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탐구생활
김현진 지음 / 박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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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저자는 그 고민에 빠져 본다. 그 고민 속에는 사람의 일상이 있었고, 타인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존재하였으며, 자신에 대한 반성과 후회 때로는 희망이 있기도 하였다. 자신이 알지 못하던 시간에 대한 육체의 시간 그 것을 놓고 고민하고 생각해 본 김현진의 산문집은 아버지의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아버지의 차가운 몸, 그 몸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으로 아버지가 남긴 기억을 더듬어 본다. 사랑하였다는 말보다 때로는 허무한 결말을 너무 많이 보여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아닌 기억은 그렇게도 자신과 맞지 않았던 성향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의 몸은 차가운 또 다른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 저자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춘다. 다시는 맞출 수 없는 그의 몸을 향해 말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유골은 어쩌면 세상이 보는 죽은 사람에 대한 시선이 아닐까 그 것 만으로 우리의 삶이 마감되는 것이 아닐듯한데 말이다.

 

김현진은 노동을 한다. 그 노동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밥벌이의 지겨움 속에서 느껴야 하는 부당함을 느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것을 느끼려 하였다. 글을 쓰는 사람의 감성으로 말이다. 노동이 가져오는 몸의 피곤함보다도 때로는 그 노동 속에 담겨 있는 관계의 힘듬이 몸을 더 힘들게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사는 이상 우리 모두는 노동 시장에 자기를 파는 잡상인 이니까. P166

 

육체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감정이 먼저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몸이 빠진 그 것은 조금 허전한 것이 있지 않을까, 김현진의 그 것에 대한 솔직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모습 속에 때로는 타인의 모습 속에 그렇게 느껴지는 몸으로 느껴지는 사랑 혹은 욕망의 감촉들을. 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했던 남자의 감촉은 장기 제소자의 출소 후 수줍은 손등 스침이 였다고 한다. 사람의 몸의 기억은 아마도 이야기를 같이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살겠다는 것들은 다 이 뻐, 악에 받혀 살겠다는 것들은 안 이쁘지만 살겠다는 것들은 이쁘다. P234

 

사회가 악을 강조하더라도 그냥 이쁘게 살아가는 그런 방식을 택했으면 한다. 그럼에도 그 생이 힘들게 마무리 지어질 때 눈물 몇 방울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지라도 그가 선택한 방식으로 몸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제목이 좀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김현진의 사진 또한 그렇게 썩 글의 무게를 상상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표지의 글 역시 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읽을 수 있었던 한 줄은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몸에 깃들여 있다는 작가의 말이었다.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고 했을까? 혹은 무게가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고 싶었을까? 아니면 작가 스스로 무게가 없이 가볍게 생각한 글이었을까?

 

많은 생각이 남게 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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