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심 증후군

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심장이 찢어질 정도로 실연의 아픔을 당한 사람을 만나 본적이 있나요? 여기 열여섯 살의 브리는 그 아픔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어린 나이의 사랑이 그렇게 아프냐고 물으실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이 소녀에게는 자신의 생과 바꿀 만큼의 아픔이었습니다. 이야기가 그 실연의 아픔으로 죽은 것으로 끝났다면, 브리라는 소녀의 사랑은 제 마음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소녀의 죽음 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자신의 사랑, 그리고 그 대상과 친구와 부모와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목숨을 걸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습니다.

가끔 사랑에 대하여 생각을 하다 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하게 합니다. 정말 힘들고 어렵고 주변의 사람들이 왜 나에게 만 이런 힘든 상황을 전달해 주는 것일까 푸념도 해봅니다. 브리의 사랑도 역시 그렇게 전개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죽음을 주제로 한 소설이지만 어린 소녀의 사랑은 유령이 된 후에도 그 복수를 통쾌하게 진행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나를 버린 대가 인양 정당화합니다. 상대의 고통을 보면서 그 속에서 내 아픔에 대한 당연한 대가인 것으로 인식하고 죄책감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의 행위에는 사연이 있고 그 속에는 분명 따뜻함이 있기 마련입니다. 브리 역시 그 쾌감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밝고 명랑한 소녀의 감성은 깊이 반성하고 그 들의 속 내막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은 역시 사람을 이해하고 다른 시각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던 것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끌어들입니다.

조용하고 따뜻하게 마무리 될 것 같은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지 않습니다. 죽음을 맞이한 순간부터 따라다니는 패트릭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지고지순한 마음을 품고 있던 패트릭은 자신의 첫사랑을 지키고 변화시키며 결국에는 이야기의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 놓습니다. 브리가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하던 자신을 감싸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찾으면서 말입니다.

주인공이 청소년이어서 그런지 이야기는 매우 밝고 명랑합니다. 주제가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명랑만화를 읽는 듯 한 느낌으로 재미나게 읽어 나가게 합니다. 문맥의 스타일을 그렇게 잡아서 일수도 있고 이야기의 흐름이 그런 느낌 일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분량을 단숨에 읽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스토리의 힘도 무시 못 할 것 같습니다. 평범한 유령이 나오는 연애 소설 같은 내용이지만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기중심적 상황해설이 가져 올 수 있는 오해에 대한 서글픈 결말을 막아 보려고 노력도 하고, 엉키고 망가질 것 같은 죽음도 그렇게 슬픈 결말을 내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니까요.

약간은 허황된 가설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 이지만 소설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감안 한다면 이만큼의 비현실성은 애교로 눈감아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로맨스 소설 같은 이야기를 읽고 나서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 인 것 같습니다. 맑은 영혼들이 펼치는 애정행각과 밝은 분위기 그리고 죽음에 관한 짧은 단상,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어 나가는 재미는 이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밝은 기분으로 주인공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멋진 패트릭의 이미지 역시 상상 속으로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