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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술 사전 - 삶을 예술로 만드는 일상의 철학
안드레아스 브레너 & 외르크 치르파스 지음, 김희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머리글이 마음에 들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끌어 들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과 인생의 속도를 조금 늦춰 보고 싶었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예순 가지의 주제는 사는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저런 구실을 대면서 넘어갔을 수도 있는 질문과 고민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다. 이 두툼한 책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일상에서 많은 질문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주변의 관심을 받고자 많은 티나는 일 혹은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관심의 대상이 되려하고, 도덕과 법이라는 것 앞에서 때로는 고민하고, 기억에 의존한 실수를 하기도 하며, 허무하게 보낸 시간을 후회하기도 하고, 때로는 술과 또 다른 것으로 현실에서 벗어나 보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규정을 벗어난 근무 시간에 대해 잔뜩 화가 나 있으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눌려 있어야 하며, 두려움이 몰려 올 때 당황하고 때로는 피하고 싶어 한다. 책은 이런 사소하지만 살아가는 데 주요한 고민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전달한다.
살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권리라는 것을 생각한다. 그 권리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그들의 마음속에는 법보다 더불어 사는 이웃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헤아려 달라는 기대가 더 많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정말 권리를 주장해서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일까? 미안하게도 동정심 같은 것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왜? 나에게는 그와 같은 선택권이나 이득을 주지 않느냐고 말이다.
두 번째 장 첫 줄에서 나는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감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 타인의 감정을 때로는 나의 감정을 타인의 눈을 통해서 혹은 스스로의 지친 모습에서 확인하고 후회하던 때가 떠올랐다. 왜? 나는 감정을 정열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시선에 나의 모습을 그렇게 보여주고 후회하고 있을까? 찬찬히 넘겨가는 장속에서 이성에 숨죽이고 있는 감정이라는 말에서 고리를 찾는다. 너무 이성적인 것에 무게를 두다 보니 감정은 계속 쌓여 가고 그 것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되었을 때 눈으로 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심각한 고민은 쉽게 결론난다. “감정은 그저 단순하게 생겨나는 것일 따름이다” 너무 숨기고 감정으로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것 그 것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것 아닐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모든 고민에 있어서 그 시작은 변화 혹은 예기치 못한 일에서 벌어진다. 그 고민의 해결 방법은 사람일 수도 환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었으며 그 것을 인지하고 두려워하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어 하는 중심에도 내가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몸속에는 가끔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감각은 종종 입을 꾹 다물고 한사코 고집피우며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잔꾀를 부려가면서 낡은 것을 새롭게 본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바로 그래서 철학은 감각에 충실하려는 충성심을 벗어던지는 고통스러운 노력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454쪽
아마도 생각하지 않는 삶이 더 힘들게 하였을 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철학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관으로 신념 있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이 더 힘든 삶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조금 어렵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밑줄 긋고 고민하면서 읽다보니 남는 것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즐거움과 삐딱하고 변화하지 않는 감각과 익숙한 것을 좋아는 몸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바쁘게 산다는 변명이 만들어낸 고민은 이제 일상을 돌아보며 경이로움을 경험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일상적인 것, 익숙한 것을 문제로 여길 때 경이로운 철학이 시작된다. (4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