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In the Blue 17
문지혁 글.사진 / 쉼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여행은 이야기를 남긴다. 이야기는 추억을 남기고 추억 속에는 사람이 숨어있다. 작가의 숨겨둔 이야기 속에서 여행은 더 강한 기억을 남기게 한다. 그림과 사진 그리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책장을 넘겼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 몰입되다 보니 오타루, 삿포로, 하코다테 각 여행지 마지막의 작가 이야기에 홀딱 빠져버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남자 도대체 몇 명의 여자가 있었던 거야? 추억할 만한 여자가 오타루는 부인이고, 삿포로는 헤어져 떠난 연인이고, 하코다테에서는 결혼식 몇 주 전 세상을 떠난 여자야?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홋카이도에 얽힌 추억과 기억이 그렇게 많은 데 모두 다른 여자였던 거야? 다시 읽어 본다. 분명히 다른 여자 세 명이 등장한다. 이젠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바람둥인가? 다시 찬찬히 읽어 본다. 에고 구석에 한 단어를 빼먹고 읽었군. 꼼꼼하지 못한 읽기가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다니, 작가님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작가의 사진과 이야기는 장면의 추억을 담는다. 직설 화법이 아닌 은유법이 가져오는 여운과 느낌을 담을 수 있다. 일본 최북단의 섬을 돌아본 작가의 여행 노트는 그렇게 풍경과 눈과 사람들 그리고 음식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느 여행 책자와 다른 점은 에세이를 담은 글들과 작가의 글 솜씨가 빼어나다. 그리고 놓치지 않는 매력과 관찰도 있다. 저자는 빨간 우편배달차를 오타루, 삿포로, 하코다테에서 조우를 놓치지 않는다.

 

시계 아래로 흘러가는

그녀의 시간이

가을처럼 붉다. (77Page)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한 여인의 사진 머리가 하얀 이 여인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꼭 시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어디가면 뭐가 있고요, 저기 가면 뭐가 맛있어요. 이곳에 가시면 여기는 꼭 들러 가셔야 하고, 한 번쯤은 체험을 꼭 하세요. 하는 여행가이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오타루의 스시집이 즐비한 거리를 뒤로하고 작가가 찾아간 조그마한 스시 집에 대한 소개는 주인장의 스시 담는 모습과 길거리 풍경으로 대신한다. 그리곤 초밥왕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쯤인지는 절대 안 가르쳐 준다. 더 궁금하게 말이다.

 

에세이 같은 여행 책, 역사와 문화 그리고 풍경을 같이 볼 수 있는 에세이를 접한 것 같은 여행 가이드, 그리곤 여행을 가지는 않았지만 여행에 대한 추억을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접했다. 맨 뒷장을 보니 시리즈로 홋카이도가 열일곱 번째라고 한다. 직접 여행하기 힘든 사람에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자를 만난 것은 참 오래간 만인 것 같다.

 

멀지 않은 곳, 그리고 북적거리는 일본이 아닌 시골의 일본 같은 곳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리고 일본의 개화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세계 3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우리나라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라멘을 먹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