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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문장강화 -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한정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는 오늘도 SNS에 글을 올리고 있을 것이고 그 글을 읽으면서 답 글을 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 글이다. 모두 글을 쓰고 있고 또 만들어 내고 있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지 않으며 바로 바로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를 물어 보고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글 잘 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과 글에 대한 생각을 물어 보고 정리해 놓았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어떤 마음으로 정갈한 글쓰기를 만들어 내며 인생에 내 문장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들어야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지만 알지 못하는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항상 노벨상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고은시인은 그의 인생과 글을 대하는 자세를 알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민족의 모진 풍파를 몸으로 겪었던 시인의 글에는 개인 뿐 아니라 우리의 아픔이 같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에는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응어리와 사명감이 같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시의 무게감이 있었던 것은 시인의 인생과 시대의 아픔과 그리고 그 아픔을 담아낸 시인의 정신과 펜이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한국문학사의 빈곤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내게는 선배들이 요절하고 결핍으로 끝난 것을 보완해야 한다는 문학적 의무가 있죠. - Page 17
시를 좋아한 과학도는 글을 쓴다는 것에 숙달된 훈련과 자기관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았다. 몇 번을 수정하고 다시 쓰는 작업 후에 나온 글이고. 미리 써야 후회하는 글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 그의 글이 수월하게 읽혀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반복되는 읽기를 통해 수월하게 읽히는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그의 글은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고 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이다. 살짝 이 부분에서 문학도의 피를 받은 과학도의 철저함 이 보여 지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재미로 글을 쓰는 한 사람 그리고 지금도 재미를 찾아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쓰는 뽀글머리 아저씨의 이야기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즐거움에 그리고 읽는 사람의 즐거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의 말 만큼이나 그의 글은 재미있다. 그리고 인생 역시 순탄할 것 같지만 순탄하지 않고 굴곡이 있지만 즐겁게 사는 인생이다.
인간시장의 장총찬의 탄생배경을 이야기하는 전 국회의원의 글쓰기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신의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설 인간시장에 대한 회고는 나의 기억과 맞물려 책을 읽었던 순간을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대발해 역시 그의 역작이라고 하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 인 줄 알았는데 많이 읽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책은 이렇게 열 사람의 인생과 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글이 좋은 글 인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중요도를 언급함에 있어서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먼저 써라!’ 가 대세이다. 무조건 써 보는 것이 중요하고 쓰는 것을 겁내지 말고 시작하라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경험을 강조한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 것을 자신의 것으로 사유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만큼 쓰는 것 같아요. 어떤 글이 나오는 가는 삶의 경험과 사세,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자기 문장이나 글의 스타일이 되는 거죠. - Page 236
경험의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독서다. 어떤 사람은 정독을 하고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다독을 하는 것을 추천하고, 어떤 사람은 한 번을 읽더라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으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독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될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어떤 방법을 취하든 독서는 꼭 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독서를 통해 정제 되어야 한다고 할까?
소설책도 아닌 데 한 번 붙잡고 끝을 보았다. 꼭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없고 책을 내 보겠다는 생각도 없지만 나는 책을 읽고 주절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보고 안 보고를 떠나서 끼적거리다 보면 책에 대한 느낌과 내용이 정리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많은 책을 읽고 이렇게 남기는 것도 글을 쓰는 일의 일종이라 생각하면 아마도 나에게 독서와 이 끼적거림은 치유의 활동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찌들어 있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의 기록이 어딘가에 남아 뒷날 내가 다시 이글을 읽을 때 책 속의 기억으로 대려가 줄 것 같은 그 느낌에 오늘도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