시하던 조선 시대에서 빼 놓을 수 없었던 그런 시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곤 자신의 화려했던 관직 시절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암행어사로 활동하고 그리고 자신의 학문을 인정해 주었던 정조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고 할까요. 그리곤 학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논어, 맹자, 예기, 시경, 서경 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이 있기는 하나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고 글의 맥락으로 보았을 때 다산이 생존하던 시절 선비들이 같은 책을 보면서 서로 다르게 해석한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보이고 그 것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고전을 공부하는 자세를 생각해 봅니다. 다산이 받아들인 학문이 전통 성리학만이 아니라는 것을 바탕지식으로 하였을 때 포괄적 관점 즉 현실에 맞게 받아들여야 하는 학문의 개방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전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근간은 두고 현실에 맞게 응용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지금도 변하지 않는 유교문화의 뿌리가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그 것이 맞을까 하는 것에 대한 다른 질문을 해 봅니다.

 

다산은 그렇게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남기고 떠났습니다. 자찬묘지명을 해석만 한 것이 아니라 저자는 여기에 설명을 붙이고 있어서 다산의 생각인지 저자의 생각인지 약간의 혼동이 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산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역사적 관점 보다는 다산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하는 관점으로 바라보기에는 이 묘지명이 남긴 글이 더 다산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산을 다시 바라보는 그런 시각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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