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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평점 :
28층 모두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가끔 화장실에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한다. 같은 위치 위아래를 상상해 보면 영 개운치 않다. 별로 좋을 것 없을 것 같은 이런 구조의 집들이 이젠 보편화 되어 있고 편리하다는 미명하에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투자 수단이 되기도 한다. 힘들게 벌어 모은 논의 대부분을 한 집에 쏟아 붓고는 절절 메며 살아가기도 하고 신조어를 생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집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을까? 그리고 정말 편안한 것일까? 집이란 정말 어떤 곳이어야 하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할까? 우리 몸이 기억하는 집의 편안함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집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숨소리와 말소리가 스며 있는 집, 체온이 어리고 세월이 녹아드는 집, 빗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는 집, 해가 뜨고 석양이 지는 것이 바라보이는 집, 시간이 고이는 집, 창호에 어리는 댓잎과 하늘하늘 지는 꽃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집, 아아, 이것이 집이다. -Page 63
저자는 우연히 생긴 토담집의 이야기부터 시작을 하여 그 집에 얽힌 사람들과 집의 풍경 그리고 그 집을 다시 나무집으로 짓기까지의 이야기를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얽어서 하고 있다. 저자는 우연히 생기게 된 집에서 사람이 사는 집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 집을 만들어 간다. 한옥이 가지는 불편함 보다는 그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익숙함이 시간을 가져다주며 그 시간은 자신에게 여유와 행복을 주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위층이나 아래층이나 같은 구조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이야기와는 새삼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나무집이라고 그냥 지으면 되는 건줄 알았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참으로 많은 것을 고려하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한옥은 한번 지으면 다시 옮겨도 될 만큼 튼튼한 나무를 이용하는 것인지 요즘의 한옥은 대부분 옮겨 짓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오래된 한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 아파트도 그렇게 할 수 있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건 안다. 한옥은 그렇게 할 수 있나 보다.
절반은 저자의 집짓는 이야기 절반은 그 집의 풍경과 작가의 여유로운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이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울리며 저자의 글 역시 마음에 와 닿는다. 시골에 대한 향수가 아니더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의 좋은 것을 느끼게 하는 나무집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어린 시절 몸이 기억하는 그 것에 대한 향수 일 거라는 저자의 한 줄이 생각이 난다.
예쁘게 꾸며진 한옥의 멋스러움 속에서 살기에는 너무 편한 것에 익숙해 져 있음을 안다. 그리고 지금 세상에서 한옥에 대한 예찬이 사람들에게 많이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충분히 현대의 생활 방식과 잘 융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처럼 미술적 감각을 꼭 찾아서 예술 작품을 만들 듯이 집을 지어 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어른들에게는 아파트 보다 단독을 선호 하듯이 우리도 우리 몸이 기억하는 흙의 냄새에 더 가까운 곳으로 가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