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로는 잊고 싶어지는 일이 있다. 잊고 싶어도 잊혀 지지 않는 기억이 있을 때 괴로움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는 또 다른 욕망을 낳는다. 기억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떠오르지 않는 기억이 있다. 그래서 괴롭고 괴로움은 또 다른 연민을 낳는다. 사람은 혼자 살수 없고 살아간다는 것은 잊어야 할 일과 기억해야만 하는 일로 인생을 만든다. 알코올중독으로 순간의 기억을 잊은 여인의 삶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또 다른 갈증을 만들어낸다.
상처 속에 살아가는 레이첼의 일상은 자신의 삶을 조망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일상적인 아침의 출근길 그녀는 한 쌍의 행복해 보이는 남녀를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고 단정 짓는다. 그녀의 남의 삶을 엿 보기는 자신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관찰하던 부부의 사고 속으로 그녀도 빨려 들어간다.
남의 삶을 엿보고 싶은 욕망은 누군가를 지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속성으로 생각했는데 레이첼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삶의 한 부분을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려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곤 잊어버리고 싶은 자신의 삶의 일부분을 술에 의지하여 지워버리고 그 속에서 그녀의 진심을 말하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건의 열쇠는 그녀가 잊어버린 기억 속에 있었다. 그 기억을 찾는 과정과 지면을 통해 공개되는 사건의 열쇠들의 조합이 이 소설의 전체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등장하는 여인들의 삶은 아이에 대한 집착 혹은 죄책감으로 얼룩져 있다. 레이첼과 메건 그리고 애나의 삶속에 등장하는 아이에 대한 세 여인의 행동은 서로 다른 여성의 삶속에 다르게 자리 잡은 아이에 대한 생각과 그로인한 삶의 지배적인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남자라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여성의 자녀에 대한 애착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지만 폴라 호킨스가 보여주려는 세 여인의 삶속에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범인일까? 하는 질문은 책의 초반부터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알코올 중독으로 잊어버린 레이첼의 기억 속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야기는 세 여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매력이 있다. 기억을 찾는 것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임을 알면서도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세 여인의 심리와 과거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상처의 흔적이다. 그 흔적 속에서 범인에 대한 화살은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오고가지만 여성작가의 눈에 남자의 이기심은 그렇게 좋은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의외의 인물이 범인 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추리와 멜로 그리고 심리묘사가 적절하게 배합되어진 소설이라 할 것 같다.
많은 분량임에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었고,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시간적 배열도 적절 하게 놓여 있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착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된 사람이 범인이라는 점은 세상의 호의에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