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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보다 강한 감정
마르크 레비 지음, 장소미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같고 권이 나누어 진 것이 아니라면 그냥 손에 잡히는 것부터 읽는 버릇이 있어서인지 전작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후속 작품을 먼저 읽는 것은 어쩌면 전작에 대한 궁금증을 남겨 놓기 위한 스스로의 장난 비슷한 행위를 한다. 발레리에 대한 에피소드와 감정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이야기는 후속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 구절에 등장한 발레리는 또 다른 권으로 분류된 후속이 또 나올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연작이라고 하기에는 개연성이 좀 떨어지고, 그렇다고 전작의 주인공이 등장을 하면서 동일 인물이 같은 에피소드를 끌고 가는 것 역시 작가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라 할 것 같다.
46년 전 몽블랑의 칸첸중가에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외교관의 탑승한 비행기 추락사고가 처음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그리곤 현재 수지 베이커라는 당돌한 여성이 특정한 날을 잡아 그 산을 오르기 위해 한 남자를 설득하고 그를 가이드 삼아 산을 오르고 산악사고로 인하여 가이드와 사랑에 빠진 수지는 그 남자를 남겨두고 하산을 한다. 비행기의 잔해 속에서 발견된 메모와 함께, 사연을 많이 담고 살아가는 여인 수지 베이커는 전작의 주인공인 앤드루 스틸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지신이 알고자하는 46년 전 한 사건으로 그를 끌어 들인다. 수지와 함께 하면 할수록 주변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고 자 그녀가 알고자 하는 사건의 진실이 보통의 것이 아님을 기자로서 직감한다. 그렇게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주변의 희생은 많아지고,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을 하게 되는 데..
마르크 레비의 문장의 배열과 사건의 전개는 읽는 사람을 잠시도 자신의 글에서 떠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가독성을 붙이게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며, 진실의 판단 기준과 아군과 적군에 대한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어 더 집중하게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수지와 앤드루와의 관계도 접근하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붙이게 만들어서 그들의 관계가 발전할 듯 안 할 듯 묘하게 만들고 전작의 인물이자 앤드루의 전처였던 발레리를 등장시켜 그들의 관계의 모호성을 더 상승시킨다. 특별한 재주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붙잡으면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읽어야 하는 습관임에도 이 책은 이동 중에 혹은 잠시 시간이 날 때 심지어 차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내 손을 떠나지 않게 하였으니 말이다.
내용 자체는 많이 접할 수 있는 정치적인 판단이 한 개인을 사장 시키고 그로 인한 후손들의 명예 회복 혹은 정부에 대한 질타와 진실 찾기 혹은 관점에 따른 찬 반 논리의 중심을 소설적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임에도 작가의 능력은 책을 재미있다는 표현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에피소드의 배열과 진실을 알리는 방식의 차이였으리라 생각된다.
정부에 의해 희생된 한 가문의 명예를 위해 뛰어든 수지 베이커의 행동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를 도와 위험을 감수하는 앤드루 스틸먼의 두려움 보다 강한 감정은 용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