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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4년 7월
평점 :
기적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일상의 기적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변을 지나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제목이 주는 강렬함에 기적을 바라며 이 책을 읽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기적은 있었지만 내가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우리의 지루하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은 자신의 아픔을 치료하고 달래주는 사람들로 인하여 기적이 만들어 지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0년간 같이 살아온 아내를 잃은 한 남자 폴, 3개월 전 아내를 잃은 젊은 의사 재롬, 20살에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슈퍼 계산원인 한 여자, 그리고 그의 세 살 아들이 여행을 떠난다. 일상이 지루하고 시궁창 같은 현실을 버티며 아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는 줄리, 자신의 인생은 시궁창 같은 일상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중년의 한 남자가 베푸는 호의에 의심과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보지만 선한 초대에 그녀와 아들은 그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폴은 자신의 아들인 재롬과 줄리 그의 아들 룰루를 여행의 동반자로 그들만의 상처를 안은 채 여행을 떠난다. 전반의 그 여행은 꿈과 그리고 환상 혹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잊지 못할 것 같은 그들의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 와야 한다는 두려움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인하여 일상의 무게가 더 심하게 느껴지는 데...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하나씩의 자신만의 상처를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의외의 사람들에게 상처의 치유를 받고 그 치유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로 성장하며 그 용기는 이 모든 사람들의 현실의 고통을 이겨낼 힘을 만들어 낸다. 제목에서처럼 기적을 바라는 나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드라마적인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사람과 사랑의 대상은 다른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애인과 친구가 따로 있듯이 말이다. 친구는 친구로서의 감정과 대화의 상대이고 애인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아니 배품의 기쁨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스토리의 논리적인 부분 보다는 한 사람의 호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적 같은 일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나를 스쳐간 일들이 기적 같은 일 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더 인상 깊은 여운을 남긴다고나 할까? 지겹고 반복 될 수밖에 없는 일상에서 작은 일 하나에 감사하고 기뻐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기적 같은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현실의 이 정신 없고 고달픔은 아마도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나를 생각해 주는 많은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생 자체가 아름다운 게 아니라, 우리가 그걸 아름답게 보거나 덜 아름답게 보는 거예요. 완벽한 행복에 도달하려 하지 말고, 삶의 작은 것들에 만족하는 건 어떨까요. 그런 것들이 조금씩 모이다 보면 결국 목표에 가까워지니까. -Page 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