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간 만인 것 같다.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가 나온 시기가 2009년으로 기억하니 아마도 5년 만인 것 같다. 당시의 글은 그의 사소한 일기장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때로는 세상에 대한 투덜거림과 거침없는 조금은 다듬어지지 않는 글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글이었다면, 이번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많이 세련되어지고 투덜거림 보다는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수긍과 긍정 때로는 공감의 눈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석원의 시선의 기저는 느낌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일상의 작은 일을 그는 일상으로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조금 세련되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읽기 편하게 만들었으며 때로는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일들 혹은 겪은 일들이겠지만 그 사건의 시작과 끝에 항상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놀라운 건, 장차 연인이 될지도 모를 사람을 앞에 두고서, 만난 지 십여 분이 흐르는 동안 오로지 상대의 외모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 Page 116

 

당연한 거 아닌가? 외모에 신경을 쓴 시간이 십여 분 만에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석원의 글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 생각이 마음에 드는 건 이런 부분에 있었다. 누구나 당연하다 생각하는 부분을 그는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세상이 당연하다 여기는 것이 어쩌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는 상황을 그는 자신을 통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보통의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사람들과 공감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구남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

 

세상에 불운한 사람을 고르는 자리 그 곳에서 만난 불운한 사람 구남 그는 그를 기다린다고 걱정하고 있다. 아마도 그는 그래서 불운 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 것을 불운이라고 여기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래서 자신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곳으로 발길을 옮기다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해서 불운하다고 여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한 줄이 정말 이석원의 마음을 읽고 싶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원하는 돈을 얻지 못하더라도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달려가고 싶다. 그렇게 기다려 줄 친구가 있다면 어쩌며 그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냥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아서 좋다. 그렇게 읽혀서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줘서 좋다. 때로는 좋은 것을 버리고 험한 세상에 힘들게 살아야 하지만 버리고 나온 세상에 따뜻하게 맞아줄 사람이 있다면 아마 김정희라는 의사처럼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편하게 나의 삶을 살고 싶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는 그렇게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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