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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개가 행복하다 - 시나위 신대철의 음악 인생 그리고 바른음원 협동조합
신대철.김철영 지음 / 알마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록을 하는 사람들 하면 생각나는 것은 고집이다. 그리고 반항 혹은 저항 같은 것들 그 것이 그들의 상징인 것 같다. 음악은 잘 모르지만 특히 자신의 색깔이 있는 사람은 더욱 더 그렇다. 대중과 잘 소통하지 않으며 메니아 층을 형성하고 그들만이 즐기며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 같은 느낌이다. 정말 그럴까?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신대철이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다. 심사위원 네 명이 모두 록을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분명 이들의 색깔을 달랐다. 심사점수 역시 달랐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가 더했다. 분명 심사를 받는 밴드는 열이 받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밴드에게는 100점 다른 스타일의 밴드에게는 0점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거기 있었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고집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리고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데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모든 부분에서 포용할 수는 없는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술 작업은 이기적인 작업이야. 심지 있게 이기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느냐, 그걸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느냐, 그게 예술이야. 평가는 후대의 역사가 하는 거고 -Page 90
초반부터 이런 말이 나온다. 결국 예상을 빗나가지는 않은 것 같다. 자신 만의 색깔을 구사하겠다는 거겠지?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의 궁금증은 이 한 줄에서 대부분 해소 되었다. 그들이 음악적인 견해로 흩어지고 뭉치고 다시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지 대략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풀렸고 책을 조금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시나위라는 그룹의 변천사를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는 많은 주제를 담고 있다. 먼저 신대철 개인의 가족사와 음악을 접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시나위를 거쳐 간 많은 뮤지션들의 이야기, 또 정치적으로 군사정권을 지나오면서 음악이 가져야 했던 방향과 일탈 같은 것 혹은 그 속에서 성장한 음악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기획사 이야기와 배고픈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김종서, 서태지, 임재범,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팬들이야 알고 있는 이야기 일 수 있지만 나는 임재범이 시나위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고, 김종서가 신태철과는 거의 애증의 관계같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서태지 앨범에 기타를 신대철이 쳐 준 것도 처음, 서태지가 은퇴할 때 신대철이 테러 비슷한 것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처음 뭐 이렇게 가요계의 뒷이야기 같은 것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곤 대쪽 같은 록 스피릿도 나이가 들면서 포용하게 되는 일반적인 삶의 자세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신대철의 인생을 통해서 말이다. 나도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할까?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면 안 되나? 살기 힘드니까 어쩔 수없이 그렇게는 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버텨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지금도 담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철이 덜 들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내가...
타협을 잘 못 했던 거지. 사회생활이라는 것 자체를 아예 몰랐던 것 같아. 정말 몰랐어. 너무 나의 세계에 꽁꽁 갇혀 있다가 어느 날 밖을 내다보니까 “눈 내리는 겨울이네?”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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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한 사람의 인생을 또 보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고 지금도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 기운이 돋는다. 음악이야기로 시작을 해서 사회문제 이야기로 끝을 맺어서 뒷맛은 개운하지 않지만 그래도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사회를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아직 주관과 생각이 명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