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미스터 찹
전아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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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잊는 다는 건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얻는 다는 것 역시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가족을 잃어버린 아픔을 잊는 다는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세상은 스무 살 정우에게 정신없고 많은 일들을 만들어 준다. 누구의 선물인지 모를 난장이 찹 역시 이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와중에 정우의 동거인이 된다. 외롭고 힘들어야 정상일 것 같은 엄마를 보낸 후의 시간은 정신없는 말썽쟁이 찹과 주변 인물들의 사건 사고로 인하여 정우는 다시 세상에 적응하게 된다. 나에겐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쿨하게 접근하고 생각하고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는 일을 한다.

 

우리 집에는 꽃 화분에 담배꽁초를 비며 끄는 심술궂은 난쟁이가 살고 있으며, 다른 여자와 연애중인 아버지는 20년 만에 찾아와 며칠 전에 담근 김치를 나누어 달라고 염치없는 부탁을 한다. 과외 학생은 방금 내게 아파트 옥상에 올라와 있다는 문자를 보내왔으며, 친구는 유부녀와 연애를 시작했다. Page 99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낸 정우에게 이 일련의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 시대의 대학생답게 쿨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이 머리 아픈 일들은 정우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생각만큼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권태기가 오고, 또 다른 여자 친구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기도 하고 중학교 동창인 여자 친구는 유학을 가기도 한다. 예전의 소설이나 나의 젊은 시절이었으면 좀 심파조로 흘러서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그런 류의 사랑이 그려졌을 것 같은데, 너무 심플하고 단순하게 그리곤 짧게 아프고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의 젊은 세대의 생각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하게 사랑하고 이별 뒤엔 짧고 심하게 아프며, 뒤돌아서선 냉정하게 잊어 주는 모습? 그런 모습이 대세인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나타난 난장이 찹의 역할은 정우의 이 머리 아픈 관계를 들어 주고 잔소리하는 역할 이다. 누군가의 선물일지 모르는 이 난쟁이는 여자 친구의 관계, 20년 만에 나타나 아버지라고 말하는 남자와의 관계, 앞집에 이사 온 오타쿠 작가와의 관계, 삼촌과 그의 애인 그리고 사회라는 관계 맺음의 잔소리 혹은 다리 역할을 한다. 엄마가 보낸 선물처럼 정우를 성장시키고 우울해 질 수 있는 정우의 마음을 더 정신없이 만들어 주는 잔소리꾼의 역할을 한다. 그 정신없음 속에서 정우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관계를 정립하며, 그리곤 또 다른 가족을 얻어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년 전쯤인가 전아리 작가의 []을 읽었다. 젊은 작가의 생각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 등이 궁금해서 선택했던 기억이다. 앤이라는 작품에서 펼쳐진 시사성이나, 관심을 받으려는 사건, 연예인의 이야기로 흥미를 끌었던 기억이 있었다. 조금의 대중적인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2년이 지나 다시 접한 작가의 이야기는 사람이 사는 이야기 이다. 사람이 살아가고 위로 받고 고민하고 헤어지는 이야기 이다. 사건의 임팩트를 강조하기 보다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로 이렇게 책에서 시선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그만 큼 글의 재미가 많이 더 해졌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책을 잡고 놓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끝을 본 몇 안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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