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
노바이올렛 불라와요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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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고민스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 나라의 정치 경제가 한 어린 소녀에게 전해준 세상은 꿈이라는 이름으로 가득 채워지고 커나가야 하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버리게 하고 때로는 가정이라는 이름의 기억조차도 아픈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소설은 아이러니한 이름 설정으로 더 자극적이고 혼란스럽게 한다. 10세 소녀 주인공 화자인인 달링, 그가 살고 있는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도시 이름 파라다이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나라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이 혼란스럽고 독재자의 통치로 가난과 빈곤 그리고 부정과 부패로 가끔 신문에 오르내리는 먼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짐바브웨을 고향으로 하는 달링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 소설은 돈을 벌겠다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일을 나갔던 아버지의 병든 모습의 귀환, 그의 모습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가장들의 모습 그대로 에이즈에 걸려 갈 곳이 없어 돌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는 한 소녀의 모습, 아빠가 떠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생존을 걸고 국경을 넘나들며 불법 무역을 하는 어머니,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남자를 불러들여 생계를 유지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달링의 시선이 짐바브웨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먹을 것이라고는 구아바 밖에 없는 현실을 어린 소녀의 입장에서 변비와 연관시키며 웃음지게 풀어 내고 있다. 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덤덤하게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다고 하면 맞는다고 해야 할까.

 

이런 어렵고 빈곤한 현실을 벗어나는 달링과 그의 친구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축복의 땅 혹은 현실을 벗어 나기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미국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겨 주었을까? 책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두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을 받게 하고 있다. 전편이 아프리카 빈곤한 국가의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한다면, 후편에서는 미국으로 건너온 달링의 미국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미국은 그들이 살기 좋은 현실을 만들어 주었을 수 있었다면 조금 덜 아픈 성장 소설이 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생각하는 그 것을 아이들에게 똑 같이 담아내고 있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이 소설이 담아낸 현실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민자의 삶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잊으려 하는 고국의 이야기에 귀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그 현실은 아직도 녹록하지 않으며, 새로운 나라에서도 그 곳 출신이라는 굴레와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 주위의 무시와 차별을 받아들여야하고 물질만능이 가져온 사회의 모습에 적응하고 버티고 영주권을 얻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그렇게 덤덤하고 웃긴 이야기처럼 풀어낸다. 그래서 더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처녀작이며 데뷔작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질문과 현실을 알리고 있어서 작가의 경험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같이 고민해 보게 한다. 배경이 아프리카라는 것을 빼곤 현실의 우리는 그 모든 고민을 벗어던질 준비가 되어있고 아이들에게 미래는 밝다고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있는 지 모르겠다. 조금은 비관적이게도 우리의 현실도 그렇게 만만치 않다. 그 나라를 떠나서 살고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현실을 버텨내고 있고 그 속에서 이 나라를 떠난 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미래를 바라보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희망을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짐바브웨를 떠나는 아이들을 묘사한 작가의 글이 기억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런 걱정이 잊혀 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진 것 없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힘 있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야망이 있는 아이들이 꿈을 넘는다. 희망을 가진 아이들이 꿈을 넘는다. 실의에 빠진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고통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Page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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