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는 나에게는 그의 글이 어떤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제목은 [분노]이고 첫 장면은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시작한다. 시작하는 분위기 상으로는 스릴러 혹은 추리 소설 같은 느낌으로 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내 예상을 벗어나, 1권에서는 형사들의 등장이 흔하지 않다.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사람들의 삶의 형태와 각자가 가진 고민과 고통을 담아내고 있다. 살인사건이 첫 장면에 등장하지만 않았다면 그냥 우리주변의 이야기를 소설 속으로 편안하게 끌어들여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였다.

 

살인사건이 벌어진지 1년이 다 되도록 범인의 윤곽은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일본의 각지에서 살아가는 20대의 여자아이 이야기와, 엄마와 둘이 사는 고등학교 여학생의 이야기 그리고 30대의 남자의 이야기를 순회하듯 돌아가면서 그들의 일상을 따라다닌다. 이들 모두에게는 한 가지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삶을 힘들게 하는 그런 아픔 같은 것을 덤덤하게 작가는 그려낸다. 여고생에게는 요즘말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의 엄마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사는 곳을 옮겨야하는 번잡함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그녀 이즈미에게는 힘든 삶이 되겠지만 정작 본인 자신에게도 그런 힘든 일이 벌어진다. 20대의 아가씨 아이코는 어린 시절 잠깐의 잘못으로 인한 자아 정체성의 문제가 생긴다. 아버지 요헤이와 같이 살고 있는 아이코는 이로 인한 가출로 인하여 작은 동네에서 그렇게 좋은 평판을 가지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간다. 모녀의 이야기는 힘든 삶을 사는 여인과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같이 그려져 있다고 할까?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의 작은 소망과 희망 사이에 절망과 약간의 두려움 같은 것이 덤덤하게 잘 표현이 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32살의 유마는 성소수자 이다. 일본의 성소수자 문화를 표현하고 있고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삶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비쳐지는 지 작가는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갔다 나온양 편안한 필치로 표현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살인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세 사람이 주인공 같은데 작가는 이들에게 이방인 한 명씩을 등장시킨다. 모두들 평범한 사람들로 살인사건의 용의자와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로 모두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이들에게 다가간다. 유마에게는 나오토가 성소수자로 접근하여 유마의 어머니의 병간호를 같이 해줄 만큼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고, 이즈미에게는 다나카를 등장시켜 그와 친숙한 관계를 만든다. 아이코에게는 다시로라는 성실한 청년을 등장시켜 그들의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중간 중간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는 방송의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세사람중에 하나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것을 추론하게 만들어 일상의 이야기 속에 평범한 사람들이 범인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놓는다.

 

첫 장면의 살인건만 아니었다면,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각기 다른 연령대의 주인공들의 삶이라 생각하며 읽었을 터인데, 이들의 일상을 여행하는 중에도 머리에는 항상 범인이라는 잔영을 항상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이들 중에 범인이 있을까? 순식간에 읽어 내린 1권은 각자의 아픔을 상기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2권에 대한 궁금증만 더 해놓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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