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 기이하거나 별나거나 지혜로운 괴짜들의 한살이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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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삶은 치열하다. 때로는 비겁하고 야비하게 보일지 몰라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때로는 다른 생물을 범하면서, 때로는 다른 생물과 공존하면서, 때로는 있는 듯 없는 듯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눈에 띄면서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게끔 하면서 자신을 지키고 살아간다. 수만 마리의 알을 낳아도 살아남아 성어가 되는 것은 몇 안 되는 갈치, 후손을 위해 알을 낳고 죽는 문어의 수놈과 암놈, 자신의 몸을 바쳐 후손을 위해 암컷의 먹이가 되는 사마귀 모두가 삶의 치열함과 종족 보전의 본능의 숭고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주변에서 자주 보고 항상 내 몸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몰랐던 생물들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구수한 방언과 일상의 기억과 추억이 같이 있는 이야기가 있는 생물들의 삶의 모습은 지금의 나의 모습 혹은 추억의 모습 때로는 잊혀 진 입맛을 기억하게 하였다. 어릴 적 바구미 때문에 쌀을 볕에 널어놓고 구멍 난 쌀을 골라내던 기억, 아주 어린 나이 시골 잔치에서 돼지를 잡던 풍경, 동해 바다에 놀러가서 먹었던 작지만 맛있었던 양미리의 맛, 사마귀가 나면 사마귀를 잡아 놓고 입을 가져다 놓고 사마귀를 없애라고 장난치던 기억, 아까시나무 꽃에서 꿀을 빨아 먹던 추억 등등 생물 이야기를 하면서 옛 기억이 새록 떠오르는 것은 저자의 입담과 구수한 방언 그리고 그 시절의 공통된 사회상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야기 속에 지식이 있고, 추억 속에 지식이 있어서 책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양미리와 까나리를 구분하고, 바닷가에 가서 갑각류처럼 보이던 생명체를 보고 바다에도 바퀴가 사나 했던 기억이 갯강구였다는 것을, 피부에 붙어사는 세균, 내장의 세균 모든 것이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책벌래가 책을 먹는 것이 아니라 곰팡이를 먹는 데 책을 못 쓰게 만드는 해로운 생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등등 저자가 알려준 잘못된 상식과 그 생명체의 입장에서의 변명을 들어 줄만 하다. 배좀벌레조개가 나무에 굴을 파고 톱밥 가루를 뒤로 밀어내는 형태를 지켜보다가 땅굴 파는 기계가 발명이 되었다는 것 역시 처음 접하고 기억해 둘 만한 지식이다. 발명은 자연의 모방이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많은 생명체들이 나와서 책장을 덮은 지금 기억나는 것은 대부분의 생명체는 자신을 번식하고 생존하는 것에 치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밀접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며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모두가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해로운 것인가? 사람에게 정말 필요 없는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우스갯소리겠지만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조충을 몸에 담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니 말이다.

 

생물에 대한 지식을 암기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이 책의 의미는 일상에 같이 존재하는 생명체와 우리가 먹고 생활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지구 위 생명체로서의 일상과 그들의 한 살이를 같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생명을 바라보는 눈의 편견이 사라질 것이고 때로는 몰랐던 지식을 알 수 있으며, 그리고 옛 기억을 더듬어 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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