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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평점 :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그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모든 인류의 역사가 된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통일 왕국을 만든 사람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그의 무덤을 찾아 가는 관광객의 입장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 놓은 지금의 중국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회자되는 나라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나라의 시조와 같은 사람일 수 있으니 말이다.
역사적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과 역시 다르지 않다. 최초의 통일 왕국을 세운 사람. 왕리췬은 그의 이야기를 마치 설화나 동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그의 관점은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몇 백 년을 이어오면서 만들어온 통일 왕국의 기반과 그의 선조 그리고 주변 국가들의 한심한 작태와 그 상황을 이용한 진시황의 전략과 사람을 운용하는 운용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진시황 강의 이다. 하지만 왕린췬은 진시황에 초점을 두고 전국시대부터 6국의 생성과 소멸까지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를 유추하고 기록을 뒤적이며 원인을 분석하여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알고 있었던 것을 더 하는 것도 있지만 뒤죽박죽이던 춘추전국 시대의 나라별 이야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한 나라의 생성 그리고 중흥 그리고 쇠퇴까지를 이야기 하니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진시황을 시해하기 위한 암살의 현장부터 시작한다. 왜 이 장면을 첫 장으로 끌어내었을까? 아마도 중국의 통일 왕국의 왕이라는 자리는 항상 그렇게 위협을 받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올라서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꿈을 처음으로 실현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겠지. 진(秦)나라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그가 왕이 되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과 그가 왕이 된 이후의 이야기. 어쩌면 잊혀 지지 못할 이야기 이고 여불위의 여씨 춘추와 진시황이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처럼 굳어지는 것 같다. 그럼 여불위는 자신의 아들에 의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좀 아이러니 하게도 똑똑하고 실력이 있는 신하는 누군가에 의해 모함을 받거나 군주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천수를 누리지 못한다. 그 것이 아마도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뭐 회사라 해서 다를 것은 없지만 말이다. 자신이 실력이 있다고 우쭐 대다간 어디서 날아오는 칼날에 지금의 자리를 잃어버릴지 모르니 말이다. 대단한 사람 여불위는 진시황의 아버지를 왕으로 만들고 자신의 첩을 왕에게 바쳐 그로 하여금 아들을 출산하게 하고 그 아들이 천하를 통일 하게 만들었으니 대단(?)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처세술을 달인이 그도 아들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세력을 죽이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내어 주고 만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든 말이다.
여불위의 공로로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만들어 졌을 즈음 우리는 韓非子를 만나게 된다. 책이 한비자 이니 한비라 불러야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잇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비는 심한 말더듬이었다는 사실이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라 불릴 만한 사람 한비는 사람의 모든 관계는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되며 군주의 자리는 상과 벌을 적절히 사용하여 사람들을 통치해야 한다는 사상을 펼친 한비가 말더듬이었다는 사실 새롭고 그와 동문수학한 이사와 의견이 달라 진시황에게 죽임을 당하는 그의 말로 역시 기억해 둘만 하다.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 그의 말더듬은 그의 사상과 문장을 더 세련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것이 아마도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법가 사상의 대가 한비역시 진시황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진시황은 그의 사상을 받아 들여 통치 기반으로 사용하고 결국 중국을 통일하게 되니 아이러니 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통일의 기반이 만들어진 진 나라는 하나하나 중국을 자신의 영역에 복속을 시킨다. 한비가 그렇게 반대하였던 한나라부터 시작을 해서 조나라 위나라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나라의 이름을 중국 역사의 기록에서 지워 나간다. 나라가 세워 지는 일에도 시기와 장소 그리고 사람이 만나야 하지만, 강력하고 출중한 인재가 나왔다고 해서 통일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진시황이 펼친 전략과 전술도 유효하고 군사력도 막강 하였지만, 결국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은 그 나라의 내정과 사람의 실정 그리고 간신배의 혀와 사리사욕에 눈멀고 자신만의 목숨만 중요한 신하의 어리석음이 항상 존재한다. 진시황은 그 허점을 잘 이용한다. 사람을 분열 시키고 뇌물을 쓰며, 그리고 어리석은 군주의 오판을 기다리며 한 나라씩 점령해 나간다. 마치 도미노를 무너트리듯 말이다.
그렇게 통일 왕조를 세운 진나라의 역사적 평가는 우리 기준이 아닌 중국 사람의 기준으로 내려진 것이니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이유는 없는 것 같고, 자신의 민족이고 자신의 선조이니 마음껏 평가 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몇 줄 느낌을 적는 것 보다. 이 책이 가진 역사에 대한 친근감을 가지게 만드는 장점을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보석이 아닐까 한다. 역사 하면 외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 이며 이 이야기 속에 우리는 현재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는 현실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있으며 역사의 이야기는 지루하거나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 인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게 강의하고 대중화 시키는 일, 우리도 지금 시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역사관이 어떤가에 대한 논란은 가중 되고 있지만 말이다.