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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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기억이 있다. 지질한 남자가 하나 있었다. 유부녀를 좋아하다가 결국 자기 분에 못 이겨 자살을 한 아주 못난 남자로 기억된 사람 베르테르였다. 이 남자에 대한 기억은 별로 바뀐 것이 없지만 베르터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새로운 이 남자에 관심이 생겼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하는 의문 그리고 슬픔이 아닌 고뇌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새로운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오랜 기억이라 정말 지질한 남자였는지 어릴 기억이 맞는지 궁금해서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베르터를 다시 만나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다. 내 기억이 잘 못 된 것 이겠지만, 베르터는 처음부터 유부녀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베르터가 사랑한 여인의 남편은 베르터를 미워하지 않았다. 베르터는 사랑에 흔들려 자살 한 것은 맞지만 스스로의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인지 기억의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 이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라는 부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순진남의 이야기가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는 부분도 조금 이해하게 된다. 역시 명작이라는 것은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받아들이는 폭도 달라지고 인생의 경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는 어떤 분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괴테의 글은 철학적이고 수려하다. 다시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은 번역의 번거로움을 차제하더라도 글과 글이 이어지는 문장의 두께는 생각의 넓이를 가늠하지 못하게 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이글을 읽으면서 무슨 소린지 모르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대목이 아닌가 한다. 한 남자의 사랑에 빠진 모습을 묘사한 괴테의 문장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인양 그렇게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문장의 수려함, 그 속에 연애편지의 수줍음보다는 당당함이 편안하게 그려지는 문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곤 2부의 우울함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많은 고민과 고뇌가 담겨져 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상심 그리고 왜 자살로 갈 수 밖에 없었는지 그 고민을 담은 과정을 담고 있다. 많은 화려한 글과 상황 그리고 멋진 당위성을 가진 베르터이지만 아직도 나는 베르터가 지질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사랑의 맛을 다 담지 못한 속세에 물든 사람이라 그런 것 인지는 모르지만..

 

일러스트와 새로운 번역은 보는 사람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베르터와 베르테르의 차이에서 올 수 있듯이 그림이 주는 의미가 글이 주는 화려함을 담기엔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괴테의 수사적 문장이 가진 독특함이 읽는 사람을 조금은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번역본에 비한 다변 읽는 것에 집중도는 많은 부분에서 탁월하고 수월하다. 아마도 출판사의 의도가 거기에 있었을지 모르니깐...

 

요즘 고전을 새로 읽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예전처럼 골머리를 쓰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발간되어서 더 즐겁다. 가끔 고전을 읽어 주어야 한다는 변함없는 생각은 사람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고민을 담고 공감하는 영역은 같은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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