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난 사람은
헤어진다.
(Page 269)
한번쯤 죽음을 생각해 보다가 그 끝이
허무하게 마무리 되었을 때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생각의 결과를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 생활의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때론 가장 멀게 느껴지는 죽음,
그 속에서
인생이라는 것과 가족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무슨 문학상이니 얼마의 고료에 당첨된
소설이니 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
출판사의 인지도나,
일부
유명작가의 작품을 골라 책으로 만들어 내는 그런 류의 소설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에게 우리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시대적 관점을 심사를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면,
나의 독서
편식에 조금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집어든 작품에 또 다른 재미와 감동 그리고 잔잔함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접한 최석희는 홀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여운을 그리며 100일간의 기록을
남긴다.
장례문화가
가진 모호함을 짚어 내기도 하고,
어머니의
지인들로부터 엄마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한다.
잦은 기억
속에 잊혀져 가던 엄마의 기억을 더듬으며 어머니의 일생을 생각해 보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의 생과 엄마의 생을 비교하며 주인공의 인생에 미친 엄마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유년의 반항기
세상에 호되게 당한 자신을 감싸주었던 엄마의 와이셔츠 한 장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의 모순된 세상의 눈에서 건져내는 사랑의 힘을 그리고 그
사회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순박한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인 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육과 제도 그 속에서 삐딱하게 꼬여있는 학교라는 보호막이 학생이 아닌 선생님의 독단 속에서 흐트러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적응해 가는
자신의 청소년기를 되돌아보게 하며,
평생 군인으로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기억은 현재 진행 형으로 가부장 적이며 자신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일찍 수긍하고 그 속에서 적응하며 합리화 시키는
아버지의 기억으로 남는다.
이 모든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사랑으로 자식을 대한 엄마의 기억은 평범하면서 위대한 힘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6000매의 원고를 쓰고
1000매로 만들어 출품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이 작품에서 많은 것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잔잔하면서
우리 모두가 접할 것 같은 일상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 인양 담아내고 그 형식은 에세이를 읽어 내려가는 사람처럼 그래 그렇게 우리의 일상을
잡아내고 있다.
어렵지 않고
심각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렇기에 더
친근감 있지만,
일상에서는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는 그 주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렇게 써내려 간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이 마무리되어 (끝)이 나오지만 소설의 마지막 단어는
(계속)
이다.
긴 여운을
담은 엄마의 죽음은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말 같기도 하다.
관념은 사물과
같아서,
사회와 사람들
속에 존재하면서 인과를 일으키고,
인과 속에서
또 변해간다.
그런 작용과
반응의 과정들이야말로 사회와 개인을 분리시키면서도 묶어놓는다.
관념이나
관습이나 신앙이나 이념들을 통해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와 전통 속에 돌아가고,
사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속시킬 개인들을 재생산한다.
(Page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